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31] 우리말) 제 얼굴이 그을렸어요

조회 수 7570 추천 수 107 2006.08.31 09:23:52
안녕하세요.

어제는 하루종일 밖에 있었더니 얼굴이 좀 탔네요.
주말까지 밖에서 살면 새까맣게 그을릴 것 같습니다.
그은 제 얼굴을 집에 있는 딸내미가 몰라보면 어떡하죠?

오늘은 그을린 제 얼굴을 생각하면서,
'그을리다'와 '그슬리다'를 갈라보겠습니다.

'그을리다'는
"햇볕이나 연기 따위를 오래 쬐어 검게 되다"는 뜻의 '그을다'의 피동형입니다.
그는 해수욕장에 다녀왔는지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렸다,
들판 곳곳에는 까맣게 그을린 농부들이...처럼 씁니다.

'그슬리다'는
"불에 겉만 약간 타게 하다"는 뜻의 '그슬다'의 피동형입니다.
촛불에 머리카락이 그슬리다처럼 씁니다.

정리하면,
그을리는 것은 검게 되는 것이고,
그슬리는 것은 타거나 익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 얼굴이 '그슬렸다'고 하면,
제 얼굴을 불에다 태워서 먹기 좋게 만들었다는 끔찍한 말이 되어버립니다.
이 잘생긴 얼굴을 그렇게 하면 안 되겠죠?
제 얼굴은 그슬린 게 아니라 그을린 겁니다.

그을리다와 그슬리다를 가르실 수 있죠?

우리말123 ^^*


보태기)
1.
'그을다'에 '-은'이 연결되면 'ㄹ'이 탈락하여 '그은'이 됩니다.
그래서 '그은 제 얼굴을 집에 있는 딸내미가...'라고 했습니다.

2.
'그슬리다'는
'그슬다'의 사동사형도 됩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우뢰, 우레]

반가운 비가 내렸습니다.
어젯밤에 번개 치고 천둥 치며 세차게 비를 뿌렸는데,
오랜만에 천둥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참 좋더군요.

“뇌성과 번개를 동반하는 대기 중의 방전 현상”을 ‘천둥’이라고 하죠?
그 ‘천둥’을 한자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뢰(雨雷)라고 만들었고,
속없는 학자들이 우리 사전에 그대로 올렸습니다.

그 덕분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어사전에,
“소나기가 내릴 때 번개가 치며 일어나는 소리”는
‘우뢰’라고 나와 있었죠.
그게 표준말로 인정되어서 그대로 사용한 겁니다.

그러나 이제는 바로 잡았습니다.
‘우뢰’는 ‘우레’라는 순 우리말을 보고 한자쟁이들이 억지로 만든 말입니다.
‘우레’는 우리말 ‘울다’의 어간 ‘울-’에
접미사 ‘-에’가 붙어서 된 말입니다.
‘우레’는 토박이말이므로 굳이 한자로 적을 이유가 없습니다.
아니, 굳이 그럴 이유가 없는 게 아니라,
그러면 안 됩니다. ^^*

‘우뢰’는 이제 표준어 자격을 잃고 사라진 말이니 사용하면 안 됩니다.

천둥과 함께 복수 표준어인 ‘우레’라는 말을 모르고,
‘우뢰’를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우리말 ‘우레’가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죠.
‘우레’와 같은 뜻인 ‘천둥’도 표준말입니다.

관용어구로,
“많은 사람이 치는 매우 큰 소리의 박수”를,
‘우레와 같은 박수’라고 하죠.
‘그의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처럼 씁니다.
참 좋고 적절한 표현이죠.

오늘도
천둥 치며 먼 하늘에서 우레가 울려올까요? ^^*
다들 우산 챙기셨죠?

보태기)
천둥/우레/번개/벼락은 어떻게 다를까?
사전적인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천둥/우레 : 뇌성과 번개를 동반하는 대기 중의 방전 현상
번개 : 구름과 구름,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공중 전기의 방전이 일어나 번쩍이는 불꽃
벼락 : 공중의 전기와 땅 위의 물체에 흐르는 전기와의 사이에 방전 작용으로 일어나는 자연현상

좀 풀어보면,
‘천둥/우레’는 뇌성(천둥소리)과 번개를 포함하는 단어고,
‘번개’는 하늘에서 일어나는 불꽃이며,
‘벼락’은 하늘에서 일어난 불꽃인 ‘번개’가 땅에 떨어진 것을 말합니다.
가르실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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