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3] 우리말) 빼닮다, 빼쏘다

조회 수 3208 추천 수 0 2017.01.24 09: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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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빼닮다, 빼쏘다]
누가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을 꼭 닮았을 경우에 흔히 ‘빼다 박았다’ 또는 ‘빼박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실제 말을 할 때에는 ‘쏙 빼다 박았다’고 강조해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말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치에 맞지 않은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빼다 박았다.”나 “빼박았다.”고 하면, 땅에 박혀 있는 물건을 빼내서 다른 곳으로 옮겨 박았다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사람 모습을 보고 ‘빼다 박았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쓰는 우리말이 바로 ‘빼닮다’와 ‘빼쏘다’이다. ‘빼닮다’는 많이들 쓰고 있는 말이지만, ‘빼쏘다’는 조금 낯설게 느끼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빼닮다’는 “생김새나 성품 따위를 그대로 닮다.”는 뜻으로, 흔히 ‘빼다 박았다’고 하는 말을 ‘빼닮았다’로 고쳐서 쓰면 된다. “생김새나 하는 짓이 아버지를 쏙 빼닮은 아들”처럼 쓴다. ‘빼쏘다’도 ‘빼닮다’와 같은 말인데, 굳이 차이를 둔다면 전체 생김새나 성품은 비교하지 않고, “얼굴이 어머니를 빼쏜 딸”처럼 얼굴 부분이 꼭 닮았을 경우에는 주로 “빼쏘았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 두 말을 구분하지 않고 동의어처럼 쓰면 된다.

부부간의 사랑이 지극할수록 자녀가 그 어버이의 모습을 빼닮는다고 한다. 이를 좀 더 확대 응용하면 섬기던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지극할수록 그 주인을 빼닮는다고도 할 수 있다. 유신 정권 때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실무 책임자였던 분이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며 ‘반정부 세력 척결’을 위해 권력의 칼을 마구 휘두른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 주인을 빼닮았으니 충신이라고 할까,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는 옹고집쟁이라고 할까.

고맙습니다.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Yuna와 Yun-a]
안녕하세요.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셨나요?
정말로 멋지더군요. ^^*

올림픽 끝나고 겨우 하루 쉬고 또 다른 경기를 치르고자 나갔다고 하네요.
이번에도 좋은 성적 거두시길 빕니다.

지난 동계올림픽 때
김연아 선수의 움직임 뒤로 보이는 관중석에서 'KIM YU-NA'라고 쓴 펼침막이 가끔 보였습니다.
'연아'를 왜  YU-NA라고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로마자 표기법 제3장 제4항에
'인명은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쓴다. 이름은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쓰는 것을 허용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김연아는 'Kim Yuna'라고 써야 바릅니다.
그러나 Yuna를 '유나'라고 읽을 수가 있으므로, 이런 때는 '발음상 혼동의 우려가 있을 때에는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쓸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Yun-a라고 쓰시면 됩니다. 그러면 [연아]라고 제재로 읽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짚고 싶은 게
김연아를 'Kim Yuna'라고 쓰는 것은 영어 이름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말 이름 김연아를 '로마자'로 'Kim Yun-a'라고 쓰는 것이지 이게 결코 영어 이름은 아닙니다.
김연아 선수의 영어 이름이 있는지, 있다면 뭔지 저는 모르지만,
영어 이름은 글로리아 라든가 마거릿 같은 게 영어 이름입니다.
'Kim Yun-a'는 김연아 선수의 영어 이름이 아니라 우리말 이름을 로마자로 적은 겁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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