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30] 우리말) 안갚음

조회 수 2122 추천 수 0 2014.05.30 13:31:56

필을 깎는 데에 쓰는 도구를 '연필깎이'라고 합니다. 이를 '연필깎기'라고 하면 안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편지가 좀 늦었죠?
오전에 일산에 있는 중산고등학교에 가서 직업소개하는 수업을 하고 왔습니다.

1. 어제 편지를 보시고 이봉원 님이 아래 편지를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처음부터 '연필깎이'보다는 '연필깎개'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비게이션'을 국어원은 '길도우미'로 바꾸자고 하는데
길도우미는 '길을 안내해 주는 사람'에게 붙여 주는 게 더 적당합니다.
그래서 저는 내비를 '길찾개'라고 부릅니다. 
'이' 역시 도구에 쓰기는 하지만
'사람에게 더 자주 쓰는 말이기 때문에
새말을 만들 때는 되도록이면
이렇게라도 조금 구별해 쓰면 어떨까 합니다.

2. 
성기지 님이 한글문화연대 소식지에 실은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우리말 이야기] 안갚음하러 귀향합니다_성기지 학술위원
“안갚음하러 귀향합니다.” 언뜻 들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빚을 갚지 않기 위해 귀향한다는 걸까? (그렇다면 문장이 잘못 되었다.) 고향의 누군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귀향한다는 걸까? (이때에는 낱말의 철자가 틀렸다.)

앙갚음’이란 말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남이 자기에게 끼친 만큼 자기도 그에게 해를 입힌다.”는 뜻의 말이다. 한자말로 하면 ‘복수’이다. 가령 “그가 나를 불행에 빠뜨렸으니, 나도 앙갚음을 할 거야.”처럼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말에 앙갚음과 발음이 무척 비슷한 ‘안갚음’이라는 낱말이 있다. 빚을 갚지 않는다는 ‘안 갚음’이 아니라, 어버이의 은혜를 갚는다는 참한 뜻을 가진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곧 “안갚음하러 귀향합니다.”는 부모님을 봉양하겠다는 갸륵한 마음으로 귀향한다는 말이다. 어찌 된 일인지 요즘 시대의 우리에게는 순 우리말이 되레 낯설다.

400년 전 중국 명나라의 이시진이라는 사람이 지은 <본초강목>이란 책이 있다. 한방에서 약재나 약학을 연구하는 부문을 다룬 의학서이다. 여기에 ‘반포’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말은 “까마귀가 처음 나서 어미가 60일 동안 먹이를 물어다가 새끼를 먹여 살리고, 새끼가 자라면 그 새끼가 다시 먹이를 물어다가 어미를 60일 동안 먹여 살린다.”는 말이다. 이 ‘반포’에 들어맞는 우리말이 ‘안갚음’이다. 그래서 ‘안갚음’은 “자식이 자라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제 일터 농촌진흥청이 없어졌습니다]

안녕하세요.

춥죠?
저도 몸도 춥고 마음도 춥네요.

어제 인수위원회에서 밝힌 정부조직개편안을 보셨나요?
제가 일하는 농촌진흥청이 없어지게 생겼습니다.
18청 가운데 오로지 농촌진흥청만 없어지고,
7,000명 가까이 공무원을 줄이는데 그 가운데 1/3인 2,100명이 농촌진흥청 직원입니다.
이 정도면 농업을 포기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겁니다.

어제 오후에 그 소식을 듣자마자 
늘쩍지근하고 날짝지근하니 온몸의 힘이 다 빠지는 것 같아 깨나른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늘쩍지근하다 : 몹시 느른하다.)
(날짝지근하다 : 몹시 나른하다.)
(깨나른하다 : 몸을 움직이고 싶지 않을 만큼 나른하다.)

정부조직 개편 소식을 듣고
해낙낙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훔훔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해낙낙하다 : 마음이 흐뭇하여 만족한 느낌이 있다.)
(훔훔하다 : 얼굴에 만족한 표정을 띠다.)
저는
부들부들 떨면서 만경하다시피 눈에 힘이 빠지더군요.
눈물도 갈쌍거리고......
(만경하다 : 눈에 정기가 없어지다.)
(갈쌍거리다 : 눈에 눈물이 자꾸 넘칠 듯이 가득하게 고이다.)

어제저녁에는 6시가 넘자마자 동료들이 다 같이 술집으로 몰려갔습니다.
다들 부어라 마셔라......
간잔지런하게 눈을 뜨고 여기저기에 대고 신세 한탄을 했습니다.
(간잔지런하다 : 졸리거나 술에 취하여 위아래 두 눈시울이 서로 맞닿을 듯하다.)

아침에 일터에 나오기는 했지만
나라져서 냅뜰 힘이 없네요.
(나라지다 : 심신이 피곤하여 나른해지다.)
(냅뜨다 : 일에 기운차게 앞질러 나서다.)

국가의 앞날을 보고 그렇게 했겠지만,
살똥스럽고 몰강스럽게 농업을 포기한 정권......
제발 뒤넘스런 짓이 아니었기만을 빕니다.
(살똥스럽다 : 말이나 행동이 독살스럽고 당돌하다.)
(몰강스럽다 : 인정이 없이 억세며 성질이 악착같고 모질다.)
(뒤넘스럽다 : 어리석은 것이 주제넘게 행동하여 건방진 데가 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8479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4152
» [2014/05/30] 우리말) 안갚음 머니북 2014-05-30 2122
1935 [2014/05/29] 우리말) 연필깎기 머니북 2014-05-29 2248
1934 [2014/05/28] 우리말) 그을리다와 그슬리다(2) 머니북 2014-05-28 2777
1933 [2014/05/27] 우리말) 그을리다와 그슬리다 머니북 2014-05-27 2496
1932 [2014/05/26] 우리말) '바' 띄어쓰기 머니북 2014-05-26 3688
1931 [2014/05/23] 우리말) 다이어트 머니북 2014-05-23 2159
1930 [2014/05/22] 우리말) '지' 띄어쓰기 머니북 2014-05-22 3063
1929 [2014/05/21] 우리말) 잊혀진 -> 잊힌 머니북 2014-05-21 3310
1928 [2014/05/20] 우리말) 갈아탈까? 바꿔 탈까? 머니북 2014-05-20 2210
1927 [2014/05/19] 우리말)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2) 머니북 2014-05-19 2233
1926 [2014/04/21] 우리말)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머니북 2014-04-21 2187
1925 [2014/04/18] 우리말) 해포이웃 머니북 2014-04-18 2707
1924 [2014/04/17] 우리말) 풋낯 머니북 2014-04-17 2693
1923 [2014/04/16] 우리말) 산소리 머니북 2014-04-16 2283
1922 [2014/04/15] 우리말) 배지는 보람으로 머니북 2014-04-15 2124
1921 [2014/04/14] 우리말) 부아와 애 머니북 2014-04-14 2187
1920 [2014/04/11] 우리말) 멋쟁이를 만드는 멋장이 머니북 2014-04-11 2231
1919 [2014/04/10] 우리말) 정부 보도자료 평가단 머니북 2014-04-10 2339
1918 [2014/04/09] 우리말) 국회의원 배지 머니북 2014-04-09 2233
1917 [2014/04/08] 우리말) 구름다리와 섬다리 머니북 2014-04-08 2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