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13] 우리말) 숫자 읽기

조회 수 8222 추천 수 50 2007.03.13 09:39:16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보낸 편지에,
172백만 원이라고 쓸 것을 172억 원이라고 잘못 썼다는 편지를 드린 적이 있는데요.
그 편지를 보시고 한 분이 답장을 보내오셨습니다.

보도자료를 쓰면서 '172백만 원'이라고 써야 할 것을 '172억 원'이라고 써서 무려 100배나 뻥튀기를 해 버렸습니다. ----> 왜 172백만원이라고 쓰시지요? 공무원들이 1억 7천2백만원이라고 쓰지 않는 근거는 뭡니까? 제가 추측하기로는 해방 이후 미 군정때 버릇을 공무원들이 아직도 안 버리고 사는 것 같습니다. (2007-03-06 15:03:01)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우리 맞춤법에서 숫자는 만 단위로 읽고 씁니다.
1,234,567,891은, '십이억 삼천사백오십육만 칠천팔백구십일'로 띄어쓰고 읽습니다.
따라서 172,000,000은 '일억 칠천이백만 원'이라고 쓰고 읽어야 합니다.
그게 현재 쓰는 우리 맞춤법에 맞습니다.

오늘은 그 숫자 이야기나 좀 해 보죠.
우리나라는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조'로 나갑니다.
곧, 만, 억, 조로 만 단위로 나갑니다. 이를 숫자로 보면 네 자리입니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thousand, million, billion, trillion으로 씁니다. 이를 숫자로 보면 세 자리입니다.

영어에서
2,000은 two thousand,
2,000,000은 two million,
2,000,000,000은 two billion,
2,000,000,000,000은 two trillion으로 씁니다. 세 자리씩 끊으면 잘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2,0000은 이만,
2,0000,0000은 이억,
2,0000,0000,0000은 이조입니다.
이렇게 네 자리씩 끊으면 잘 맞습니다.

이렇게 서로 단위가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서양식 회계법에 따라
이만을 20,000이라 쓰고 20천 원이라 쓰게 되는 거죠.
2,000,000은 2백만 원이라 쓰는  것이고요.

다시 정리를 좀 해 보면,
숫자를 쓰는 것은 서양식으로 천 단위에 쉼표를 찍고,
이를 읽는 것은 우리 맞춤법에 따라 만 단위로 읽습니다.
헷갈립니다. ^^*

제가 쓴 '172백만 원'은 '일억 칠천이백만 원'이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그게 현재 우리나라 맞춤법에 맞습니다.

글을 읽고 보니 더 헷갈리신가요? ^^*
저는 아무 힘이 없습니다.
그냥 우리 것이 이렇고 서양것이 저렇다는 것을 말씀드릴 뿐......

우리말123

보태기)
우리나라(동양)의 수를 좀더 보면,
만 (1,0000)
억 (1,0000,0000)
조 (1,0000,0000,0000)
경 (1,0000,0000,0000,0000)
해 (1,0000,0000,0000,0000,0000)
자 10 뒤로 0이 24개
양 10 뒤로 0이 28개
구 10 뒤로 0이 32개
간 10 뒤로 0이 36개
정 10 뒤로 0이 40개
재 10 뒤로 0이 44개
극 10 뒤로 0이 48개
입니다.
어디에서 들으니 여기까지는 중국 고대 역사책에 나온다는군요.

그보다 더 큰 수는
항하사 10 뒤로 0이 52개
아승기 10 뒤로 0이 56개
나유타 10 뒤로 0이 60개
불가사의 10 뒤로 0이 64개
무량대수 10 뒤로 0이 68개
라고 합니다.
여기에 쓴 항하사, 아승기, 나유타, 무량대수는 불경인 금강경에 나오는 낱말로
항하사가 갠지스강 모래알의 개수라네요.
믿거나 말거나......

