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1] 우리말) 풋머리

조회 수 2055 추천 수 0 2015.10.01 10:24:03

우리말에 '풋머리'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곡식이나 과실 따위가 아직 무르녹지 않고 이제 겨우 맏물이나 햇것이 나올 무렵. 또는 그 무렵의 곡식이나 과실 따위."를 뜻하는 이름씨(명사)입니다.
풋머리를 캔다는 것은 그만큼 수확량이 줄게 되니 손해…….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가을이라 밖에서는 곡식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그 소리가 안 들리지만……. ^^*

우리말에 '풋머리'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곡식이나 과실 따위가 아직 무르녹지 않고 이제 겨우 맏물이나 햇것이 나올 무렵. 또는 그 무렵의 곡식이나 과실 따위."를 뜻하는 이름씨(명사)입니다.
풋머리를 캔다는 것은 그만큼 수확량이 줄게 되니 손해…….처럼 씁니다.

덜 여문 곡식을 거두는 것보다는
조금 기다렸다가 튼실해진 것을 거두는 게 더 좋을 겁니다.
삶에도 그렇듯이 자연에도 기다림이 필요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넉넉한 가을, 기다림의 여유도 가져보심이 어떨는지요.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바라건대/바라건데]

안녕하세요.

어제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셨습니다.
사진으로 본 것이지만 유리관 안에 누워계시는 모습이 무척 편안해 보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삶 그 자체가 세상의 빛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떠나시고도 영원히 우리 맘 속에 밝은 빛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감히 바라건대,
저도 제 삶을 마감할 때 아름답게 떠나고 싶습니다.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제 몸에서 쓸만한 것 다 떼 주고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훨씬 열심히 살아야 할 것이고,
지금보다 더 베풀어야 할 것이고, 지금보다 더 나눠야 할 겁니다.

그렇게 살겠다는 다짐을 담아 
오늘은 '건대'를 알아보겠습니다.

바라건대, 생각건대, 보건대...

헷갈리시죠?
'건대'가 맞습니다.
건대는 몇몇 움직씨(동사)의 줄기(어간) 뒤에 붙어
뒤 절의 내용이 말하는 사람이 보거나 듣거나 바라거나 생각하는 따위의 내용임을 미리 밝히는 연결 씨끝(어미) 입니다.
내가 보건대 철수는 장차 크게 될 아이이다, 제발 바라건대 정신 좀 차려라, 듣건대 친구가 어제...처럼 씁니다.

이 '건대'를 흔히 '건데'로 씁니다.
바라건데, 생각건데, 보건데...
이는 아마도 'ㄴ데'때문인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얼굴은 예쁜데 마음씨는 곱지 않다에서 쓰인 'ㄴ데'와 '건대'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바라건대,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네요.

며칠 전 해남군청 신문에 낸 글입니다.


[아버지 생각]
아버지, 저는 제사가 참 싫었습니다. 언제나 아버지와 저 둘이서 단출하게 지내는 제사가 참 싫었습니다. 벌초하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 많은 봉분을 아버지와 저 둘이서 낫으로 벌초하는 게 그리도 싫었습니다. 형제 없는 게 싫었고, 형제 있는 게 그리도 부러웠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도 몰랐습니다. 아버지가 얼마나 외로우셨다는 것을...
며칠 전이 설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지내는 차례는 이제 저와 아버지의 손자 둘이서 지냅니다. 비록 다섯 살배기 어린아이지만 조막만 한 손으로 제법 술도 칩니다. 할아버지 맛있게 드시라고 한글로 된 축문도 읽을 줄 압니다. 저는 이제야 조금씩 깨닫습니다. 아버지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를...
아버지는 가난한 집에 6대 독자로 태어나서 그 험한 세월을 살아가시면서 남에게 단 한 번도 싫은 소리를 듣지 않으셨습니다. 비록 아버지가 가난하지만 뭐든 남들과 나누려고 하셨고, 먼저 손해를 자청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집은 언제나 가난했고, 아버지는 무시당했습니다. 그때까지도 몰랐습니다. 아버지가 얼마나 외로우신지를...
아버지는 참으로 박복하셨습니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것도 박복한 것이요, 6대 독자로 태어난 것도 박복한 것이요, 기댈 결찌하나 없는 것도 박복한 것이었습니다. 오죽하면 환갑 하루 전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군대에 들어가 아들에게 술한잔 못 받았을까요. 딸 다섯 시집보내고 아들이 직장 잡아 이제 막 흔전거리실만하니 위암에 걸리셨습니다. 그만큼 박복했습니다. 그때 처음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외로우실 거라고...
환갑 넘어 위를 다 잘라내는 수술을 하시고도 강한 의지로 이겨내셨습니다. 그때 아들이 대학원을 졸업했는데, 앞으로 사실 날이 많으시리라 생각하고, 나중에 박사모 씌워드린다며 아들이 졸업식장에도 모시지 않았습니다. 고향에서 소 키우면서 3년을 더 사시다 위암이 재발해서 돌아가셨는데, 결국 아버지는 석사모와 박사모를 써보지 못했습니다. 아들은 박사지만 고생해서 뒷바라지하신 아버지는 박사모를 구경도 못해보실 만큼 박복하셨습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아버지와 둘이서 목욕탕엘 갔습니다. 예수남은 아버지의 몸무게가 38kg이었고, 아들인 저는 65kg이었습니다. 아버지의 허벅지는 제 팔뚝보다 가늘었고, 뼈와 살가죽이 따로 놀아 때를 밀어드릴 수도 없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 등을 밀어드리고자 했으나, 아버지는 그런 복도 없으셨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울었습니다. 아버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샤워기 꼭지만 붙들고 있다가 나왔습니다. 아버지가 너무 불쌍했고, 아버지를 살릴 수만 있다면 제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처음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불쌍하다고...
이렇게 아무런 복도 없이 한뉘를 살다 가신 아버지지만,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편안하게 웃으셨습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손수레에 이불을 깔고 그 위에 아버지를 모시고 아버지가 농사지으신 땅을 둘러볼 때 힘없이 웃으셨고, 돌아가시는 순간 어머니와 아들, 큰딸의 손을 꼭 잡고 눈을 감으시면서 입가에 엷은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아버지는 이렇게 남을 위해 사셨고, 아무런 복도 챙기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는 단 한 순간도 편하게 살지 못하셨지만, 아버지가 누리지 않고 남겨두신 그 복을 저희 자식들이 오롯하게 다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행복하게 사는 자식들을 하늘나라에서 맘 편히 바라보고 계실 아버지. 뼈와 살이 따로 놀아 살가죽이 힘없이 밀리는 그 손이라도 한 번만, 딱 한 번만이라도 잡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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