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드디어 오늘 농촌진흥청 잔치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흔히 어떤 행사를 시작할 때,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라고 하고,
그 행사가 끝날 때,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대단원은 행사가 끝날 때만 씁니다.
대단원(大團圓)은 대미(大尾)와 같은 뜻으로,
"연극이나 소설 따위에서,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끝을 내는 마지막 장면"을 말합니다.
단원의 막이 내렸다처럼 씁니다.

곧, 어떤 행사의 시작에는 대단원이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됩니다.
끝낼 때만 '대단원'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저도 이제 좀 쉴 수 있겠죠?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불초소생]

오늘은 ‘불초’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흔히 자기 자신을 낮추어 말할 때,
“불초소생이 어쩌고저쩌고”라고 합니다.
“불초소생인 저를 뽑아주셔서 어쩌고저쩌고...”
“불초소생인 제가 막중한 임무를 맡아 어쩌고저쩌고...”
보통 정치인이나 고관대작들이 많이 쓰는 말입니다.

근데 이 ‘불초’라는 단어는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식과 임금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불초(不肖)는
아니 불, 닮을 초 자를 써서,
자기의 아버지를 닮지 못했다는 말로,
자식이 부모에게 자기를 낮추어 말하는 것입니다.
또, 임금이 선왕을 닮지 못해 큰 뜻을 따르지 못한다는 겸손한 의미로만 씁니다.
맹자(孟子) 만장(萬章)편 상권에 있는 말이죠.

따라서,
‘불초소생’은,
‘제가 아버지의 큰 뜻을 따라가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의미로 씁니다.
부모님께 드리는 이런 겸손한 말을,
시궁창에 처박혀 사는 정치인들이 세 치 혀로 언죽번죽 지껄이면 안 되죠.

돌아오는 일요일이 돌아가신 아버지 제사입니다.

아버지는 생전에 남에게 많은 것을 베풀도록 저를 가르치셨죠.
오죽했으면,
7대 독자인 제게,
“남들이 진정으로 원하면 네 XX도 떼 줘라.”라고 하셨으니까요. ^^*

자신에게 소중한 것도
남들이 필요하다면 뭐든지 내주라는
선친의 가르침을 저는 못 따르고 있습니다.
남을 챙겨주고 배려하기는커녕,
작은 것에 집착하고, 사소한 일에 짜증내고...
부질없는 욕심에 마음 아파하고...

이런 ‘불초소생’이
앞으로는 남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배려하며 살겠다는 약속을 드리러
아버지를 뵈러 갑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7789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3431
2596 [2006/09/01] 우리말) 나염이 아니라 날염입니다 id: moneyplan 2006-09-01 7113
2595 [2013/09/10] 우리말) 부나비 머니북 2013-09-10 7108
2594 [2009/02/06] 우리말) 쌈빡하다와 삼박하다 id: moneyplan 2009-02-06 6997
2593 [2007/10/15] 우리말) 지난주, 이번 주, 다음 주 id: moneyplan 2007-10-15 6904
2592 [2007/08/24] 우리말) 허니문베이비의 순 우리말은? [1] id: moneyplan 2007-08-24 6884
2591 [2013/02/20] 우리말) 봄꿈 머니북 2013-02-20 6814
2590 [2009/04/13] 우리말) 헛으로와 허투루 id: moneyplan 2009-04-13 6807
2589 [2012/09/27] 우리말) 부저와 단추 머니북 2012-09-27 6802
» [2006/09/03] 우리말) 오늘 농촌진흥청 잔치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id: moneyplan 2006-09-04 6728
2587 [2013/09/12] 우리말) 슬다 머니북 2013-09-12 6598
2586 [2014/01/23] 우리말)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머니북 2014-01-23 6567
2585 [2012/03/22] 우리말) 사이시옷 머니북 2012-03-22 6554
2584 [2012/09/26] 우리말) 햅쌀과 오려쌀 머니북 2012-09-26 6413
2583 [2006/09/18] 우리말) 숟가락을 떨어트리다? 떨어뜨리다? id: moneyplan 2006-09-18 6346
2582 그 동안 연재하던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을 종료 합니다. 머니북 2017-11-28 6213
2581 [2013/09/09] 우리말) 고운때 머니북 2013-09-09 6195
2580 [2006/09/25] 우리말) 모듬과 모둠 id: moneyplan 2006-09-25 6162
2579 [2010/01/11] 우리말) 차 띄어쓰기 id: moneyplan 2010-01-11 6156
2578 [2006/12/05] 우리말) 어제 점심때 [달글] 먹었습니다 id: moneyplan 2006-12-05 6131
2577 [2011/12/14] 우리말) 부치다와 붙이다 머니북 2011-12-14 6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