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0] 우리말) 제설/이면도로

조회 수 3734 추천 수 0 2017.01.20 17:25:24

말하기 쉽고, 알아듣기 좋은 우리말을 자주 써야 합니다.
저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우리 집 셋째가 쓰는 말이 가장 듣기 좋고 편한 말이라고 봅니다.

안녕하세요.

새벽부터 눈이 내렸습니다. 
예고된 눈이긴 하지만,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눈답게 내려서 그런지 출근할 때 좀 힘들 것 같네요.
아침 뉴스에서도 제설, 이면도로 따위 낱말이 자주 들립니다.
'제설'은 '눈 치우기'라고 하면 좋을 것 같고,
사전에도 없는 '이면도로'는 뒤안길, 에움길, 뒷길 따위로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말하기 쉽고, 알아듣기 좋은 우리말을 자주 써야 합니다.
저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우리 집 셋째가 쓰는 말이 가장 듣기 좋고 편한 말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좋은 말이, 학교에 다니면서 이상한 말을 배우고, 한자 말을 쓰면서 점점 어려워집니다.
중학생 딸아이만 되어도 벌써 '눈 치우기'보다는 '제설'이 더 익숙하다고 합니다.
안타깝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물끄러미와 풀리다]

안녕하세요.

저도 드디어 학부모가 되었습니다.
결혼하여 어렵사리 얻은 딸내미가 오늘 초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제 힘이 닿는 데까지 어린아이의 영혼에 맑고 깨끗한 우리 넋을 담아주고 싶습니다.
영어도 중요하고 중국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하고 소중한 게 우리말이라는 것을 알려주시고 싶습니다.

며칠 전 개그프로그램에서 들으니 국사가 선택과목으로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고 어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다행히 저희 집 애들은 우리말 낱말을 많이 알고 잘 씁니다.

지난 주말에 식구가 모두 좀 추운 밖에서 놀다가 가까운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창밖으로 뭔가를 보고 있었더니,
딸내미가 "아빠, 뭘 그렇게 물끄러미 쳐다보세요?"라고 하면서 '물끄러미'라는 낱말을 쓰더군요.
조금 있으니 다섯 살배기 아들 녀석이
따뜻한 국물을 먹고 나서 "이걸 먹으니 몸이 좀 풀리네!"라면서 '풀리다'는 낱말을 적절하게 쓰더군요.
그때 아내가 '오랜만에 밖에서 놀았더니 노곤하다"고 말했고, 애들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서 "나른하고 피로하여 기운이 없다"는 뜻이다고 설명해 줬습니다.
애들은 노곤하다와 나른하다라는 새로운 낱말을 배웠을 겁니다.

어린애들일수록 우리말을 잘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진달래꽃에 나오는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의 뜻을 음미할 줄 알고,
노랗다와 누렇다, 누리끼리하다의 다른 말 맛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저 yellow와 white yellow만 안다면 너무 재미 없잖아요.

저는 제 자식들이 되도록 많은 낱말을 알고 적절하게 쓰길 바랍니다.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나타낼 때 되도록 많은 낱말을 써서 나타낼 수 있기를 빕니다.
그래야 다양한 삶의 형태를 조금이나마 표현할 수 있잖아요.

고맙습니다.




보태기)
진달래꽃이라는 시를 아실겁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입니다.

이 시를 지역 사투리로 바꾸면 아래와 같다고 합니다.
(따온 곳 :http://cafe.daum.net/gzmtc/Y7KY/336?docid=1G2R1|Y7KY|336|20100214204807&q= &srchid=CCB1G2R1|Y7KY|336|20100214204807)

 

경상도 버전

내 꼬라지가 비기 실타고
갈라카모
내사마 더러버서 암 말 안코
보내 주꾸마

영변에 약산
참꽃
항거석 따다 니 가는 길빠다게
뿌리 주꾸마
니 갈라카는 데 마다
나뚠 그 꼬츨
사부 자기 삐대발꼬 가뿌래이
내 꼬라지가 비기 시러
갈라 카몬
내사마 때리 직이 삔다 케도
안 울 끼다



충청도 버전

이제는 지가 역겨운 감유
가신다면유 어서 가세유
임자한테 드릴건 없구유

앞산의 벌건 진달래
뭉테기로 따다가  가시는 길에
깔아 드리지유
가시는 걸음 옮길 때마다
저는 잊으세유 미워하지는 마시구유
가슴 아프다가 말것지유 어쩌것시유

그렇게도 지가 보기가 사납던가유
섭섭혀도 어쩌것이유
지는 괜찮어유 울지 않겄시유
참말로 잘가유
지 가슴 무너지겼지만
어떡허것시유 잘 먹고
잘 살아바유



전라도 버전

나 싫다고야
다들 가부더랑께
워메~나가 속상하겨. 주딩 딱
다물고 있을랑께
거시기 약산에 참꽃
허벌라게 따다가 마리시롱
가는 질가상에 뿌려줄라니께

가불라고 흘때마다
꼼치는 그 꽃을 살살 발고
가시랑께요

나가  골빼기 시러서
간다 혼담서
주딩이 꽉 물고 밥 못 쳐묵을
때까지 안 올랑께




강원도 버전

나보기기 기 매해서
들구버질 저는
입두 쩍 않구 고대루
보내드릴 기래요

영변에 약산 빈달배기 참꽃
한 보뎅이 따더 내재는
질라루 훌훌 뿌레 줄기레요

내 걸리는 발자구발자구
내꼰진 참꽃을
지져밟고 정이 살페 가시우야

나 보는 기 재수바리웁서
내 툴저는
뒈짐 뒈졌지 찔찔
짜잖을 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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