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2] 우리말) 필자가 아니라 글쓴이!

조회 수 5406 추천 수 88 2006.09.12 09:50:00
안녕하세요.

저는 요즘 책 읽을 시간이 많네요.
병원에 있다 보면 딱히 뭐 할 게 없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을 많이 봅니다.

어떤 책이라고 꼭 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많은 책에서 보이는 잘못을 좀 지적해 볼게요.

첫째,
뭔가를 설명하면서 '즉'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이는 '곧'으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뜻이 거의 같은데 굳이 한자인 즉(卽)을 쓸 까닭이 없죠.

둘째,
설명하면서 자주 나오는
"말할 것도 없음"이라는 뜻의 '물론'이라는 단어는 일본어 勿論(もちろん[모찌롱])에서 왔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말할 것도 없음'으로 바꿔 쓰시면 됩니다.

셋째,
'필자'라는 말입니다.
사전에는
"글을 쓴 사람. 또는 쓰고 있거나 쓸 사람."이라고 풀어져 있지만,
그 뜻은
그 책을 쓴 사람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제삼자가 글을 쓴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곧,
글쓴이가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고..."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글을 읽는 사람이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 것이고..."라는 것만 말이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필자'도 일본식 표현입니다.
筆者(ひっしゃ[핏샤])라는 일본어에서 왔거든요.

글을 쓴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가리켜 필자라고 쓴 것은,
필자의 뜻을 제대로 몰랐거나,
가진 게 없어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 일겁니다.

그냥 '글쓴이'라고 하면 누가 잡아가나요?
그 책의 값어치가 떨어질까요?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짜집기]

어제 한 잡지사에서 글을 좀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전화한 기자 말로는,
새로 쓸 것까지는 없고, 그동안 써 놓은 글을 독자 수준에 맞게 짜집기해 달라더군요.
시간 많이 들일 필요 없이 그냥 짜집기해 달라고...

“직물의 찢어진 곳을 그 감의 올을 살려 본디대로 흠집 없이 짜서 깁는 일”이나,
“기존의 글이나 영화 따위를 편집하여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드는 일”을
말하는 단어는,
‘짜집기’가 아니라 ‘짜깁기’입니다.

“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에 다른 조각을 대거나 또는 그대로 꿰매다”라는 뜻의 단어는
‘깁다’이지 ‘집다’가 아니잖아요.
당연히, ‘짜집기’가 아니라 ‘짜깁기’로 써야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7550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3088
36 [2006/09/21] 우리말) 염치불구하고... id: moneyplan 2006-09-21 4910
35 [2006/09/20] 우리말) 살사리꽃이 하늘거릴까 하늘댈까? id: moneyplan 2006-09-20 5385
34 [2006/09/19] 우리말) 고랭지, 고냉지, 고령지 id: moneyplan 2006-09-19 5334
33 [2006/09/18] 우리말) 숟가락을 떨어트리다? 떨어뜨리다? id: moneyplan 2006-09-18 6322
32 [2006/09/16] 우리말) 어머니 글을 또 보내드립니다 id: moneyplan 2006-09-18 4881
31 [2006/09/18] 우리말) 즐거운 비명 id: moneyplan 2006-09-18 5926
30 [2006/09/15] 우리말) 게슴츠레 졸린 눈 id: moneyplan 2006-09-15 5419
29 [2006/09/14] 우리말) 가을내가 아니라 가으내 id: moneyplan 2006-09-14 5022
28 [2006/09/13] 우리말) 고개를 숙이고 땅을 쳐다봐? id: moneyplan 2006-09-13 5210
» [2006/09/12] 우리말) 필자가 아니라 글쓴이! id: moneyplan 2006-09-12 5406
26 [2006/09/11] 우리말) 납골당 >> 봉안당 id: moneyplan 2006-09-11 5460
25 [2006/09/08] 우리말) 자세한 내역? 자세한 내용? 자세하게? id: moneyplan 2006-09-08 5322
24 [2006/09/07] 우리말) 일본 왕실의 왕자 탄생을 축하합니다 id: moneyplan 2006-09-08 5067
23 [2006/09/07] 우리말) 휭하니 >> 힁허케 id: moneyplan 2006-09-07 5388
22 [2006/09/06] 우리말) 코스모스꽃? 살사리꽃! id: moneyplan 2006-09-06 5360
21 [2006/09/05] 우리말) 과일과 과실 id: moneyplan 2006-09-05 5846
20 [2006/09/04] 우리말) 들이키다와 들이켜다 id: moneyplan 2006-09-04 5112
19 [2006/09/03] 우리말) 오늘 농촌진흥청 잔치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id: moneyplan 2006-09-04 6709
18 [2006/09/02] 우리말) 저는 떠버리입니다 id: moneyplan 2006-09-04 5951
17 [2006/09/01] 우리말) 나염이 아니라 날염입니다 id: moneyplan 2006-09-01 70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