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국정감사 이야기를 좀 할게요.
어느 국감장에서 국회의원이 장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장관님, 뭐뭐는 어찌어찌 하므로 재고해야 하지 않나요?"
그러면 장관은 이렇게 답변합니다.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뭐뭐를 어떻게 했는데, 앞으로 뭐뭐를 재고토록하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실제
'제'와 '재'의 발음은 분명히 다르지만,
요즘 입말에서는 거의 다르지 않게 발음합니다.
그래서 '제고'와 '재고'의 발음이 거의 같게 들립니다.

이상하게 공무원 집단에서 많이 쓰는 단어가 '제고'와 '재고'입니다.
일반사람들은 별로 안쓰는데, 먹물 좀 튀었다는 공무원들이 이따위 말을 잘 씁니다.

제고(提高)는 "쳐들어 높임"이라는 뜻이고,
재고(再考)는 "어떤 일이나 문제 따위에 대하여 다시 생각함."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앞에 보기로 든 국감장에서 나온 말은,
"장관님, 뭐뭐는 어찌어찌 하므로 재고해야 하지 않나요?"는
"장관님, 뭐뭐는 어찌어찌 하므로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나요?"로 고치면 되고,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뭐뭐를 어떻게 했는데, 앞으로 뭐뭐를 재고토록하겠습니다."는
"생산성을 높이고자 뭐뭐를 어떻게 했는데, 앞으로 뭐뭐를 다시 검토해 보겠습니다."로 고치시면 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게 듣는 사람도 쉽고 말하는 사람도 편하지 않을까요?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국감장에는 시민단체 의정감시단이 있습니다.
국감 현장에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감시하는 사람들인데요.
이 감시단에서 우리말답지 않은 말을 쓰는 국회의원을 골라내서 공개하면 어떨까요?
실제 한 단체에서 몇년 전부터 국회의원의 명패를 한자에서 한글로 바꾸자고 제안해서 요즘은 대부분의 국회의원이 한글 명패를 쓰잖아요.
이것처럼 일본어투나 번역투 말을 많이 쓰는 의원을 골라내 지적하고,
그 질문을 좋은 우리말로 고쳐주면 좋을 것 같은데...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의기충전 --> 의기충천]

요즘 제가 힘이 좀 빠져 있습니다.
왠지 의욕이 별로 없네요.
어제는 사무실에서 좀 찜찜한 일도 있었고...

늘 의기충천한 상태로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무실이 화목하고 재밌으면 좋은데...
하긴,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으면 혼자 살아야죠 뭐.
근데 저는 혼자 살 위인은 못되니...
별 수 없이 오늘도 고달픈 삶의 끄나풀을 당겨 봅니다.

‘의기충천’은,
意氣衝天으로,
“뜻한 바를 이루어 만족한 마음이 하늘을 찌를 듯함”이라는 뜻입니다.
‘적군을 무찌른 군사들은 의기충천한 소리를 질렀다.’처럼 쓰죠.

그런데 가끔은 이 낱말을,
‘의기충전’이라고 쓰는 분이 있습니다.
아마도,
“축전지나 축전기에 전기 에너지를 축적하는 일”인
‘충전’을 생각해서 그렇게 쓰는 것 같은데,
틀린 겁니다.
의기충천(意氣衝天)입니다.
한자로 보니까 쉽죠?

“기세가 좋은 적극적인 마음”을 의기(意氣)라고 합니다.
몇 가지 예를 보면,
의기소침(意氣銷沈) : 의기(意氣)가 쇠하여 사그라짐.
의기양양(意氣揚揚) : 의기(意氣)가 대단한 모양.
의기충천(意氣衝天) : 의기(意氣)가 하늘을 찌름
입니다.

오늘도 다시,
‘기세 좋은 적극적인 마음’으로,
의기소침에서 벗어나,
의기양양하게 생활해서,
곧 의기충천하는 좋은 일을 만들겠습니다.

여러분!  
아자! 아자! 아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7956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3601
2476 [2007/03/29] 우리말) 움츠리다와 옴츠리다 id: moneyplan 2007-03-30 4861
2475 [2006/12/07] 우리말) 자선냄비 id: moneyplan 2006-12-07 4857
2474 [2017/11/10] 우리말) 곡우와 우전 머니북 2017-11-10 4822
2473 [2011/10/18] 우리말) 끼적거리다와 끄적거리다 머니북 2011-10-18 4813
2472 [2006/11/09] 우리말) 한무릎공부 id: moneyplan 2006-11-09 4791
2471 [2011/07/12] 우리말) 째/체/채 머니북 2011-07-12 4759
2470 [2006/10/17] 우리말) 천상 제날짜에 가야지... id: moneyplan 2006-10-17 4757
2469 [2007/06/29] 우리말) 평이 아니라 제곱미터 id: moneyplan 2007-06-29 4752
2468 [2013/08/19] 우리말) 잘못된 높임말 머니북 2013-08-19 4720
2467 [2007/03/21] 우리말) 파래, 퍼레, 파란색, 파랑색 id: moneyplan 2007-03-21 4699
2466 [2007/01/18] 우리말) 두루말이 화장지/두루마리 화장지 id: moneyplan 2007-01-19 4684
2465 [2014/04/04] 우리말) 사이시옷 머니북 2014-04-08 4679
2464 [2006/11/02] 우리말) 제 아들에게 먼지떨음을 했습니다 id: moneyplan 2006-11-02 4673
2463 [2011/07/01] 우리말) 그대 이름은 바람 머니북 2011-07-01 4663
2462 [2017/06/08] 우리말) 초콜릿 머니북 2017-06-08 4655
2461 [2013/07/09] 우리말) 누구와 아무 머니북 2013-07-09 4654
2460 [2006/09/26] 우리말) 허접 쓰레기? 허섭스레기 id: moneyplan 2006-09-26 4654
» [2006/11/03] 우리말) 제고와 재고를 재고해야합니다 id: moneyplan 2006-11-03 4648
2458 [2008/02/28] 우리말) 제치다와 제끼다 id: moneyplan 2008-02-28 4643
2457 [2011/06/22] 우리말) 뼛속과 뱃속 머니북 2011-06-22 4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