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5] 우리말) 선지국밥과 선짓국

조회 수 4111 추천 수 0 2017.09.15 11:39:42

.

안녕하세요. 

벌써 주말입니다. ^^*

오늘은 부산일보 이진원 교열부장께서 쓰신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선지국밥과 선짓국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70830000317


'대치동 포스코 빌딩 뒤편 '반룡산'이라는 북한 함흥 음식 전문점이 있다. 주력 음식은 '가릿국밥'이다. '가릿'은 함경도 말로 갈비를 뜻하는데, 갈비와 양지로 육수를 내 선지·양지·두부를 곁들인 함흥식 국밥이다.'

어느 신문에서 본 구절인데, '가릿'은, '가리'의 잘못이다. 가리는, 1980년대에 출판된 국어사전에 '소의 갈비를 식용으로 일컫는 말' ''소 따위의 갈비'를 고기로 일컫는 말'로 나온다. 또 '가릿국'은 '소의 가리를 토막쳐 푹 고아서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맑은 장을 친 국. 갈비탕. 갈빗국'이라 풀이돼 있다. 30년 전만 해도 갈비와 가리는 같은 뜻으로 쓰였다는 걸 알 수 있다. 

한데, 국립국어원이 1999년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가리가 ''갈비'의 잘못'이라고 나온다. '어원에서 멀어진 형태로 굳어져서 널리 쓰이는 것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표준어 규정 제5항을 따른 것이다. 강남콩, 삭월세를 버리고 강낭콩, 사글세를 표준어로 택한 근거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가리'를 버리고, 널리 쓰이는 '갈비'를 표준어로 삼은 것.(왜 둘 다 표준어로 삼으면 안 되는지, 왜 하나는 기어이 비표준어로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규정은 그렇다.) 

이런 사정에 비춰 보면 가릿국밥은 '가릿+국밥'이 아니라 '가리+ㅅ+국밥'인 걸 알 수 있다. '가릿'에 들어 있는 'ㅅ'은 사이시옷이었던 것.

한데, 이게 다가 아니다. 아래를 보자. 

① 김치국밥 돼지국밥 선지국밥 소고기국밥 소머리국밥 순대국밥 황태국밥

② 김칫국밥 돼짓국밥 선짓국밥 소고깃국밥 소머릿국밥 순댓국밥 황탯국밥

이 정도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벌써 눈치채셨을 터. 즉, ②보다 ①이 더 입에 잘 붙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재료명+국밥'일 때는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다. 2016년 2차 국어규범정비위원회에서 결정된 원칙이다. 그러니, '가릿국밥'은 '갈비국밥'이라야 하지만, 백번 양보하더라도 '가리국밥'이 되어야 한다.

반면, '재료명+국'일 때는 사이시옷을 적어야 한다. 즉, '김치국 돼지국 선지국 소고기국 순대국 황태국'이 아니라 '김칫국 돼짓국 선짓국 소고깃국 순댓국 황탯국'으로 써야 하는 것. 역시 [김치국/김칟꾹, 돼지국/돼짇꾹…]처럼 소리내 발음해 보면 사이시옷이 있어야 입에 착 달라붙는 걸 알 수 있다. 

이게 바로 이 글 제목이 '선지국밥과 선짓국'인 이유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지난 2011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째, 체, 채]
안녕하세요.

목요일입니다. 하루만 더 나오면 또 이틀을 쉴 수 있으니 오늘 더 열심히 삽시다. ^^*

오늘 아침 8시에 SBS에서 과일을 통째 먹으면 좋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늘은
째, 체, 채를 갈라보겠습니다.
‘ㅔ’와 ‘ㅐ’의 소리가 거의 비슷해 흔히 헷갈리는 문제입니다.

먼저 사전에 나와 있는 뜻을 보면,
‘째’는 
‘그대로’, 또는 ‘전부’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그릇째/뿌리째/껍질째/통째로/밭째처럼 씁니다.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로,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간다/노루를 산 채로 잡았다/벽에 기대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나는 뒷짐을 진 채 마당을 어정거렸다처럼 씁니다.

‘체’는
-척 이라는 뜻으로, 
보고도 못 본 체/모르는 체를 하며/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처럼 씁니다.
뒤에 ‘하다’가 붙으면,
‘척하다’는 뜻입니다.
잘난 체하다/못 이기는 체하고 받다/알고도 모르는 체하다/똑똑한 체하다처럼 씁니다.

정리하면,
‘체’는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이라는 뜻으로 ‘척’과 같은 뜻이며,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다”는 뜻입니다.
뜻은 다르지만 발음이 비슷해서 많이 헷갈리죠.

‘째’는 ‘체, 채’와 발음은 다르지만,
뜻은 ‘그대로’라는 뜻이 있어 ‘채’와 혼동하기 쉽습니다.

중요한 차이는,
‘채’는 앞에 관형어가 와야 하는 의존명사인데 반해,
‘째’는 ‘그대로’나 ‘전부’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는 겁니다.
이 말은 곧,
‘채’는 앞말과 띄어 쓰지만 ‘째’는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글을 쓰고 다시 읽어봐도 좀 헷갈리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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