[2009/04/13] 우리말) 헛으로와 허투루

조회 수 6876 추천 수 82 2009.04.13 11:24:32
따라서
'인생을 허투루 살지 마라'라고 하는 게 말이 되고,
그 뜻은
삶을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살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뜻이 될 겁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일터에 나와서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창밖으로만 꽃을 봤습니다.^^*

어제 아침 8:52,
MBC에서 예전에 방송한 연속극을 다시 보여주면서
'인생을 헛으로 살지 마라'는 자막을 내 보냈습니다.

오늘은 '헛으로'를 좀 짚어볼게요.
'헛'은 일부 이름씨 앞에 붙어 '보람 없이'나 '잘못'이라는 뜻을 더하는 앞가지(접두사)입니다.
따라서 인생을 헛으로 살지 말라고 하면
삶을 보람 없이, 또는 함부로 살지 마라는 뜻이 될 겁니다.
'인생을 헛으로 살지 마라'는 자막을 딱히 틀렸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그때 쓰는 말은 '헛으로'가 아니라 '허투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허투루'는 어찌씨(부사)로
"아무렇게나 되는대로"라는 뜻이 있습니다.
허투루 말하다, 허투루 쓰다, 손님을 허투루 대접하다, 할아버지 앞에서는 말을 한마디도 허투루할 수가 없었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인생을 허투루 살지 마라'라고 하는 게 말이 되고,
그 뜻은
삶을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살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뜻이 될 겁니다.

'허투루'...
뜻을 별로지만
멋진 우리말입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여투다 모투다]

안녕하세요.

어제 오후 4시 42분에 MBC라디오에서 진행자가 '쌔비다'는 낱말을 썼습니다.
그것도 일 분 사이에 세 번이나...
왜 방송위원회 같은 곳에서는 간접광고만 나무라고 비속어를 쓰는 것은 나무라지 않죠?

남 탓 하지 않고 제 이야기나 하렵니다.
남들도 이렇게 바쁘게 사나 모르겠습니다.
어제 새벽 1시 넘어 집에 들어갔다가 7시에 다시 나오고,(술 퍼먹고 그런 게 아니라 일하다가 ^^*)
오늘 새벽 1시에 잠시 집에 들어왔다가 지금 6시에 대전으로 출장가고...
대전에서 9시부터 12시까지 회의하고 곧바로 수원으로 올라가서 오후 2시부터 회의...
6시에 대천으로 출장...

몇 푼 되지도 않은 월급 받아 이렇게 길바닥에 깔고 다니니 언제 돈 모을지...
그래도 아직 젊고 해야 할 일이 있기에 힘든지 모르고 돈 드는지 모르고 이렇게 돌아다니긴 하지만...

우리말에 '여투다'는 이름씨가 있습니다.
"돈이나 물건을 아껴 쓰고 나머지를 모아 두다"는 뜻으로 '저축'과 같은 말입니다.

'조리차'라는 낱말(이름씨)도 있습니다.
"알뜰하게 아껴 쓰는 일"을 뜻해,
조리차를 하면서도 집을 장만했다처럼 씁니다.

저는 조리차도 못하고 여투지도 못하는데... 걱정입니다.

'모투다'는 낱말을 하세요? 아니, 그런 말을 쓰세요?
쓰신다면 모으다는 뜻으로 쓰실 텐데,
국립국어원에서는 전남 지방의 사투리로 보고 있고,
한글학회에서는 모으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사전에 올렸습니다.
'모투다'는 표준어이건 아니건 그 뜻은 "모으다"입니다.
'여투다'와는 뜻이 조금 다릅니다.

'모투저기다'는 움직씨도 있습니다.
"돈이나 물건을 아껴서 조금씩 모으다."는 뜻으로 여투다와 거의 같은 뜻입니다.
모투저긴 돈은 함부로 쓸 수 없다처럼 씁니다.

정리하면,
여투다와 모투저기다는 '저축'이라는 뜻이고,
모투다는 사투리로 뭔가를 그냥 모으다는 뜻입니다.

글을 쓰는 저도 헷갈리네요.

그나저나 눈이 많이 내렸을 텐데 어떻게 운전하고 대전까지 갈지 걱정이네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8552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4234
736 [2009/04/27] 우리말) 삼천리강산 id: moneyplan 2009-04-27 2367
735 [2009/04/24] 우리말) 탈크와 탤크, 그리고 식약청 답변 id: moneyplan 2009-04-24 2190
734 [2009/04/21] 우리말) 밥힘과 밥심 id: moneyplan 2009-04-24 3146
733 [2009/04/20] 우리말) 탈크와 탤크 id: moneyplan 2009-04-20 2985
732 [2009/04/17] 우리말) 끌끌하다와 깔깔하다 id: moneyplan 2009-04-17 2592
731 [2009/04/16] 우리말) 틀린 자막 몇 개 id: moneyplan 2009-04-16 2186
730 [2009/04/15] 우리말) 수화와 손짓말 id: moneyplan 2009-04-15 2408
729 [2009/04/14] 우리말) 어정잡이 id: moneyplan 2009-04-14 2349
» [2009/04/13] 우리말) 헛으로와 허투루 id: moneyplan 2009-04-13 6876
727 [2009/04/10] 우리말) 파렴치와 몰염치 id: moneyplan 2009-04-10 2260
726 [2009/04/09] 우리말) 만두 사리 id: moneyplan 2009-04-10 2851
725 [2009/04/08] 우리말) 해님과 햇님 id: moneyplan 2009-04-08 2277
724 [2009/04/07] 우리말) 속는 셈 치다 id: moneyplan 2009-04-07 3201
723 [2009/04/06] 우리말) 로켓과 로케트 id: moneyplan 2009-04-06 2386
722 [2009/04/03] 우리말) 한자 읽기 id: moneyplan 2009-04-03 2613
721 [2009/04/02] 우리말) 예전 편지만 붙입니다. id: moneyplan 2009-04-02 2389
720 [2009/04/01] 우리말) 밖에 id: moneyplan 2009-04-01 2299
719 [2009/03/31] 우리말) 꾀와 꽤 id: moneyplan 2009-03-31 5592
718 [2009/03/30] 우리말) 서머하다 id: moneyplan 2009-03-30 2256
717 [2009/03/27] 우리말)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id: moneyplan 2009-03-27 2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