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8] 우리말) 방귀 뀌다와 방구 끼다

조회 수 8642 추천 수 137 2008.06.18 10:06:28
'뀌다'는 "(방귀를) 몸 밖으로 내어 보내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방귀를 뀌는 거죠.

'끼다'는
안개가 끼다, 때가 끼다, 깍지를 끼다처럼
때나 먼지 등이 엉겨붙다는 뜻과 다른 것을 덧붙이거나 겹치다는 뜻으로 씁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보낸 편지에 틀린 게 있네요.
'이야기하다 보니 편지를 미쳐 못썼습니다.'라고 썼는데 '미처'가 맞습니다.
'못하다', '않다', '없다', '모르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여 "아직 거기까지 미치도록"의 뜻인 어찌씨(부사)는
'미쳐'가 아니라 '미처'입니다.
제 생각이 '미처' 거기에 못 미친 걸 보니 제가 '미쳤'나 봅니다. ^^*

오늘은 오랜만에 저희 집 애들 이야기 좀 해 볼까요?
제 아들은 이제 겨우 네 살입니다. 그래 봐야 35개월입니다.
이제 막 말문이 트여 제법 말을 잘합니다. 두 살 위 누나와 말다툼도 잘합니다. ^^*

오늘 아침에 누나가 방귀를 뀌니
"에이~~~ 방귀!"라고 정확하게 소리를 냅니다.
방송에서도 흔히 방구라고 하는데 저희 집 애들은 '방귀'라고 정확하게 소리를 냅니다.
또, 끼다고도 안 하고 뀌다고 합니다.
'방구 끼다'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도 '방귀 뀌다'고 합니다.
어린아이가 발음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것 같은데도 애써 정확하게 소리냅니다. 기특하게도...^^*

방구가 아니라 방귀가 맞다는 것은 몇 번 말씀 드린 것 같네요.
오늘은 뀌다와 끼다를 갈라볼게요.

'뀌다'는 "(방귀를) 몸 밖으로 내어 보내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방귀를 뀌는 거죠.

'끼다'는
안개가 끼다, 때가 끼다, 깍지를 끼다처럼
때나 먼지 등이 엉겨붙다는 뜻과 다른 것을 덧붙이거나 겹치다는 뜻으로 씁니다.

소리가 비슷한 '꾸다'는
'꿈'과 관련된 이름씨와 함께 쓰여 "꿈을 보다."는 뜻입니다. 꿈을 꾸는 거죠.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합니다.
오늘은 방귀를 뀌고 나면 먼저 사과할 줄 아는, 부끄러움을 아는 하루로 지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주위에 언제나 공기가 있어 그 소중함을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함께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지 싶습니다.
우리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나와 남의 뜻을 듣고 말할 수 있기에 그 소중함을 모르는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소중한 우리말이 있기에
언제 어디서나 나와 남의 뜻을 듣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지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말을 잘 다듬고 보듬으며 가꿔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공기가 없으면 숨을 쉬지 못하고 죽으면서 그 소중함을 알 것이고,
가족이 없으면 외로움을 느끼면서 그 소중함을 알 것입니다.
우리말이 없어지고 나서, 외국어 외래어에 다 더럽혀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아야 할까요?

저는
맑고 깨끗한 공기가 좋듯이
바르고 고운 우리말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애국가]

요즘 특별한 고민도 없는데 아침에 일찍 깨네요.
잠을 푹 자야 건강에 좋다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습관적으로 텔레비전을 켰더니,
애국가가 나오고 있더군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하느님이 보우하사...보호하사? 보호하셔서???
우리나라가 천년만년 잘 되라고 하느님이 보호해 주신다는 의미인가?

보우(保佑)는,
‘보호하고 도와줌’을 뜻하는 말로,
천지신명이시여, 저희를 길이 보우해 주심을 바라나이다처럼 쓰입니다.
‘보호하다’를 잘못 쓴 게 아닙니다.

애국가 이야기가 나온 김에,
2절에 보면,
남산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바람서리? 바람소리를 잘못 쓴 건가?

‘바람서리 불변함’은,
아무리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차가운 서리를 맞아도 끄떡하지 않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변하지 않는,
꿋꿋한 우리의 기상을 말하는 겁니다.
‘바람소리’가 아니라, ‘바람’과 ‘서리’입니다.

3절,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에서 나오는 ‘공활’을 좀 볼게요.
공활(空豁)은,
‘텅 비고 매우 넓다.’는 뜻으로, 공활한 가을 하늘처럼 씁니다.

이 낱말은,
몇몇 국어사전에 올라있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과
동아국어사전에는 올라있는데,
연세한국어사전에는 올라있지 않습니다.
연세한국어사전을 이용하는 인터넷 dreamwiz국어사전에서 ‘공활’을 찾아보면,
그런 낱말 없다고 나옵니다.
재밌죠?
저만 재밌나요?

‘가을하늘 공활한데’ 대신에,
‘가을하늘 드높은데...’하면 맛이 좀 떨어지겠죠?

말 나온 김에 오랜만에 애국가 가사나 좀 보겠습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남산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 밝은 달은 우리가슴 일편단심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행복한 일 많이 생기는 멋진 하루 여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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