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7] 우리말) 천상 제날짜에 가야지...

조회 수 4743 추천 수 97 2006.10.17 10:06:47
안녕하세요.

어제 오후에 어머니가 저에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아범아, 다음 주 병원 예약 날짜를 좀 당길 수 없겠냐?"

아시는 것처럼 지난 8월부터 어머니가 저희 집에 와 계시는데,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으신가 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시는데 이번에는 좀 일찍 병원에 가셨다가 바로 집으로 가시고 싶으신 거죠.
병원에 알아보니 예약 날짜를 당기기 어렵다고 하네요.

"어머니, 병원에 전화해서 알아보니 날짜기 당기기 어렵다고 하네요. 어떡하죠?"
"에그... 별 수 있냐. 천상 제날짜에 가야지..."
"예. 그래요. 어머니..."
어머니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죠.

어머니가 말씀하신 '천상'은 '천생'이 맞습니다.
천생(天生)은
명사로는 "하늘로부터 타고남. 또는 그런 바탕."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천생 버릇은 임을 봐도 못 고친다'처럼 씁니다.

부사로는 "타고난 것처럼 아주", "이미 정하여진 것처럼 어쩔 수 없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차가 없으니 천생 걸어갈 수밖에 없다, 아무도 갈 사람이 없다면 천생 내가 가야겠구나처럼 씁니다.

어머니가 "천상(천생) 제날짜에 가야지..."라고 하신 것은,
예약 날짜를 바꿀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전에 예약한 날짜에 가야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어머니,
힘드셔도 조금만 참으세요.
다음 주에 병원 들러 별일 없으면 바로 집에 모셔다 드릴게요. ^^*

우리말123

보태기)
'병원에 들려'가 아니라 '병원에 들러'가 맞다는 것은 다 아시죠?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향년 82세]

남부지방은 오늘도 비가 올 거라죠?

어제 뉴스에서 들으니 사우디 국왕이 죽었다고 하더군요.
어느 나라 국왕이 죽든 저는 상관없지만, 그래도 맞춤법은 따져야죠?

뉴스에서 그 국왕의 죽음을 소개하면서,
“향년 82세”라고 하더군요.

향년(享年)은,
“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로,
죽을 때의 나이를 말할 때 씁니다. 산사람에게는 쓰지 않습니다.
‘향년 82세를 일기(一期)로 어디 국왕이 별세하다.’처럼 쓰죠.
뉴스에서 ‘향년’이라는 낱말을 참 적절하게 쓴 겁니다.

어떤 경우에는
나이를 말할 때,
‘방년(芳年)’이라는 낱말을 쓰기도 합니다.
‘방년 십팔 세/방년 스물의 꽃다운 나이’처럼 쓰죠.
그러나 이 ‘방년’은
“이십 세 전후의 한창 젊은 꽃다운 여자의 나이”를 의미합니다.
남자에게는 ‘방년’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방년의 방 자가 향기로울 방(芳) 이잖아요.
꽃다운 여자에게서 향기가 나지,
남자에게서는 땀 냄새밖에 더 나겠어요?

얼마 전에 보내드린,
‘재원’도 여자에게만 쓴다고 했죠.
‘방년’도 마찬가집니다. 남자에게는 쓰지 마세요.

참,
어제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 새로 온 신입사원 세 명을 봤는데,
모두 남자더군요.
‘재원’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었는데...
‘재원’이 아니라 ‘재자(才子)인 것 같더군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7552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3095
56 [2006/10/18] 우리말) 심술깨나 부리게 생겼다. 꽤나 고집이 세겠군 id: moneyplan 2006-10-18 5109
» [2006/10/17] 우리말) 천상 제날짜에 가야지... id: moneyplan 2006-10-17 4743
54 [2006/10/16] 우리말) 아싸리 말해서 이거 똔똔입니다 id: moneyplan 2006-10-16 5386
53 [2006/10/14] 우리말) 가을이 오는 속도 id: moneyplan 2006-10-14 5341
52 [2006/10/13] 우리말) 알타리김치,총각김치,홀아비김치 id: moneyplan 2006-10-14 5253
51 [2006/10/12] 우리말) 굽실대다 id: moneyplan 2006-10-12 3888
50 [2006/10/11] 우리말) 배추 뿌리, 배추꼬랑이 id: moneyplan 2006-10-11 5055
49 [2006/10/10] 우리말) 밥먹고 삽시다 id: moneyplan 2006-10-10 4945
48 [2006/10/09] 우리말) 돈 될 천 원짜리 지폐 id: moneyplan 2006-10-09 3825
47 [2006/10/09] 우리말) 우리말 훼방꾼? 우리말 헤살꾼! id: moneyplan 2006-10-09 3874
46 [2006/10/04] 우리말) 즐거운 추석 되세요. -> 아니요. 싫은데요. id: moneyplan 2006-10-08 4939
45 [2006/10/02] 우리말) 낯선 편지 id: moneyplan 2006-10-02 5604
44 [2006/09/30] 우리말) 웜 비즈? 쿨 비즈? id: moneyplan 2006-09-30 4302
43 [2006/09/29] 우리말) 이걸 처먹으라고? id: moneyplan 2006-09-29 4441
42 [2006/09/28] 우리말) 택배가 느리게 왔어요 id: moneyplan 2006-09-28 4159
41 [2006/09/27] 우리말) 유감에 유감? id: moneyplan 2006-09-28 4247
40 [2006/09/26] 우리말) 허접 쓰레기? 허섭스레기 id: moneyplan 2006-09-26 4639
39 [2006/09/25] 우리말) 모듬과 모둠 id: moneyplan 2006-09-25 6140
38 [2006/09/24] 우리말) 산문 모음집 id: moneyplan 2006-09-25 5059
37 [2006/09/22] 우리말) 햇땅콩이 아니라 해땅콩입니다 id: moneyplan 2006-09-22 4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