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22] 우리말) 반려견

조회 수 2874 추천 수 0 2017.08.23 09: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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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달걀... 어떠한 경우에도 먹거리는 깨끗하고 안전해야 합니다.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고 해서 시끄럽고,
그와 함께 '동물복지'에 관한 이야기도 자주 나오네요.

우리는 집에서 함께 사는 개를 반려견이라고 합니다.
'반려'가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이므로
'반려견'은 "나와 함께 짝이 되는 동무 개"정도로 풀 수 있겠네요.

우리는 '반려'를 주로 '인생의 반려자', '평생의 반려자'처럼 쓰고 있는데,
개에게도 그 '반려'를 붙이는게 맞는지를 따져보는 글이 있어 함께 보고자합니다.

인천일보에 나온 글입니다.
http://www.incheonilbo.com/?mod=news&act=articleView&idxno=776023


[시론] '반려견'은 적절한 표현인가     
짝이 되는 동무를 뜻하는 '반려'란 소중한 의미를 갖는 말이다. '인생의 반려자', '평생의 반려자'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배우자를 지칭하는 반려자는 배우자 이외 어떤 가족구성원에게도 사용되지 않는 말이다.  
연로한 부모를 평생 모시고 사는 자식도, 시부모와 평생을 의지하며 함께 사는 며느리도 반려자는 되지 못한다. 반려란 말이 짝이라는 한정된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평생을 함께 할 부부가 상대방을 일컫는 말이 반려자인데, 동물에게 반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거북하다. 동물이 인간과 부부처럼 지낸다는 것도 아니다. 개가 아무리 사랑스럽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평생의 친구라 해도 배우자에 써야 하는 반려란 말을 붙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백번 양보하여 외로운 사람과 동고동락하며 반려자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개라는 의미에서 반려견이란 말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이는 혼자 여생을 보내는 자들이 기르는 개에게나 비유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이다. 가족이 함께 키우는 개에게는 비유조차 적절하지 않다. 
개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도록 길러진 까닭에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보다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는 동물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그런 인간과 동물 사이를 규정하여 동물을 좋아하니까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기는 것을 애완이라 하고, 그런 동물을 애완동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애완견은 인간이 아끼고 사랑하는 개라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 단어이다. 애완견으로는 그 의미규정이 부족하여 완전히 사람처럼, 그것도 배우자처럼 그런 의미를 담은 단어로 칭해야 한다는 것인가? 

우리가 개와의 공존을 말하는 것은 개를 개로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개를 사람의 반열에 올려놓듯 사람의 사고 속에서 규정하는 것은 개를 개로 인정하지 않는 인간의 욕심이라 할 수 있다. 혹여 개들에게 사람의 짝이 되라고 하면 많은 개들이 슬퍼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언어선택에 민감한 편이다. 단어에 조금의 부정적인 의미만 있어 보여도 바로 이를 지적하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은 별 나쁜 의미도 아닌 것 같은데, 어감이 안 좋고 차별어라며 많은 단어를 새 단어로 교체한다. 별 문제도 없어 보이는 기존 단어들의 의미에 사형선고를 내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늘 써오던 단어를 사용하다가 표현의 실수에 휘말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언론에서도 속어는 물론 정상어의 지위를 얻지도 않은 신조어마저 너무나도 쉽게 사용해 버린다. 

검증도 없고 인정도 받지 않은 신조어를 아무렇지 않게 써버리는 방송을 공영방송에서 바른 언어사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언론매체에 노출되면 그 단어는 정상어로서 지위를 확보하게 되고 국민들 사이에도 쉽게 전파되어 언어 오남용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기왕이면 어감이 좋은 언어를 선택하여 사용해야 하겠지만, 너무 과장되거나 의미를 포장하는 듯한 언어사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쓸 법한 영웅칭호를 붙이는 것도 아니고, '국민' 배우(가수·타자·여동생)처럼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에게 붙이는 비유적 표현도 경솔하다. '꽃미남·꿀벅지·종결자·끝판왕'처럼 '꽃~, 꿀~, ~자, ~왕, ~남/녀' 등의 조어 역시 자극적이거나 극단적이어서 경박한 느낌을 준다. 새로운 표현을 사용하는 데 제대로 된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는 조급함에 빠져 차분한 음미도 없이 멀쩡한 것에까지 손을 대며 개혁했다가 만족해 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사회를 부르짖으며 칼을 쉽게 빼들어도 안 되겠지만, 칼을 뺐다 하여 무라도 잘라야 한다는 식으로 무의미한 칼질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정상을 비정상으로 바꿔놓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부조리나 비정상은 내용을 개선할 일이지 명칭을 바꾼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개를 반려견이라 하면 버려지는 유기견의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일상에서 늘 사용하던 단어들을 그저 순수하게 받아들여 그 단어들의 의미를 깎아내리거나 왜곡시키는 일은 멈춰야 한다. 언어에 대한 너무 과장되거나 지나친 포장도 자제해야 한다. 언어는 변하는 것이지만 동물에 짝이란 의미의 말까지 붙여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 키우는 개, 기르는 개, 애견, 애완견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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