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29] 우리말) 같이 읽고 싶은 글

조회 수 2811 추천 수 0 2012.06.29 10:08:47

한글은 헷갈릴 일이 없어서 좋다백우진은 백우진이다“제 이름은 이렇게 쓰고이렇게 읽는다”고 알려줄 필요가 없다영미권에는 이름을 읽는 방법을 확인해주는 사이트가 여럿 있다.세종에게 감사할 또 하나의 이유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여러분이 보내주신 편지를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이렇게 좋을 글을 같이 읽어보는 것도 요즘 유행하는 '집단 지성'의 한 방법인가요? ^^*

1.
최근 우리 회사 직원이 홈페이지에 쓴 조의에 대한 감사글 2건을 소개하네.
난 아무리 봐도 한글로 작성한 <보기 1>이 더 맘에 드는데...
암튼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한자를 쓰면 더 예의있고 정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거 같아 씁쓸해.
두분 모두 감사의 뜻을 간곡하게 표현했는데 과다한 한자 사용은 약간의 거부감이 느껴진걸 보니 성 박사같은 사람들의 노고 덕분이 아닌가 싶네
계속해서 좋은 글 부탁하네.
역시 우리것은 좋은것이여~
고교 동창생 최상철 보냄

<
보기 1>
000
에서 근무하는 000입니다.
진심으로 머리숙여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이번 저의 어머님 영전에 멀리까지 찾아주시고 정중하신 조의를 베풀어 주심과 멀리서 마음으로 보내주신 위로와 격려 덕분에 그 동안 정들었던 어머님을 잘 모시고 올라왔습니다.
임원님과 직원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어머니를 떠나 보낸 슬픔에 젖어있는 저에게 너무나도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찾아뵙고 인사올리는 것이 도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로써 감사인사를 대신하여 드리게 된 점 또한 죄송한 마음금할 길 없사와 넓은 아량으로 헤아려 주시길 바랍니다.
베풀어 주신 이 은혜를 꼭 잊지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가내에 건강과 평화가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2012.05.20. 000 
배상

<
보기 2>
感謝人事
今般(금반저희 丈人( 000) 喪事時(상사시)
公私多忙(공사다망)하신 中()에도 遠近(원근)을 不問(불문)하시고
鄭重(정중)하신 弔慰(조위)와 厚意(후의)를 베풀어 주신 德澤(덕택)으로 葬澧(장례)를 無事히 맞쳤음을 眞心(진심)으로 感謝(감사드립니다.
일일이 찾아 뵙고 人事(인사)드림이 道理(도리)인줄 아오나 慌忙中(황망중)이오라 于先(우선紙面(지면)으로 人事(인사)드림을 寬容(관용)하여 주시기를 바라오며,
家庭(가정)에 健康(건강)과 幸運(행운)이 깃드시기를 祈願(기원)합니다.
000, 000 
拜上


