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30] 우리말) '한목'과 '한몫'

조회 수 5303 추천 수 106 2006.10.30 10:05:30
서버장애 문제로 며칠동안 우리말123을 게재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시간을 내서 게재하지 못한 자료를 찾아 게재를 할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머니플랜 담당자)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어요?
저는 지난 주말에 단양팔경을 보고 왔습니다.
친구 네 집 식구가 모여 재밌게 놀았습니다.
친구들 계모임이었는데,
이제 곗돈이 좀 모이니 어떻게 하면 한목에 털어먹을까를 걱정(?)하더군요.

여기서 '한목'이 맞을까요, '한몫'이 맞을까요?
둘 다 사전에 있는 낱말입니다.

'한목'과 '한몫'은 발음이 같아 헷갈리는데요.
'한목'은
"한꺼번에 몰아서 함을 나타내는 말"로
돈 생기면 한목 갚을게, 겨우내 땔 것을 미리 한목에 많이 해다가...처럼 씁니다.

'한몫'은
"한 사람 앞에 돌아가는 배분"을 뜻합니다.
한몫씩 챙기다, 한몫 떼어 주다처럼 씁니다.

정리하면,
'한목'은 '한꺼번에'라는 뜻이고,
'한몫'은 '한 사람 몫'입니다.

제 친구들은
그동안 모은 곗돈을 한몫씩 챙겨 가져갈 생각을 하지 않고,
어디 놀러 가서 한목에 털어먹을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저는 가끔 복권을 삽니다.
한몫 잡으려고 사는데 잘 안 되네요.
용돈 다 털어서 한목에 복권을 몽땅 사야 뭔가 좀 될까요?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기라성 같은 사람들 >> 대단한 사람들]

이제는 비가 그쳐도 좋으련만......

요즘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을지훈련 중입니다.
어제는 제가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날이었죠.
아침에 상황실 일을 교대하고 있는데,
마침 높으신 분이 오시더니,
“이번 근무조는 기라성 같은 사람들이라서 상황실이 잘 돌아가겠네!”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직원을 격려해 주시는 것은 좋은데,
‘기라성’이라는 말은 영 거슬리네요.

아시는 것처럼 기라성은 일본말입니다.
기라성(綺羅星, きらぼし[기라빠시])에서,
‘기라(きら[기라])’는 일본어로 반짝인다는 뜻이고,
성(星)은 별입니다.
따라서 말 그대로 풀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 또는,
그런 실력자들이 늘어선 것을 비유하는 말이죠.

이렇게 일본말이
우리 생활주변에 남아있는 게 많습니다.
몇 개만 예를 들어보죠.
지금은 별로 쓰지 않지만,
‘지하철에서 쓰리 당했다’ 할 때,
‘쓰리(すり[쓰리])’는 ‘소매치기’라는 일본말입니다.

‘이번 회식비는 각자 분빠이 하자’할 때,
분빠이(ぶんぱい[분빠이])는 ‘分配’를 일본식 발음대로 읽은 것입니다.

야미(やみ[야미])라는 말은 ‘뒷거래, 뒤, 암거래’를 뜻하는 일본어고,
삐까삐까(ぴかぴか[삐까삐까])는 ‘번쩍번쩍 윤이 나며 반짝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입니다.

유도리(ゆとり[유도리]) 대신 ‘융통성, 여유’를 쓰면 되고,
노가다(土方, どかた[도가다]) 대신 ‘노동, 막일’을 쓰면 되며,
무대포(無鐵砲, むてっぽう[무뎃뽀우]) 대신 ‘막무가내’라는 우리말이 있고,
찌라시(散らし, ちらし[찌라시]) 대신 ‘광고 쪽지’나 ‘광고지’라고 쓰면 됩니다.

차에 기스(傷, きず[기스])가 난 게 아니라 ‘흠집’이 생긴 것이며,
사장님에게 구사리(腐り, くさり[쿠사리])를 먹은 게 아니라 ‘면박’당한 것입니다.
차에 연료를 입빠이(一杯, いっぱい[잇빠이])넣거나
만땅(滿タン, まんタン[만땅]) 채울 필요 없이,
‘가득’ 채우면 됩니다.

며칠 전이 광복 60주년 이었습니다.
친일파 후손이 땅을 찾기 위해 내는 더러운 소송을 보면서 광분만 할 게 아니라,
내가 쓰는 말 중,
나도 모르게 쓰고 있는 일본말은 없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하루로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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