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29] 우리말) 날아가다와 날라가다

조회 수 8320 추천 수 0 2012.08.29 10:50:55

'날아가다'는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으므로 붙여 쓰는 게 바릅니다.
'날라 가다'는 한 낱말이 아니므로 띄어 쓰는 게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큰 태풍이 지나가고, 태풍이 하나 더 올라온다고 하네요.
저는 고향에 어머니 혼자 계시는데 어제 태풍이 올라오면서 뭘 건드렸는지 집 전화도 안 되고 손전화도 안 터져서 잠시나마 식겁 했습니다.

어제 온 태풍은 바람이 무척 세더군요.
그 바람에 고향 집 아랫방 문짝도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번 주말에 고향에 가서 문짝부터 고쳐야겠습니다. ^^*

오늘은 '날아가다'와 '날라가다'를 갈라보겠습니다.
'날아가다'는 '날다'와 '가다'가 합쳐진 낱말입니다.
말하는 이, 또는 말하는 이가 정하는 어떤 기준점에서 멀어지면서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가 계속 진행됨을 나타내는 말이죠.
'날아가다'는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으므로 붙여 쓰는 게 바릅니다.
철새가 북쪽으로 날아갔다,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처럼 씁니다.

'날라 가다'는 '나르다(옮기다)'와 '가다'가 합쳐진 낱말입니다.
'날라 가다'는 한 낱말이 아니므로 띄어 쓰는 게 바릅니다.

정리해보면,
물건을 옮길 때 쓰는 움직씨(동사)인 '나르다'가 활용하면 '날라'가 되고, 
공중을 떠갈 때 쓰는 움직씨인 '날다'가 활용하면 '날아'가 됩니다. 

이번 태풍으로 여기저기 피해가 크다고 합니다.
농작물에 피해가 크다는데 걱정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6년 이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염치불구하고...]

어제 어떤 분이 딸내미 머리핀을 주신다기에
염치불구하고 넙죽 받기로 했습니다.
그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오늘은 '염치불구'를 알아볼게요.

흔히,
"염치를 돌아보지 아니함."이라는 뜻을 말할 때 "염치불고하고 어쩌고저쩌고"라고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염치불고'가 아니라 '불고염치'라고 해야 맞습니다.
속으로 그러시죠? 어... 아닌데... 염치불구...아닌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죠?

국어사전에 '불구'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아니 불(不) 자와 한정할 구(拘) 자를 써서,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는 뜻입니다.
몸살에도 불구하고 출근하다, 끝내는 도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무지를 이용해 거짓말을 하고..., 
농사를 지을 수 獵?땅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질펀하게 펼쳐진 땅을...처럼 씁니다.

제 생각에, 바로 이 낱말이 입에 익어
"염치를 생각할 틈도 없이"라는 뜻으로 '염치불구'를 쓰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염치불구'와 앞에서 말한 '불구'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또, '염치불구'라는 것은 아예 없는 말이고,
'염치불고'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 말도 '불고염치'가 맞습니다.
국어사전에 '불고염치'는 올라있지만, 염치불고, 염치불구는 올라있지 않습니다.

불고염치(不顧廉恥)는 "염치를 돌아보지 아니함"이라는 뜻입니다.
아니 불(不) 자와 돌아볼 고(顧) 자를 씁니다.
곧, "체면을 차리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인 염치를 돌아보지 아니함이라는 뜻이죠.
불고염치하고 부탁하다, 불고염치하고 남의 신세를 지다처럼 씁니다.
다시 말하면,
"염치가 없지만,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으므로 이를 우선 생각하지 않고"라는 완곡한 어법이 됩니다.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짚자면,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는 뜻의 낱말이 '불구'라고 했는데요.
이 낱말은 아예 쓰지 않거나 쉬운 말로 바꿔쓰시면 좋습니다.
아니 차라리 '불구'를 쓰지 않는 게 글이 더 깨끗하고 깔끔합니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는 '많이 노력했는데도'로,
'어머니의 충고에도 불구하고'는 '어머니께서 충고하셨는데도'로,
'여러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는 '여러 번 실패했지만'으로,
'영희의 아름다운 얼굴에도 불구하고'는 '영희가 얼굴이 아름다운데도'로 바꿔 쓰시면 됩니다.
없어도 되는 한자말을 넣어서 글을 더럽힐 까닭이 없잖아요.

또,
불고염치하고 부탁하다, 불고염치하고 남의 신세를 지다는,
염치없지만 부탁하다, 염치없지만 남의 신세를 지다처럼 
'불고염치'를 '염치없다'로 바꿔쓰시면 됩니다.

글이 좀 복잡한데요.
정리하면,
"염치 없지만..."이라는 뜻을 말할 때는 '염치불구'가 아니라 '불고염치'라고 하는 게 맞고, 이마저도 '염치없지만'으로 바꿔 쓰시는 게 좋고,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는 뜻의 '불구'는 될 수 있으면 쓰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이 편지 머리에서 제가 쓴,
'어제 어떤 분이 딸내미 머리핀을 주신다기에 염치불구하고 넙죽 받기로 했습니다.'는 틀린 말입니다.
'어제 어떤 분이 딸내미 머리핀을 주신다기에 불고염치 넙죽 받기로 했습니다.'나,
'어제 어떤 분이 딸내미 머리핀을 주신다기에 염치없지만 넙죽 받기로 했습니다.'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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