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01] 우리말) 안녕과 앞날

조회 수 2090 추천 수 96 2009.06.01 08:45:56
우리는 아침에 동료를 만나면 "안녕!"이라고 반갑게 인사합니다.
어젯밤에 잘 잤냐는 안부를 묻는 거죠.
저녁에 집에 가면서도 "안녕!"이라고 합니다.
아무 탈 없이 잘 갔다가 내일 다시 보자는 말이겠죠.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편지를 쓰다 보니 글을 쓰는 손이 좀 어색하네요.
우리는 지난주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보내드렸습니다.
허전하고, 아쉽고, 미련이 남지만 그래도 보내드렸습니다.

우리말에 헤어질 때와 만날 때 모두 쓰는 낱말이 있습니다.
만날 때도 쓰고 헤어질 때도 그 낱말을 씁니다.

'안녕'이 그런 낱말입니다.
우리는 아침에 동료를 만나면 "안녕!"이라고 반갑게 인사합니다.
어젯밤에 잘 잤냐는 안부를 묻는 거죠.
저녁에 집에 가면서도 "안녕!"이라고 합니다.
아무 탈 없이 잘 갔다가 내일 다시 보자는 말이겠죠.
사전에 오른 뜻은
감탄사로 "편한 사이에서,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때 정답게 하는 인사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만날 때도 '안녕'이라고 말하고, 헤어질 때도 '안녕'이라 말합니다.

'앞날'도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앞날은 이전의 어느 날이나 얼마 전이라는 뜻을 지녀 "전날"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닥쳐올 날"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주에 '안녕'하지 못했고
쓰린 가슴을 부여잡고 노 전 대통령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며 보내드렸습니다.
그분이 살아오신 '앞날'을 지지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분의 뜻에 따라,
우리 '앞날'은 서로 싸우지 않고 살아야 할 겁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포장도로와 흙길]


어제는 온 식구가 횡성에 다녀왔습니다.
한우고기 좀 먹을까 해서 갔는데, 한우는 못 먹고 더덕만 많이 먹고 왔습니다. ^^*


봉황이 울었다는 봉명리라는 곳에서 잤는데 비포장도로로 한참 들어가야 마을이 나오더군요.
오랜만에 달려보는 비포장도로였습니다.


포장(鋪裝)은
"길바닥에 돌과 모래 따위를 깔고 그 위에 시멘트나 아스팔트 따위로 덮어 길을 단단하게 다져 꾸미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꾸민 길을 '포장도로'라고 합니다.

그럼 포장 되지 않은, 꾸미지 않은 길은 뭐라고 하죠?
아시는 것처럼 '비포장도로(非鋪裝道路)'라고 합니다.

'비포장'보다는 '흙길'이 낫지 않나요?
근데 안타깝게도 흙길은 사전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포장, 포장도로, 비포장도로와 함께
'길'과 '포장길'만 올라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이런 멋진 '길'을 두고 '도로(道路, どうろ[도우로])'라는 일본어투 말을 더 많이 쓰는 우리입니다.
어떤 책에 보니 '도로'는 땅에만 있고,
'길'은 하늘과 땅, 심지어는 바다에도 있는 게 길이라고
도로와 길의 쓰임을 갈랐더군요.

다음에 사전 만들 때는 '도로'를 빼고 '길'만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포장'을 뺄 수 없다면 '흙길'도 같이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도 열심히 일해야겠죠?
그래야 주말에 또 놀러 가죠.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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