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8] 우리말) 댓글을 소개합니다

조회 수 2351 추천 수 104 2009.12.18 08:26:15
요즘 모든 전자기기엔 리모컨이 있지요.
멀리서 조작하는 도구이니
"멀틀개"는 어떤가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여전히 춥네요. 주말에도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어제 퇴근 무렵에 어떤 분과 일 때문에 전화로 다퉜습니다.
제 기억에 제가 그렇게 화를 낸 것은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아주 거친 말로 싸웠는데, 오늘 아침에 받은 '행복한 경영이야기'라는 편지에 '말이 갖는 세 가지 힘'이라는 글이 있네요.
말... 참으로 조심스럽게 써야 할 인간의 도구인 것 같습니다.
어젯밤 늦게 그분이 전화를 걸어와서 저에게 사과하긴 했는데, 저 또한 모든 것을 잘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겠죠.
그렇게 거친 말로 다퉜으니...


오늘은 어제 받은 댓글을 소개하겠습니다.

전국 국어 운동 대학생 동문회 누리집을 운영하시는 이봉원 님이 보내주신 편지입니다.
http://www.hanmal.pe.kr/bbs/zboard.php?id=ulimal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모두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란 누리집
http://www.malteo.net/index.php
에 들어가서

제가 다듬어 본 몇 가지 말을 올렸습니다.


(1) '리모컨'은 "멀틀개"로

요즘 모든 전자기기엔 리모컨이 있지요.
멀리서 조작하는 도구이니
"멀틀개"는 어떤가요?

'멀리서' '트는'  '개(도구)'
* "틀다"는 '기계나 장치에 손을 대어 그것이 움직이게 한다.'는 말입니다.
* "개"는 '집개', '마개', '깔개', '지우개'처럼, 그다지 크지 아니한 기구를 뜻하는 접미사지요.


(2) '네비게이션'은 "길찾개"로

요즘 자동차에 많이 달고 다니는
길 찾아 주는 기계장치입니다.
국어원에선 '길 도우미'라고 순화한 걸로 아는데
'도우미'는 사람이란 뜻이 강합니다.
그러니까 '길 안내인' 같은 느낌을 줍니다.

'네비'는 사람이 아니고 기계잖아요?
그래서 저는 "길찾개"라고 다시 고쳤으면 합니다.
'길을 찾아 주는 도구'란 말을 줄인 것이지요.

*"개"- '지우개, 덮개, 마개....


(3) '셀프 서비스'는 "제 시중"으로

오래 전 한글학자 한갑수 선생님께서는
'셀프 서비스'를 '자기가 자신을 시중 든다'는 뜻에서
"제 시중"이라고 다듬으신 적이 있습니다.
물론 '시중'은 우리 토박이말이고요.

"마실 물은 제 시중으로"
어려운가요?

그러면...
"마실 물은 스스로"
라고 해도 되겠어요.

제발 식당 주인 여러분,
"WATER는 셀프"
이런 식으로는 적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


오늘은 말수를 좀 줄이고 지내겠습니다.
싸움을 반성하는 뜻으로...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선친 잘 계시냐? ]

어제는 오랜만에 중학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가끔 보는 친구도 있고,
중학교 졸업한 뒤로 처음 보는 친구도 있고...

어제 친구와 이야기하던 중 좀 꼬집고 싶은 게 있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불쑥,
'근데, 요즘 선친은 잘 계시냐?'라고 묻더군요.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친구 낮을 봐서 그냥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선친(先親)은
'남에게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를 이르는 말'입니다.
내가 남에게 쓰는 말입니다.
그것도 아버님이 이미 돌아가신 경우에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그 친구가 저에게,
'요즘 아버님 잘 계시냐?'라고 물었다면,
'응, 실은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라고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근데, 뜬금없이 '선친'잘 계시느냐고 물으니,
하늘나라 사정을 제가 알 수도 없고......
또,
그 친구와 저는 형제가 아닌데 ‘선친’이라니...

내친김에,
'저희 선친께서 한번 뵙자고 하십니다.'도 말이 안 됩니다.
만약, 아버지가 살아계신 상태에서 그런 말을 했다면,
큰 불효가 됩니다.
선친은 돌아가신 내 아버지를 이르는 말이므로,
살아있는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거잖아요.
또,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셨다면,
하늘나라에 계시는 아버지가 당신을 좀 보고자 하십니다는 말이 되므로
듣기에 따라서는 영 거시기한 말이 될 수도 있죠.

우리는 학교 다닐 때
엄친, 가친, 선친 같은 한자말을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 낱말을 써서 말을 해야만 격식을 갖춘 언어 예절로 배웠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어는 상대방과 나누는 느낌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알기 쉽고 받아들이기 편하게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저는
엄친, 선친보다는 아버님이 훨씬 다정하게 들립니다.

보태기)
아버지의 높임말인 '아버님'은
1. 남의 아버지를 높일 때,
2. 돌아가신 내 아버지를 이를 때,
3. 시아버지를 이를 때만 씁니다.
따라서,
'저희 아버님이 좀 뵙자고 하십니다.'도 틀립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좀 뵙자고 하십니다.'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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