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15] 우리말) 남동풍? 동남풍?

조회 수 11430 추천 수 47 2007.02.15 09:37:15
안녕하세요.

오늘도 방향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며칠 전에
동서남북이 새한마높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동풍은 샛바람이고,
남풍은 마파람,
서풍은 하늬바람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동쪽과 남쪽의 사이를 가리키는 말을 알아볼게요.
그걸 남동쪽이라고 할까요, 동남쪽이라고 할까요?
그쪽에서 부는 바람이 동남풍일까요, 남동풍일까요?
학교에서는 남동쪽이라고 배운 것 같은데......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동남풍'이 부라고 기도했을까요, '남동풍'이 부라고 기도했을까요?
중국놈들이 깝죽대는 것을 '동북공정'이라고 하지 '북동공정'이라고는 안 하는 것 같고,
베트남과 필리핀을 '동남아시아'라고 하지 '남동아시아'라고는 안 하는 것 같은데...

잠시 접어 두고,
'독도는 우리 땅' 노랫말에 보면,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200리...'라고 나옵니다.
여기서는 남동쪽이 아니라 동남쪽입니다.

이쯤 되면 헷갈리시죠?

두 방향의 사이를 말할 때 동서를 먼저 쓸까요, 남북을 먼저 쓸까요?

서양에서는 '남북'을 먼저 씁니다.
Northwest 항공이잖아요.
그러나 동양에서는 '동서'를 먼저 씁니다.
그래서 우리는 울릉도 동남쪽에 독도가 있다고 말하고,
동남아시아라고 말합니다.
중국도 동북공정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배우는 과학기술은 서양에서 들어온 게 많아서,
과학기술용어는 남북을 먼저 쓰는 게 많습니다.
그래서 지구과학이나 기상학에서는 남북을 먼저 씁니다.

재밌는 것은,
국어사전에는 동남풍과 남동풍, 북서풍과 서북풍이 다 들어있습니다.
기상학이라는 서양학문에 따라 기상을 따지면서도 우리의 자존심은 지키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KBS 상상플러스에 바란다]

여러분 텔레비전 자주 보세요?
저는 어젯밤에 늦게까지 상상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세대 간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 기성세대가 쓰는 말이나 젊은 사람들이 쓰는 낱말을 골라
출연자들이 퀴즈 형식으로 그 답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어제 문제는 '무플'이었습니다.
없을 무(無) 자에, 댓글을 뜻하는 리플(reply)에서 '플'을 따 와,
어떤 글에 댓글이 하나도 없는 것을 요즘 젊은 사람들이 '무플'이라고 한다네요.
좋은 낱말이 많은데 왜 하필 국적불명의 '무플'이라는 낱말을 골라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출연자는,
"밖에서 보기와 직접 출연한 것과는 많이 틀리죠?"라고 말 했다가,
진행자로부터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죠!"라는 핀잔을 듣고,
‘맨송맨송’을 ‘맹송맹송’이라고 했다가 한 소리 더 듣고...

또 다른 출연자는,
"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을 보고,
'성대모사'가 아닌 '성대묘사'라고 발음하고...

어떤 출연자는,
퀴즈를 맞히는 게 아니라 맞춘다고 이야기하고,
토라지는 것을 '삐친다'고 발음하지 않고 '삐진다'고 발음하고,
‘해코지’를 ‘해꼬지’라고 발음하고...

우리말을 다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좋은 일이고 고마운 일인데,
방송을 녹화하기 전에 출연자 교육부터 시켜야 할 것 같더군요.

보태기)
'퀴즈의 답을 맞히다'가 옳은 표현이고
'퀴즈의 답을 맞추다'라고 하는 것은 틀린 겁니다.
'맞히다'에는 "적중하다"는 의미가 있어서 정답을 골라낸다는 뜻이 있지만,
'맞추다'는 "대상끼리 서로 비교한다"는 의미가 있어
'답안지를 정답과 맞추다'와 같은 경우에만 씁니다.

“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새, 짐승 따위의 소리를 흉내내는 일.”을
‘성대모사(聲帶模寫)’라고 하는데,
순 우리말로는 ‘입내’이다.

소리가 아니라 “어떤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내어 꾸미는 짓.”은 ‘시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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