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19] 우리말) 봇물을 이루다?

조회 수 52625 추천 수 73 2006.12.19 09:43:14
안녕하세요.

오늘부터는 날씨가 좀 풀릴거라고 하네요.

지난 일요일 저녁에 KBS 9시 뉴스를 보는데,
9시 20분쯤 귀에 거슬리는 말이 하나 들리네요.
연말에 나라밖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해마다 연말연시엔 해외 여행객들이 많습니다만, 올해는 항공사들이 감당을 하지 못할 정도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봇물을 이룬다'는 말이 영 어색합니다.
왜 그런지 따져보죠.

'봇물'은
보 보(洑) 자와 물이 합쳐지면서 사이시옷이 들어간 것입니다.
"보에 괸 물. 또는 거기서 흘러내리는 물"을 뜻하죠.
말 그대로 보에 담겨있거나 거기서 흘러내리는 물을 말합니다.
가뭄에는 물이 말라 보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없을 수도 있고,
홍수 때는 물이 넘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냥 보에 있는 물입니다.

여행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외국여행객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려면,
"봇물 터지듯"이라고 해야 합니다.
보의 둑이 터져 물이 갑자기 쏟아지듯 많은 사람이 나라밖으로 나가는 것이죠.
그냥 봇물을 이룬다고 하면 사람이 많은지 적은지를 가를 수 없습니다.
그냥 보에 있는 물일뿐이니까요.

경기가 끝나자 관객들이 봇물 터지듯 경기장을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은 봇물 터지듯 나오는 울음을 조금도 누그러뜨리려 하지 않았다처럼 쓰는 게 어울립니다.

자본주의국가에서 자기 돈 가지고 나라밖으로 나가는 것을 뭐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저 오드리 햅번이
숨을 거두기 일 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 때에 아들에게 남겼다는 시를 보내드리는 것으로 제 마음을 갈음하겠습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결코 너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

사람들의 상처는 나아야 하며,
낡은 것은 새로워져야 하고,
병에서 회복해야 하고,
무지함에서 교화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기억하라... 만약 도움의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For attractive lips, speak words of kindness.
For lovely eyes, seek out the good in people.
For a slim figure, share your food with the hungry.
For beautiful hair, let a child run his fingers through it once a day.
For poise, walk with the knowledge you’ll never walk alone...
People, even more than things, have to be restored, renewed, revived, reclaimed and redeemed and redeemed...
Never throw out anybody.
Remember, if you ever need a helping hand, you'll find one at the end of your arm.
As you grow older you will discover that you have two hands. One for helping yourself, the other for helping others.
[Quoted from "Audrey Hepburn" by Barry Paris, 1996 Putnam]

보태기)
해외여행이 아니라 국외여행이거나 외국여행입니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나라밖나들이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6373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1892
2674 [2013/10/28] 우리말) 틀리기 쉬운 높임말 머니북 2013-10-28 420216
2673 [2014/01/10] 우리말) 사물 존대 동영상 머니북 2014-01-10 139526
2672 [2007/02/22] 우리말) 어제 받은 답장 몇 개 [8] id: moneyplan 2007-02-22 89525
» [2006/12/19] 우리말) 봇물을 이루다? id: moneyplan 2006-12-19 52625
2670 [2010/01/12] 우리말) 한판과 한 판 id: moneyplan 2010-01-12 49020
2669 [2011/12/15] 우리말) 따 논 당상 --> 떼어 놓은 당상 머니북 2011-12-16 19363
2668 [2011/11/25] 우리말) 십여 명 머니북 2011-11-25 18701
2667 [2012/08/08] 우리말) 석패 머니북 2012-08-08 17186
2666 [2008/03/07] 우리말) 발췌, 발취, 발초 id: moneyplan 2008-03-07 16788
2665 [2011/11/29] 우리말) 재시합과 재경기 머니북 2011-11-29 16760
2664 [2011/12/08] 우리말) 소반다듬이 머니북 2011-12-08 16456
2663 [2011/12/19] 우리말) 종군위안부 머니북 2011-12-19 16215
2662 [2011/11/18] 우리말) 댓글 소개 머니북 2011-11-18 15393
2661 [2006/08/18] 우리말) '당분간'이 아니라 '얼마 동안' id: moneyplan 2006-08-18 15096
2660 [2013/03/06] 우리말) 세꼬시는 뼈째회로 쓰는 게 좋습니다 머니북 2013-03-06 14806
2659 [2012/08/10] 우리말) 도합과 모두 머니북 2012-08-10 14331
2658 [2011/11/24] 우리말) 자주 틀리는 맞춤법 머니북 2011-11-24 13251
2657 [2013/03/06] 우리말) 개그맨, 한글 박사가 되다 방송인 정재환 머니북 2013-03-06 13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