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06] 우리말) 코스모스꽃? 살사리꽃!

조회 수 5381 추천 수 107 2006.09.06 10:52:43
안녕하세요.

제가 국어를 전공하지도 않았으면서 잘났다고 감히 국립국어원을 꼬집었는데요.
근데 어떡하죠?
오늘도 국립국어원을 좀 조져야겠는데......

가을에 피는 꽃 하면 코스모스 꽃이 생각나죠?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해 원래부터 이 땅에서 자라난 우리 꽃처럼 생각됩니다.
이 코스모스의 순 우리말이 '살사리'라고 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살랑거리고 살살대는 모습에서 '살사리(살살이→살사리)꽃'이란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분은 순 우리말이라고 하고, 또 다른 분은 북한에서 쓰는 문화어라고도 하고...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살사리꽃'을 뒤져봤습니다.
매정하게도,
"'코스모스(cosmos)'의 잘못."이라고 나와 있네요.

살사리꽃

한마디로 잘못된 말이니 쓰지 말라는 겁니다.

그럼,
해바라기는 왜 그냥 뒀죠?
"썬플라워(sunflower)의 잘못'이라고 해야 하고,
토끼풀은 "클로버(clover)의 잘못'이라고 풀어야 하지 않나요?

외래어나 한자어에 밀려 순 우리말이 없어진 게 한두 개가 아니지만,
국가기관, 될 수 있으면 우리말을 살려 쓰고, 없는 말도 만들어내야 할 국립국어원에서
오히려 우리말을 죽이고 있는 이 꼴을 어떻게 봐야 하죠?

우리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살사리꽃'을 쓰지 못할 까닭이 없습니다.
살사리꽃이 북한에서 쓰는 문화어라서 쓰면 안 된다고요?
저는 국가정보원 아닌 국가정보원 할아비가 와도 저는 코스모스보다는 살사리꽃을 쓰겠습니다.

이제 곧 방송과 신문에서 살사리꽃이 활짝 핀 길을 소개하겠죠?
그러면서 '코스모스 만개'라는 꼭지를 뽑을 겁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코스모스 만개'라고 제목을 뽑지 마시고,
'살사리꽃 활짝'이라고 뽑아 주세요.
만개(滿開, まんかい[망가이])가 일본말이란 것을 다 알고 계시잖아요.
제발...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남세스럽다]

아침에 제가 속한 어떤 단체에서 보낸 편지를 받았는데,
맞춤법이 틀린 곳이 한두 곳이 아니더군요.
농업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 계시는 분들도 이 전자우편을 읽을 거라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말 그대로 남세스러워서 혼났습니다.
조금만 신경 쓰면 될 텐데...

제 책상에는 항상 국어사전이 있고,
‘국어책’이 있습니다.
그따위 책 읽을 시간에,
논문 한 편 더 보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치고 맞춤법 제대로 아는 사람 못 봤습니다.
영어도 중요하고, 논문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한글을 모르고서야 어찌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정말 남세스러운 일입니다.

남세스럽다는 말도 그렇습니다.
원형은 ‘남우세스럽다’로,
“남에게 놀림과 비웃음을 받을 듯하다.”라는 뜻입니다.

이 말을 ‘남사스럽다’라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나 남세스럽습니까?

우리말부터 똑바로 알아야 다른 일을 하더라도 할 수 있죠.
그렇지 않아요? ^^*

말끝마다 “OOO해 주십시요”라고 쓰고,
“OOO 할께요”라고 쓰며,
“홍 길동”이라고 쓰는 것...
...
몹시 부끄럽고 우세스러운 행동입니다.^^*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된다죠?
항상 건강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7895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3538
» [2006/09/06] 우리말) 코스모스꽃? 살사리꽃! id: moneyplan 2006-09-06 5381
2535 [2006/12/13] 우리말) 시간 참 잘가죠? id: moneyplan 2006-12-13 5377
2534 [2006/12/20] 우리말) 세모가 아니라 세밑! id: moneyplan 2006-12-20 5366
2533 [2006/10/14] 우리말) 가을이 오는 속도 id: moneyplan 2006-10-14 5365
2532 [2006/12/18] 우리말) 암캐도 복제 성공했다 id: moneyplan 2006-12-19 5364
2531 [2006/11/16] 우리말) 난이도가 있다? 난이도가 높다? id: moneyplan 2006-11-16 5361
2530 [2006/09/19] 우리말) 고랭지, 고냉지, 고령지 id: moneyplan 2006-09-19 5360
2529 [2006/09/08] 우리말) 자세한 내역? 자세한 내용? 자세하게? id: moneyplan 2006-09-08 5352
2528 [2007/09/06] 우리말) 지킴이와 지기의 반대말 id: moneyplan 2007-09-06 5343
2527 [2017/05/18] 우리말) 해찰하다/헤찰하다 머니북 2017-05-18 5339
2526 [2006/10/30] 우리말) '한목'과 '한몫' id: moneyplan 2006-10-30 5317
2525 [2011/05/09] 우리말) 매다와 메다 moneybook 2011-05-09 5300
2524 [2013/05/16] 우리말) 불초소생 머니북 2013-05-16 5297
2523 [2006/10/13] 우리말) 알타리김치,총각김치,홀아비김치 id: moneyplan 2006-10-14 5273
2522 [2006/11/10] 우리말) '데' 띄어쓰기 id: moneyplan 2006-11-10 5270
2521 [2006/11/17] 우리말) '폼' 버리고 '품' 잡게요 id: moneyplan 2006-11-17 5263
2520 [2017/11/27] 우리말) 오늘까지만 우리말 편지를 보냅니다 머니북 2017-11-27 5261
2519 [2012/03/23] 우리말) 곤달걀 머니북 2012-03-23 5242
2518 [2006/09/13] 우리말) 고개를 숙이고 땅을 쳐다봐? id: moneyplan 2006-09-13 5232
2517 [2011/07/13] 우리말) 대머리/민머리/맨머리 머니북 2011-07-13 5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