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02] 우리말) 낯선 편지

조회 수 5678 추천 수 109 2006.10.02 12:31:25
안녕하세요.

요즘 낯선 편지를 가끔 받습니다.
제가 우리말편지를 보낸다는 것을 신문에서 보시고
편지 보낼 때 같이 보내달라는 분도 많으시고,
그동안 보낸 편지를 한꺼번에 보내달라는 분도 많으시고...

제 나름대로는 그동안 편지를 보내면서
우리말편지를 받으시는 분들과 조금은 친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가족 이야기를 떠들기고 하고,
가끔은 어머니 이야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뜬금없이 다른 분들의 편지를 받으니 좀 낯서네요.
며칠 동안은 계속 낯설 것 같은데요.
그 낯섦은 없애고자 오늘은 '낯설다'를 좀 볼게요.

흔히 '낯설은 사람, 낯설은 고향, 낯설은 친구'처럼 '낯설은'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낯설다'에 '-은'이 연결되면 'ㄹ'이 탈락하여 '낯선'이 됩니다.
'낯설은'은 잘못입니다.

다음 뉴스 검색에서,
'낯선'을 검색하니 13,577개의 기사가 나오고,
'낯설은'을 검색하니 103개가 나오네요.
다행입니다.

http://tab.search.daum.net/dsa/search?serv=news&q=%B3%B8%BC%B1&w=news&SortType=&ResultType=&site=&cp

이와 비슷한 단어가 '거칠다'입니다.
이것도 거칠은 벌판으로 달려가자나 거치른 상태처럼 쓰면 틀립니다.
'거칠다'에 '-은'이 연결되면 'ㄹ'이 탈락되어 '거친'이 됩니다.
'거칠은'은 잘못입니다.

다음 뉴스 검색에서,
'거친'을 검색하니 36,609개의 기사가 나오고,
'거치른'을 검색하니 29개가 나오며,

'거칠은'을 검색하니 27개가 나오네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http://tab.search.daum.net/dsa/search?nil_suggest=btn&w=news&oldw=news&sw=news&q=%B0%C5%C4%A3

며칠 동안 낯선 편지를 좀 받겠지만,
그 낯섦을 없애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낯설다'의 명사형은 '낯섦'입니다.
단어가 좀 낯설죠?
아래 예전에 보낸 편지를 읽어보시면,
왜 낯설다의 명사형이 낯섦인지 아실 겁니다.


[메주는 콩으로 만듦, 쟁기로는 논을 갊]  

요즘 내용이 간단해서 좋죠?
내용도 간단하고, 하루 건너서 편지가 오고...
매일 편지를 받으니 소화불량에 걸리게 생겼다는 분들이 계셔서,
편지 분량과 횟수를 좀 조절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간단한 겁니다.

메주는 콩으로 만듬, 메주는 콩으로 만듦

이 중 어떤 게 맞을까요?

우리말에,
동사를 명사처럼 만들어주는 명사형 어미는 ‘(으)ㅁ’을 씁니다.
‘으’를 괄호로 묶어 ‘(으)’로 표기한 것은 ‘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명사형 어미는 ‘음’이나 ‘ㅁ’이라는 거죠.
자음 다음에는 ‘음’을 쓰고, 모음 다음에는 그냥 ‘ㅁ’만 씁니다.
예를 들어,
‘먹다’의 명사형은 ‘먹음’이고,(자음 다음이므로 ‘음’)
‘가다’의 명사형은 ‘감’입니다.(모음 다음이므로 ‘ㅁ’)
자음 다음에 ‘으’가 있는 ‘음’을 쓰는 것은 자음끼리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으’를 개입시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별 거 아닙니다. 가볍게 소화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ㄹ’형 동삽니다.
동사의 어미가 자음 ‘ㄹ’로 끝나는 경우는 좀 헷갈립니다.

‘ㄹ’은 비록 자음이지만 현대국어에 ‘ㄻ’이라는 겹받침의 형태가 있기 때문에
‘으’를 개입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ㄹ 다음에 ㅁ이 들러붙는 형태를 씁니다.
예를 들어,
만들다-만듦, 베풀다-베풂, 갈다-갊, 줄다-줆, 살다-삶 이 그런 형태죠.
‘살다’의 명사형이 ‘삶’이라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시면서,
‘갈다’의 명사형이 ‘갊’이라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우시죠?
자주 안 봐서 그렇습니다.

우리가 자주 틀리는 몇 가지 예를 보면,
많이 줄어듬 >> 많이 줄어듦
밖으로 내몸 >> 밖으로 내몲
메주는 콩으로 만듬 >> 메주는 콩으로 만듦
쟁기로 논을 감 >> 쟁기로 논을 갊
입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누가 뭐래도 건강해야, 일을 할 수 있고,
친구도 만날 수 있고, 술도 먹을 수 있고, 행복한 가정도 꾸릴 수 있잖아요.
항상 건강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853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4211
2576 [2006/12/11] 우리말) 벼리를 잘 잡아야합니다 id: moneyplan 2006-12-11 5214
2575 [2006/12/12] 우리말) 저는 절대 똥기지 않을 겁니다 id: moneyplan 2006-12-12 5053
2574 [2006/12/13] 우리말) 시간 참 잘가죠? id: moneyplan 2006-12-13 5446
2573 [2006/12/14] 우리말) 어제는 어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id: moneyplan 2006-12-14 4977
2572 [2006/12/15] 우리말) 본데없는 사람 id: moneyplan 2006-12-15 3948
2571 [2006/12/16] 우리말) 어제 받은 답장 id: moneyplan 2006-12-18 4451
2570 [2006/12/18] 우리말) 살찌다와 살지다 id: moneyplan 2006-12-18 5041
2569 [2006/12/18] 우리말) 암캐도 복제 성공했다 id: moneyplan 2006-12-19 5419
2568 [2006/12/19] 우리말) 봇물을 이루다? id: moneyplan 2006-12-19 54014
2567 [2006/12/20] 우리말) 세모가 아니라 세밑! id: moneyplan 2006-12-20 5419
2566 [2006/12/21] 우리말) 기여가 아니라 이바지입니다 id: moneyplan 2006-12-21 9244
2565 [2006/12/22] 우리말) 외골수/외곬 id: moneyplan 2006-12-22 4021
2564 [2006/12/23] 우리말) 우리말편지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id: moneyplan 2006-12-26 3957
2563 [2006/12/26] 우리말) '저축하다'는 뜻의 순우리말은 '여투다'입니다 id: moneyplan 2006-12-26 4173
2562 [2006/12/27] 우리말) 책을 구입하고 책 값을 지불하신다고요? id: moneyplan 2006-12-27 4467
2561 [2006/12/28] 우리말) 용서하고 풀치고... id: moneyplan 2006-12-28 4264
2560 [2006/12/29] 우리말) 하일라이트가 아니라 하이라이트 id: moneyplan 2006-12-29 4611
2559 [2006/12/31] 우리말) 올 한 해를 뒤돌아볼까요 되돌아볼까요? id: moneyplan 2007-01-02 3617
2558 [2007/01/02] 우리말) 담배를 꼭 끊어보겠다는 큰 보짱이 있습니다 id: moneyplan 2007-01-02 4009
2557 [2007/01/03] 우리말) 어제 시무식에서 들은 말 id: moneyplan 2007-01-03 4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