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6] 우리말) 제비

조회 수 2877 추천 수 0 2017.11.06 17: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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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재밌는 글이 있어 함께 보고자 합니다.


새삼 제비가 그립다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551285

손편지만큼 감동적인 게 또 있을까. 편지 쓴 이의 애틋함이 느껴져 눈물을 흘리며 읽는 이들도 있다. 예쁜 낙엽 한 잎이 동봉된 편지는 더욱 매력적이다.

편지 쓴 이는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몹시 설렌다. 그래서 진심이 서린 편지는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에게 청량제가 된다.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는 “겉봉에 쓰인 내 이름을 보면 사랑에 찬 심장의 고동에서 절묘한 음악을 끌어내 들리지 않는 심포니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소녀에게서 받은 편지로 인생이 달라졌다. 힘든 선거전을 치르고 있을 때 그레이스 베델이라는 열한 살 소녀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링컨 아저씨, 턱수염을 기르면 좀 온유해 보일 것 같아요.” 링컨은 소녀의 충고를 받아들여 턱수염을 길렀다. 그 결과 차가운 인상이 따뜻하고 친근하게 바뀌었고, 선거에서 이겼다.

그리운 이에게 손편지를 쓰고 싶은 가을이다. 그러고 보니 손편지를 쓴 게 까마득한 옛일이다. 우표값이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우체국의 상징이 ‘제비’라는 건 정확히 알고 있다. 제비의 정확성, 신속성, 다정함(친절함)을 담았다.

그렇다면 바람둥이를 ‘제비’, ‘제비족’이라고 말하는 것은 제비의 다정함 때문일까? 제비들은 분통이 터지겠다.

제비족은 1967년 9월 19일 자 동아일보 기사에 처음 등장한다. “달콤한 선율, 핑크빛 조명, 그 가운데를 남녀 쌍쌍의 바람이 흐른다. 밤의 서울 8시 캐바레(카바레)와 비밀 댄스홀엔, 그때부터 하루 일을 시작하는 사내들이 있다. 웨이터도 아니고 악사도 아니다. 이름을 붙인다면 ‘유부녀 제비족’.”

이처럼 제비족은 특별한 직업 없이 유흥가를 전전하며 돈 많은 여성에게 붙어사는 젊은 남자를 이른다. 몸매가 아주 매끈하여 보기 좋은 사람을 ‘물 찬 제비’라고 하듯 제비족은 제비의 ‘외모’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잘생긴 데다 춤을 잘 추고 말솜씨도 뛰어나며 매너까지 좋으니 돈 많은 유부녀들이 혹할 만도 하겠다.

서양의 연미복(燕尾服)에서 유래를 찾는 이들도 있다. 연미는 제비의 꼬리로, 연미복은 영어 ‘swallow-tailed coat’를 직역한 말이다. 연미복을 잘 차려입은 서양의 바람둥이가 한국에 넘어와 제비족이 됐다는 이야기이다.

조항범 충북대 교수는 일본에서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젊은 남자를 ‘쓰바메(つばめ·燕)’라고 부른 데서 ‘제비족’이 생긴 것으로 봤다.

제비족이든 쓰바메든, 빌붙어 사는 남자와 춤바람 난 ‘싸모님’들은 모두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다.

기왕 제비 이야기를 한 김에 많은 이들이 헷갈려 하는 제비초리와 제비추리도 짚고 가야겠다. 둘 다 제비와는 관련이 없다.

제비초리는 뒤통수나 앞이마의 한가운데에 골을 따라 아래로 뾰족하게 내민 머리털이다. 좀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한때 “제비초리가 있는 사람은 바람둥이이거나 황소고집”이라는 터무니없는 말이 돌기도 했다.

제비추리는 술 마실 때 안주로 구워 먹기 좋은 고기이다. 소의 갈비 안쪽 흉추의 몸통을 따라 마치 제비가 날개를 편 것처럼 길고 날씬한 모양이라 붙은 이름이다. 한마디로 사람한테는 제비초리가, 소한테는 제비추리가 있으니 잘 구분해 써야 한다.

가을을 타느라 싱숭생숭하다면 가족이나 벗에게 편지를 써보자. 편지는 당신에게도, 받는 이에게도 사랑이고 희망이 될 수 있다.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 맞는 벗들과 제비추리에 술 한잔 기울이는 것도 좋겠다.


아래는 지난 2011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너스레]
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좋네요.
아침에 아들 녀석은 자전거를 타고 오고, 저는 그 옆길을 따라 차를 타고 일터에 나왔습니다.
같이 자전거로 나오려고 했는데, 제가 오늘 낮에 차를 쓸 일이 좀 있어서요. 

지난주에 애를 낳고 나서 제가 너스레를 좀 많이 떨었나 봅니다.
늦둥이를 자랑하고 싶은 맘도 조금은 있었지만,
우리말 편지가 제 삶에서 일어난 일을 그대로 글로 쓰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

오늘은 그 '너스레'를 알아보겠습니다.
전통방식으로 술을 만들거나 두부를 만들 때 보면,
큰 그릇 위에 막대기 따위를 걸쳐 놓고 그 막대기 위에 시루 따위를 올려놓아 
시루가 빠지거나 바닥에 닿지 않은 채
그 시루에서 술 등이 떨어지도록 만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그렇게 걸쳐놓은 막대기가 '너스레'입니다.
요즘은 이 너스레를 늘어놓듯이 말을 떠벌린다고 해서 
"수다스럽게 떠벌려 늘어놓는 말이나 짓"을 '너스레'라고 합니다.

갑자기 2008년 일이 생각납니다.
제 일터가 없어진다는 보도가 나왔고, 제가 우리말 편지에서 낱말을 소개하면서 제 일터 이야기로 너스레를 좀 떨었더니
많은 분이 제 욕을 하면서 수신거부를 했었던... ^^*

지난 토요일에 오랜만에 저를 소개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예전에 보내드린 편지에서도 보셨듯이,
저는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우리 문화를 지키고자 발 벗고 나서서 뛰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제가 공부한 우리말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우리말 편지를 보낼 뿐입니다.

날씨가 참 맑고 좋습니다.
이 좋은 날씨 만큼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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