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1] 우리말) 초승달과 초생달

조회 수 5783 추천 수 143 2008.03.11 10:29:50
사실 초승달을 초생에서 왔습니다.
초생(初生)은 " 갓 생겨남"이라는 뜻이고,
초승(初生)은 "음력으로 그달 초하루부터 처음 며칠 동안"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초승과 초생은 뜻이 다르게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초승에 뜬 달은 초승달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젯밤 11:55, MBC에서 "세 근", "석 근"이라고 했습니다.
푸줏간에서 고기를 다는 단위는 '근'이 아니라 '그램(g)'입니다.
3분 뒤, 11:58,
김구라 씨가 고등학교 때 반장을 했고, 영문과를 나왔다고 소개하면서 "재원"이라고 했습니다.
'재원'은 "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자"를 뜻하는데,
아나운서가 그렇게 말해서 실망이 컸습니다.

오늘 아침 8:05, KBS2,
'깜짝 놀래서...'라는 말과 자막이 나왔습니다.
'놀래다'는 '놀라다'의 타동사입니다.
놀라는 것은 내가 놀라는 것이고,
놀래는 것은 내가 남을 놀라게 하는 것입니다.
뉴스에서 그런 자막이 나와서 아침부터 실망했습니다.

어젯밤에는 집에 돌아가면서 하늘을 보니 초승달이 떠 있더군요.
시간은 참 잘도 갑니다. ^^*
흔히 초승달을 초생달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틀린 겁니다.

사실 초승달을 초생에서 왔습니다.
초생(初生)은 " 갓 생겨남"이라는 뜻이고,
초승(初生)은 "음력으로 그달 초하루부터 처음 며칠 동안"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초승과 초생은 뜻이 다르게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초승에 뜬 달은 초승달입니다.

한자 生은 가끔 '승'으로도 읽힙니다.
이승, 저승도 이生, 저生에서 왔다고 합니다.
초생도 전설모음화라는 음운변화를 일으켜 '초승'으로 바뀐 겁니다.
그래서 요즘은 '초승달'을 표준어로 보고 '초생달'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보름달'의 '보름'은 '밝음'이라는 옛말에서 비롯된 말로 '보름달'은 '밝은 달'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보름달의 크기가 반달의 배니까 밝기도 그 배겠죠?
아니요. 빛의 반사각도 차이 때문에 보름달이 반달보다 열 배쯤 밝다고 하네요.
'그믐달'은 옛말 '그몰다', 곧, 지금의 '저물다'는 뜻에서 왔다고 하네요.
"저물어 가는 달"이라는 뜻이죠.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낭만에 대하여...]

어제도 퇴근 후 곡차를 한 잔 했습니다.
곡차 기운이 거나한 김에 노래방에까지 들렀죠.

누군가 오랜만에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부르더군요.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

참 멋진 노래죠.
말 그대로 낭만에 젖어 노래를 감상했습니다.

노래는 좋아도 그 ‘낭만’이라는 말은 참 창피한 말입니다.

‘낭만’의 사전적 의미는
"실현성이 적고 매우 정서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 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감미로운 분위기"입니다.
그 낭만을 한자로는
물결/파도 랑(浪) 자에 넘쳐흐를 만(漫) 자를 씁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죠?

다 이유가 있습니다.
‘낭만’은
영어(프랑스언가?) romance를 일본 사람들이 비슷한 발음의 한자를 빌려다 적은 겁니다.

일본 사람들은 romance를 ‘浪漫’이라고 쓰고,
‘ろうまん[로우망]’이라고 읽습니다.
자기들 발음에 맞는 비슷한 발음의 한자를 빌려다 적고,
읽는 것도 원 발음과 비슷하게 ‘로우망’이라고 읽는 거죠.

근데 우리는 그것을
한자 그대로 ‘낭만’이라고 읽고 있는 겁니다.
이 얼마나 낯부끄러운 일입니까.
차라리 ‘로맨스’라고 읽고 읽는 게 낫지,
낭만이 뭡니까, 낭만이...

더 가슴 아픈 것은 우리 주변에 이런 게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겁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7825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3467
2576 [2013/03/04] 우리말) 아파트를 쓸 때 @로 쓰시나요? 머니북 2013-03-04 6108
2575 [2007/04/04] 우리말) 코사지, 꽃사지, 코르사주, 가슴꽃 id: moneyplan 2007-04-04 6042
2574 [2006/09/02] 우리말) 저는 떠버리입니다 id: moneyplan 2006-09-04 5982
2573 [2014/08/11] 우리말) "찻잔 속의 태풍"은 바른 말일까? 머니북 2014-08-11 5969
2572 [2013/09/11] 우리말) 바른말 표어 공모 머니북 2013-09-11 5956
2571 [2006/11/20] 우리말) 사바사바? 짬짜미! id: moneyplan 2006-11-20 5956
2570 [2006/09/18] 우리말) 즐거운 비명 id: moneyplan 2006-09-18 5952
2569 [2006/11/14] 우리말) 바람떡/개피떡 id: moneyplan 2006-11-14 5935
2568 [2006/11/24] 우리말) 싸다와 쌓다 id: moneyplan 2006-11-24 5872
2567 [2006/09/05] 우리말) 과일과 과실 id: moneyplan 2006-09-05 5871
2566 [2011/10/06] 우리말) 메우다와 메꾸다 모두 맞습니다 머니북 2011-10-06 5869
2565 [2016/08/02] 우리말) 자처하다/자초하다 머니북 2016-08-10 5841
2564 [2013/09/13] 우리말) 고객관리 머니북 2013-09-13 5790
» [2008/03/11] 우리말) 초승달과 초생달 id: moneyplan 2008-03-11 5783
2562 [2013/09/24] 우리말) 압화와 누름꽃 머니북 2013-09-25 5737
2561 [2006/12/06] 우리말) 우리나라 비단 자랑 id: moneyplan 2006-12-07 5705
2560 [2007/01/31] 우리말) 회의자료 지참 --> 회의자료를 가지고 id: moneyplan 2007-01-31 5683
2559 [2007/03/19] 우리말) 설거지와 설것이 id: moneyplan 2007-03-19 5648
2558 [2006/10/02] 우리말) 낯선 편지 id: moneyplan 2006-10-02 5628
2557 [2012/10/09] 우리말) 오늘은 한글날 머니북 2012-10-09 5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