저는 조보다 큰 수는 본 적이 없습니다.
지구에 사는 사람이 65억명,
우리나라 예산이 200조니 그보다 큰 수는 당연히 못봤겠죠.
따라서
억이나 조보다 큰 수는 철학적으로 따져야 될 듯......^^*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숫자 발음]

시간 참 잘 가네요. 벌써 3월입니다.
해 놓은 것은 없이 시간만 이렇게 가니...
가는 세월 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세월 따로, 나 따로 살 수도 없고...

오늘은 가는 세월을 한탄하며,
숫자 이야기나 풀어보렵니다.

우리말에는 숫자를 나타내는 말에도 장단이 있습니다.
길게 발음해야 하는 숫자도 있고, 짧게 발음해야 하는 숫자도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2, 4, 5는 길게 발음합니다.
[이:], [사:], [오:]로 발음해야죠.

따라서,
일월(一月)은 [일월]이라고 발음해야 하지만,
이월(二月)은 [이:월]이라고 '이'를 길게 발음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일층(一層)은 [일층]이라고 발음해야 하지만,
이층(二層)은 [이:층]이라고 '이'를 길게 발음해야 합니다.

재밌죠?  

천 원, 만 원 할 때, '만'도 길게 발음해야 합니다.
'삼천 원'은 [삼처눤]으로 발음하지만,
'만 삼천 원'은 [만:삼처눤]으로 발음해야 하고,
'만 오천 원'은 [만:오:처눤]으로 발음해야 합니다.

우리말에서 발음이 까다롭긴 하지만,
발음을 정확하게 하면, 그만큼 뜻을 전달하기 쉽고,
알아듣기도 편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7792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3431
2636 [2015/05/26] 우리말) 끝물과 맏물 머니북 2015-05-28 9098
2635 [2013/02/28] 우리말) 짐벙지다 머니북 2013-02-28 9045
2634 [2011/08/04] 우리말) 들뜨다와 달뜨다 머니북 2011-08-04 8949
2633 [2006/08/26] 우리말) 공중화장실 ‘여성 변기’ 늘린다 id: moneyplan 2006-08-28 8928
2632 [2007/09/20] 우리말) 기울이다와 기우리다 id: moneyplan 2007-09-20 8744
2631 [2012/09/24] 우리말) 착한 남자 머니북 2012-09-24 8688
2630 [2008/06/18] 우리말) 방귀 뀌다와 방구 끼다 id: moneyplan 2008-06-18 8597
2629 [2006/08/17] 우리말) 연루보다는 관련이, 관련보다는 버물다가 낫습니다 id: moneyplan 2006-08-17 8551
2628 [2006/08/15] 우리말) 갈마들다 id: moneyplan 2006-08-17 8547
2627 [2006/08/24] 우리말) 그게 희귀병이라고요? id: moneyplan 2006-08-24 8459
2626 [2006/08/16] 우리말) 고참의 구타 id: moneyplan 2006-08-17 8418
2625 [2010/04/05] 우리말) 박진감 id: moneyplan 2010-04-05 8417
2624 [2012/08/29] 우리말) 날아가다와 날라가다 머니북 2012-08-29 8321
2623 [2013/04/26] 우리말) 군대 간 아들에게 책 소개 머니북 2013-04-26 8295
2622 [2006/08/21] 우리말) 저는 농촌진흥청에서 일합니다. id: moneyplan 2006-08-21 8290
» [2007/03/13] 우리말) 숫자 읽기 id: moneyplan 2007-03-13 8222
2620 [2006/08/22] 우리말) 잔치는 벌리는 게 아니라 벌이는 겁니다 id: moneyplan 2006-08-22 8201
2619 [2012/08/14] 우리말) 얼리어답터 머니북 2012-08-14 8130
2618 [2012/07/30] 우리말) 여자 양궁 7연패 머니북 2012-07-30 7960
2617 [2011/12/12] 우리말) 절대절명 => 절체절명 머니북 2011-12-12 7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