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1] 우리말) 맑순 주세요

조회 수 2716 추천 수 0 2017.04.22 10: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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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맑순 주세요]
음식점에 가면 차림표에 “대구지리”, “복지리” 따위로 써 붙인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생선국을 “매운탕”이라 하는 데 비하여, 고춧가루를 쓰지 않은 생선국을 그렇게 일컫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리(ちり)”는 일제강점기 이후 아직도 우리말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일본어 낱말이다.
몇몇 책에서는 “지리”를 대신할 우리 낱말로 “백숙”을 들어 놓았다. 양념하지 않은 채로, 곧 하얀 채로 익혔다는 뜻이겠다. 하지만 “대구지리”나 “복지리”를 “대구백숙, 복백숙”이라 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그것은 달걀 백숙과 같은 음식이 아니라 국이기 때문이다. 이 음식들은 매운탕과 상대되는 것이므로 “지리”란 말을 “맑은탕”이나 “싱건탕”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겠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미 “맑은탕”으로 순화해 놓았다. 예를 들어 “복지리”는 “복맑은탕”이나 “맑은복탕”으로, “대구지리”는 “대구맑은탕”이나 “맑은대구탕”으로 바꾸어 쓰도록 한 것이다.
한글학회 직원들이 자주 찾는 근처 음식점에서는 “맑은순두부”를 팔고 있다. 주문할 때에는 그저 “맑순 주세요.” 한다. 그리고 보면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국물 음식에는 두루 ‘맑은’을 붙일 만하며, 빛깔에 관계없이 맵지 않은 국물 음식은 “싱건찌개”, “싱건탕”처럼 ‘싱건’을 붙여 써도 괜찮을 듯하다. 아무튼 이제부터는 음식점 차림표에서 “복지리”나 “대구지리”와 같은 국적 불명의 음식 이름들은 씻어내었으면 좋겠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책장사와 책장수]
안녕하세요.

어제 보낸 편지에 제 실수가 있었네요.

'부피는 길이를 세 번 곱한 것입니다. '
라고 썼는데,
'부피는 가로, 세로, 높이 이렇게 세 개의 길이를 곱한 것입니다.'로 바로 잡습니다.
잘못을 짚어주신 원병태 님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아침부터 창밖에서 지저귀는 새 소리가 참 듣기 좋네요.
저는 이 편지 보내고 잠시 산에 가서 명아주에 물 좀 주고 오겠습니다. 
낮에 더위에 잘 견디라고... 
제 자리에서 산까지 약 30미터 정도 되거든요. 부럽죠? ^^*

오늘은 책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제가 읽은 책을 남에게 선물하는 것을 즐긴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즐거움을 여전히 누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 책 내용을 정리하고 제 느낌을 담아 일터 동료와 그 느낌을 나눕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맨 끝에는 언제나
저는 책장수가 아닙니다. 저는 이 책을 쓴사람이나 펴낸 곳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라는 토를 꼭 답니다.
괜히 오해받기 싫어서... ^^*

오늘은 장수와 장사를 갈라보겠습니다.

제가 책을 팔면 책장수일까요, 책장사일까요? ^^*

'장사'는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서 팖. 또는 그런 일."을 뜻합니다.
장사가 잘되다, 장사를 시작하다처럼 씁니다.

'장수'는 "장사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사과 장수, 호떡 장수처럼 쓰죠.

엿장사와 엿장수도 같은 경우입니다.
'엿장수'는 실제 엿을 파는 사람이고,
'엿 장사'는 엿을 파는 일을 뜻합니다.

따라서,
제가 책을 소개하는 글 끝에 쓰는 글은,
저는 책을 팔아 돈을 버는 책장수나 여러 가지 책을 파는 책 장사가 아닙니다라는 뜻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저에게 가끔 선물을 보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선물 보내주시면 거의 다 돌려보냅니다.
그러나 책은 그냥 받습니다. 책은 언제든지 보내주십시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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