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성대모사'는 표준어이지만, '성대묘사'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성대모사를 '말소리 흉내'나 '목소리 흉내'라고 하면 촌스러운가요?


안녕하세요.

어제저녁에 노래방에 갔습니다.
노랫말이 나오는 화면에 '스포츠 하일라이트'라는 게 보이더군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따로 설 수 있는 말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복합어는
그것을 이루는 말이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는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곧, 외래어 단어 두 개가 모여 하나의 단어가 되었을 때는 각각의 단어 발음을 그대로 쓰는 것이죠.
그래서 sunglass '선그라스'가 아닌 '선글라스'가 맞고,
highlight도 '하일라이트'가 아니라 '하이라이트'가 맞습니다.

오늘은 '성대모사'를 좀 알아볼게요.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생각하면서...
일단, 성대모사(聲帶模寫)는 국어사전에 오른 표준어입니다.
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새, 짐승 따위의 소리를 흉내 내는 일을 뜻합니다.
표준말이니 떳떳하게 쓸 수 있는 낱말입니다.

여기에 딴죽을 좀 쳐보죠.

모사(模寫)는 "사물을 형체 그대로 그림. 또는 그런 그림"을 뜻합니다.
또, 원본을 베끼어 씀, 어떤 그림의 본을 떠서 똑같이 그린 그림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뜻이 그리거나 쓰는 것과 관련되지 소리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차라리 묘사(描寫)가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묘사는 "어떤 대상이나 사물, 현상 따위를 언어로 서술하거나 그림을 그려서 표현함."이라는 뜻으로 '언어'가 들어가 있거든요.
그러나 '성대모사'는 표준어이지만, '성대묘사'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성대모사를 '말소리 흉내'나 '목소리 흉내'라고 하면 촌스러운가요?

문화재(文化財)를 아시죠?
"문화 활동으로 창조된 가치가 뛰어난 사물"을 뜻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사물입니다.
그런데도 인간문화재라는 말을 씁니다.
중요 무형 문화재 보유자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로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습니다.
문화재는 사물인데 인간문화재로 써서 사람을 일컫습니다.
이 또한 '기릴 사람'으로 하면 이상한가요?

'기리다'가
뛰어난 업적이나 바람직한 정신, 위대한 사람 따위를 추어서 말하는 거잖아요.
선열의 뜻을 기리다, 스승의 은덕을 기리다처럼 쓰니
'기릴 사람'이라고 하면 인간문화재의 뜻을 담을 수 있지 싶습니다.

우리말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은
우리가 일부러 찾아 부려 써야 빛이 난다고 봅니다.
모든 것에서 한자를 버리고 순 우리말을 쓰자 거나,
일본어투 말을 한꺼번에 몽땅 버리자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말로, 깨끗한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꿔쓰자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섬뜻하다/섬하다 >> 섬뜩하다]

올해 캐럴 들어보셨어요?
저는 며칠 전 식당에서 들었습니다.

그 캐럴을 들으면서 같이 있던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
“벌써 연말인데, 해 놓은 것은 없고, 나이는 먹어가고...캐럴을 들으면 섬뜩하다...”
캐럴을 들으면 당연히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저도...기분이 왠~지...

“갑자기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고 끔찍한 느낌이 드는 모양”을 뭐라고 하세요?
섬뜩하다? 섬뜻하다? 섬하다?

표준말은 ‘섬뜩하다’입니다.
어둠 속에서 퍼런 서슬의 칼날이 섬뜩 비쳤다./불길한 예감이 섬뜩 지나갔다처럼 씁니다.
‘섬뜻’과 ‘섬’은 국어사전에 없는 낱말입니다.

즐거운 캐럴을 들으면서 즐기기 위해서는 평소에 열심히 해야 하는데...
올해도 또 이렇게 반성만 하다가 지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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