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13] 우리말) 시간 참 잘가죠?

조회 수 5385 추천 수 130 2006.12.13 09:50:09
안녕하세요.

먼저,
어제 보내드린 편지를 읽고 한 분이 답장을 보내셨습니다.
여기에 소개합니다.


"이를 한자로는 내시(內示)라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알리기 전에 몰래 알려 주는 것이죠."

내시? 내 평생 처음으로 들어 보는 말이라 국어사전을 찾아보았지요.
있더군요. 님이 사전에 없는 말을 썼을 리가 없지요.
그런데 문득 이게 왜 국어사전에 올라 있나 생각해 보고는
중국말은 어떤가 하고 한중사전(고려대)을 찾아보았지요.
'귀띔'을 보니 '內示'는 없고 '告知, 示意, 暗示, 口信, 透信'이 있더군요.
이상하다 싶어 '내시'를 찾아보았죠. 올라 있지 않더군요. 정말 이상하지요?
인터넷 다음 중국어사전을 보니, 올림말 '내시'는 있는데 중국말은 '暗示'라고 하는군요.
이 낱말[암시]은 우리도 쓰는 거죠. '귀띔'을 보니, '告知, 提示, 暗示, 示意'라고 뒤쳤는데
여기도 '內示'는 없군요. 그러고 보면 '內示'는 중국말이 아닌가 봅니다.
그럼 일본말은 어떤가 하고 한일사전(두산동아)을 찾아보았지요.
올림말 '귀띔'에 '內示'라는 건 보이지 않는군요. 그럼 '내시'는?
드디어 찾았습니다.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內示'는 일본 한자말이었습니다그려.
일본 한자말이 어찌하여 우리말 사전에 버젓이 올라 있는가 하는 까닭이야 님도 잘 아시겠고...


그런데... 왜 님이 굳이 이런 한자말을 알려주는지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말기척 : 무슨 일을 하거나 어디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알리는 일'이나 알려주시지...

고맙습니다.
그게 일본말찌꺼기라는 것을 제가 몰랐습니다.
어중간하게 알다보니 버려야할 쓰레기를 보내드린 꼴이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무식을 깨우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이야기입니다.

오늘이 벌써 수요일입니다.
시간 참 잘 가죠?
내일과 모레만 더 나오면 쉴 수 있습니다.
글피는 토요일이고 그글피는 일요일이고...^^*

날이나 좀 세 볼까요?
    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그끄저께  그저께  어제  오늘  내일   모레   글피  그글피
    -3           -2       -1       0       1       2         3        4

삼 일 전은 '그끄저께'입니다.
'그저께'나 '그그제'가 아닙니다.
'그끄제'라고 해도 됩니다.
'그저께'도 '그제'라고할 수 있습니다.

어제, 오늘, 내일, 모레만 입에 익고,
그끄저께나 글피, 그글피는 좀 낯설죠?
그러나 모두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내일과 모레 찍고 글피부터 놀 생각으로 열심히 살자고요. ^^*

오늘은 날씨가 좀 풀리겠죠?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굴레/멍에]

제가 아는 사람 중에 7대 독자가 한 명 있습니다.
얼마 전에 태어난 그 사람 아들은 8대 독자죠.

누군가,
그 사람의 아들은 8대 독자라는 멍에를 쓰고 태어났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요즘은 독자가 많다지만, 그래도 8대 독자는...
묘셔야할 조상만해도... 제사가 몇 건이며, 벌초해야 할 봉은 몇 개 인지...
제가 생각해도 좀 짠하네요.

오늘은 그 8대 독자를 생각하면서 글을 쓰겠습니다.

굴레가 뭔지 아시죠?
소에 코뚜레를 꿰어 머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동여맨 것을 말합니다.
그 코뚜레로 힘센 소를 힘 약한 사람이 부릴 수 있는 거죠.
그 코뚜레는 소가 어느 정도 크면 채워서 소가 죽을 때까지 차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멍에는 다릅니다.
멍에는,  
달구지나 쟁기를 끌 때 마소의 목에 가로 얹는 구부정한 나무를 말합니다.
이 멍에는 소의 힘을 빌려 일을 할 때만 소의 목에 겁니다.
소가 태어나서부터 평생 쓰고 있는 것은 아니죠.

굴레와 멍에는 둘 다 소를 속박하는 것이긴 하지만,
굴레는 죽을 때까지 쓰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멍에는 일을 할 때만 쓰는 것입니다.

이것을 사람에게 적용해보면,
노비의 자식, 살인법의 아들...처럼 내 의지로 평생 벗을 수 없는 게 ‘굴레’고,
남편의 속박, 가난, 친구와 불화...처럼 내 노력에 따라 벗을 수 있는 게 ‘멍에’입니다.
“가난이라는 멍에는 노력하면 벗을 수 있다. 굴레처럼 생각하고 자포자기하면 안 된다”처럼 쓸 수 있죠.

그럼,
8대 독자는 멍에일까요, 굴레일까요?
제 생각에 그건 부모에게 달렸습니다.

부모가 아들을 하나 더 낳으면 8대 독자에서 벗어나므로(벗어날 수 있으므로) ‘멍에’고,
부모가 애를 낳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평생 8대 독자가 되니, 그것은 ‘굴레’고...

그나저나,
현재까지 8대 독자인 그 녀석이
건강하게 잘 자라길 빕니다.
여러분도 그 아기를 위해 기도해 주실 거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7961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3607
2536 [2016/05/17] 우리말) 억장 openmind 2016-05-18 2157
2535 [2016/07/07] 우리말) 우리말편지를 보내는성제훈이가 농업... 머니북 2016-07-07 2157
2534 [2016/09/02] 우리말) 드레지다 머니북 2016-09-07 2157
2533 [2014/05/20] 우리말) 갈아탈까? 바꿔 탈까? 머니북 2014-05-20 2158
2532 [2014/12/30] 우리말) 소나기술과 벼락술 머니북 2014-12-30 2158
2531 [2015/04/27] 우리말) 춘향과 춘양 머니북 2015-04-27 2158
2530 [2015/08/20] 우리말) 배지 머니북 2015-08-20 2158
2529 [2015/05/22] 우리말) 코르크 머니북 2015-05-26 2159
2528 [2015/10/15] 우리말) 헌화/꽃 바침 머니북 2015-10-16 2159
2527 [2015/11/06] 우리말) 싸가지와 거시기 머니북 2015-11-09 2159
2526 [2016/04/12] 우리말) 발표할 때... 머니북 2016-04-16 2159
2525 [2016/05/20] 우리말) 조으다 -> 좋다 머니북 2016-05-20 2159
2524 [2016/09/22] 우리말) 소라색 머니북 2016-11-01 2159
2523 [2009/11/13] 우리말) 레바가 아니라 손잡이 id: moneyplan 2009-11-13 2160
2522 [2010/05/27] 우리말) 성을 먼저 쓰고 그 다음에 이름을... id: moneyplan 2010-05-27 2160
2521 [2010/09/20] 우리말) 한가위를 맞아 넉넉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moneybook 2010-09-20 2160
2520 [2010/03/30] 우리말) 철들다 id: moneyplan 2010-03-30 2161
2519 [2015/05/18] 우리말) 마침표와 온점 머니북 2015-05-18 2161
2518 [2015/12/01] 우리말) 틀린 자막 몇 개 머니북 2015-12-02 2161
2517 [2015/07/30] 우리말) 줄다와 준 머니북 2015-08-02 2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