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2] 우리말) 필자가 아니라 글쓴이!

조회 수 5428 추천 수 88 2006.09.12 09:50:00
안녕하세요.

저는 요즘 책 읽을 시간이 많네요.
병원에 있다 보면 딱히 뭐 할 게 없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을 많이 봅니다.

어떤 책이라고 꼭 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많은 책에서 보이는 잘못을 좀 지적해 볼게요.

첫째,
뭔가를 설명하면서 '즉'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이는 '곧'으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뜻이 거의 같은데 굳이 한자인 즉(卽)을 쓸 까닭이 없죠.

둘째,
설명하면서 자주 나오는
"말할 것도 없음"이라는 뜻의 '물론'이라는 단어는 일본어 勿論(もちろん[모찌롱])에서 왔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말할 것도 없음'으로 바꿔 쓰시면 됩니다.

셋째,
'필자'라는 말입니다.
사전에는
"글을 쓴 사람. 또는 쓰고 있거나 쓸 사람."이라고 풀어져 있지만,
그 뜻은
그 책을 쓴 사람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제삼자가 글을 쓴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곧,
글쓴이가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고..."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글을 읽는 사람이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 것이고..."라는 것만 말이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필자'도 일본식 표현입니다.
筆者(ひっしゃ[핏샤])라는 일본어에서 왔거든요.

글을 쓴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가리켜 필자라고 쓴 것은,
필자의 뜻을 제대로 몰랐거나,
가진 게 없어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 일겁니다.

그냥 '글쓴이'라고 하면 누가 잡아가나요?
그 책의 값어치가 떨어질까요?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짜집기]

어제 한 잡지사에서 글을 좀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전화한 기자 말로는,
새로 쓸 것까지는 없고, 그동안 써 놓은 글을 독자 수준에 맞게 짜집기해 달라더군요.
시간 많이 들일 필요 없이 그냥 짜집기해 달라고...

“직물의 찢어진 곳을 그 감의 올을 살려 본디대로 흠집 없이 짜서 깁는 일”이나,
“기존의 글이나 영화 따위를 편집하여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드는 일”을
말하는 단어는,
‘짜집기’가 아니라 ‘짜깁기’입니다.

“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에 다른 조각을 대거나 또는 그대로 꿰매다”라는 뜻의 단어는
‘깁다’이지 ‘집다’가 아니잖아요.
당연히, ‘짜집기’가 아니라 ‘짜깁기’로 써야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7861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3501
2556 [2013/09/30] 우리말) 굉장히 머니북 2013-09-30 5588
2555 [2007/11/06] 우리말) 할는지와 할런지 id: moneyplan 2007-11-07 5573
2554 [2009/03/31] 우리말) 꾀와 꽤 id: moneyplan 2009-03-31 5549
2553 [2012/07/11] 우리말) 왔다리 갔다리 머니북 2012-07-11 5544
2552 [2007/01/30] 우리말) 발자국과 발자욱 id: moneyplan 2007-01-31 5541
2551 [2009/10/06] 우리말) 내숭 id: moneyplan 2009-10-06 5510
2550 [2006/09/11] 우리말) 납골당 >> 봉안당 id: moneyplan 2006-09-11 5483
2549 [2007/01/12] 우리말) '들쳐메다'가 아니라 '둘러메다'입니다 id: moneyplan 2007-01-12 5480
2548 [2013/08/29] 우리말) 점잔과 점잖 머니북 2013-08-29 5478
2547 [2011/09/19] 우리말) 날개/나래, 냄새/내음 머니북 2011-09-19 5478
2546 [2014/08/08] 우리말) 딸따니 머니북 2014-08-11 5468
2545 [2006/11/14] 우리말) 사의 표명! 반려? id: moneyplan 2006-11-14 5468
2544 [2006/09/15] 우리말) 게슴츠레 졸린 눈 id: moneyplan 2006-09-15 5443
» [2006/09/12] 우리말) 필자가 아니라 글쓴이! id: moneyplan 2006-09-12 5428
2542 [2008/09/04] 우리말) 알켜주다와 갈켜주다 id: moneyplan 2008-09-04 5416
2541 [2006/10/16] 우리말) 아싸리 말해서 이거 똔똔입니다 id: moneyplan 2006-10-16 5410
2540 [2006/09/07] 우리말) 휭하니 >> 힁허케 id: moneyplan 2006-09-07 5410
2539 [2006/09/20] 우리말) 살사리꽃이 하늘거릴까 하늘댈까? id: moneyplan 2006-09-20 5408
2538 [2008/11/06] 우리말) 관용구란? id: moneyplan 2008-11-06 5405
2537 [2007/03/22] 우리말) 미역 서식지? id: moneyplan 2007-03-22 5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