2. 
백우진 아시아경제 경제부장이 쓴 칼럼을 
성균관대학교 최영록 홍보전문위원이 저에게 보내주셨습니다

신문사에 1991년에 입사한 내가 저널리즘에 기여한 첫 사례가 아마 외국 사람 이름을 바로잡은 것이지 싶다수습 때 부서 순환 배치 프로그램에 따라 편집부에서 근무할 때였다당시엔 희한한 해외 뉴스를 모은 해외토픽 란이 있었다‘모디글리아니’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화가 ‘모딜리아니’를 잘못 표기한 것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N L 앞의 G는 묵음이다. Modigliani는 모딜리아니고, gn 은 뒤에 오는 모음에 따라 ‘냐 녜 니 뉴 뇨’로 발음된다예컨대 Agnes를 이탈리아에서는 아녜스라고 읽는다이 이름은 영미권으로 넘어가서 애그니스가 된다
문자 밥을 먹으면서 나라마다 발음을 적는 독특한 방식이 있음을 알게 됐다베트남 정치인 ‘응오딘지엠(Ngo Dinh Diem)’을 우리는 오랫동안 ‘고딘디엠’으로 쓰고 불렀다베트남에는 ‘응’으로 시작하는 이름이 있고그 발음을 ng로 표기한다
<
찰리와 초콜릿공장>을 쓴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로알드 달(Roald Dahl)로 통한다달은 노르웨이 혈통의 영국인이다. Roald라는 이름은 노르웨이 탐험가 아문센과 같다아문센은 인터넷 백과사전에 '로알 아문센'이라고 나온다노르웨이에서는 Roald 같은 단어 끝 d가 묵음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의 이름 또한 ‘로알 달’이지 않을까노르웨이에서는 ‘로알’이지만 영국에서 태어나고 살았기 때문에 ‘로알드’로 불렸을 가능성도 있다이 의문은 미국에 출장 갔다가 본 뉴스가 풀어줬다그의 작업실을 보존해야 한다는 뉴스에서 앵커와 기자는 그의 이름을 ‘로알’이라고 발음했다
스페인에서는 J를 ㅎ 으로 발음하고 포르투갈에서는 R 을 ㅎ으로, O는 ㅜ 로 읽는다스페인 사람 Jose는 호세가 되고포르투갈 축구 선수 Ronaldo는 호날두라고 불린다과거에 한번 잘못 박힌 오기(誤記)는 좀처럼 수정되지 않는다희망봉을 거쳐 아시아로 가는 해로를 개척한 포르투갈 사람 Vasco da Gama를 아직도 많은 출판물에서 ‘바스코 다 가마’라고 쓴다‘바스쿠 다 가마’가 맞다브라질 수도는 ‘리우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가 아니라 ‘히우 지 자네이루’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의장을 지낸 Alan Greenspan을 한국에서는 ‘앨런 그린스펀’이라고 쓰고 읽는다일설에는 처음에 신문사 외신부에서 ‘그린스판’이라고 했다가 “스판덱스의 스판이냐”는 지적에 ‘스펀’으로 수정됐다고 한다미국 금융시장 뉴스를 가까이 들여다보고 전하는 일을 하면서 인터넷 방송에서 그를 ‘그린스팬’이라고 부르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다시 들어보고 또 들어봐도 그는 ‘그린스팬’이었다아직도 ‘그린스펀’ 표기가 ‘그린스팬’보다 훨씬 많다
최근에 눈을 성가시게 한 표기는 Walter Isaacson을 ‘월터 아이작슨’이라고 쓴 것이다출판사는 스티브 잡스 전기 표지와 광고에 저자 이름을 그렇게 적었다번역자는 a 가 연달아 적힌 것을 보고 별 의문 없이 ㅏ 로 발음된다고 추측한 듯하다구글에서 그가 나온 방송 동영상을 찾아 들어봤다‘아이직슨’이란다이상해도 어쩔 수 없다그는 아이직슨이다
한글은 헷갈릴 일이 없어서 좋다백우진은 백우진이다“제 이름은 이렇게 쓰고이렇게 읽는다”고 알려줄 필요가 없다영미권에는 이름을 읽는 방법을 확인해주는 사이트가 여럿 있다세종에게 감사할 또 하나의 이유다



고맙습니다. ^^*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
압정 ==>> 누름 못/누름 핀/납작못]

저는 가끔 '압정'을 하나 가지고 나갑니다.
제가 할 줄 아는 마술이 딱 한 가지 있는데,
그 마술을 하려면 압정이 필요하거든요.

어젯밤 10시에 사무실을 나서면서 압정을 챙겼죠.
술 마시다 분위기 좀 살리려고...

압정이 뭔지 아시죠?
압정(押釘),
"
대가리가 크고 촉이 짧아서 흔히 손가락으로 눌러 박는 쇠못"을 말합니다.

바로 이 압정은,
일본어 (押釘おしピン[오시핀])에서 온 말입니다.
おし[오시]는 밀다는 뜻이고,
ピン[]은 영어 pin입니다.
밀거나 눌러서 박는 핀이라는 뜻으로 일본에서 만든 낱말이 바로 '압정'입니다.

일찍이 국립국어원에서,
‘납작못’, '누름 못'이나 '누름 핀'으로 다듬은 말입니다.

이제 앞으로는,
일본사람들이 만들어 쓰는
‘압정’이라는 낱말 말고‘납작못’을 쓰자고요.

저도 앞으로는 '납작못'으로 마술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보태기)
押し+pin(おしピン), ? +pin(あっピン두 가지 다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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