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28] 우리말) 택배가 느리게 왔어요

조회 수 4158 추천 수 91 2006.09.28 12:15:41
안녕하세요.

이제 곧 추석입니다.
요즘 택배 회사들이 바쁘다죠?
추석 선물을 나르느라 정신없이 바쁜가 봅니다.
저도 추석 선물 몇 개를 택배로 보냈는데요.
택배 회사 직원이 "요즘은 배달 물량이 많이 좀 느리게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왕이면 느리게 들어가지 말고 빨리 들어가지...

오늘은 '느리다'와 '늦다'를 갈라보겠습니다.
먼저, 빠르다와 이르다의 차이는 말씀드렸죠?
빠르다는 속도와 관련되고 이르다는 시기와 관련된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이 '느리다'와 '늦다'도 마찬가집니다.

느리다는 속도와 관련되고, 늦다는 시기와 관련됩니다.
따라서,
느리다의 반대말은 빠르다고, 늦다의 반대말은 이르다입니다.

이렇게 갈라놓고 보면 쉽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두 가지를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택배 배달 물량이 많아 선물이 추석 뒤에 들어가는 것은,
느리게 들어가는 게 아니라 늦게 들어가는 겁니다.
정해진 때보다 지나서 들어가니 늦게 들어가는 거죠.
택배가 느리게 들어가는 것은,
배달을 하는 아저씨가 천천히 걸어가면서 가다 쉬고, 또 가다 쉬고 하면서 느긋하게 배달하는 것을 말합니다.

느리다와 늦다를 가르실 수 있죠?

오늘도 좋은 생각 많이 하시고,
행복한 일만 많이 생기시길 빕니다.

우리말123 ^^*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 인데,

오늘 내용과 관련있는 것으로 골랐습니다.

[이르다/빠르다]

날씨가 참 좋네요.
저는 오늘 논에 이삭거름 주러 갑니다.
패암이 잘 되길 빌어주세요.

오늘은,
어제 제가 친구와 통화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친구 : 오랜만이네, 부탁이 있어서... 모 잡지사에 낼 원고인데 좀 봐주게...
제훈 : 그럴게. 지금 전자우편으로 보내다오.
친구 : 이미 보냈어. 좀 바쁜데, 언제까지 봐 줄 수 있어?
제훈 : 요즘 나도 좀 바빠서... 빨라야 다음 주 초쯤 될 것 같은데...
친구 :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해. 고마워...

저는 이 짧은 통화를 하면서 제 입을 몇 번 때렸습니다.
‘빨라야’가 아니라 ‘일러야’인데...

오늘은 ‘빠르다’와 ‘이르다’의 차이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빠르다’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라는 뜻으로
속도(速度)와 관계가 있습니다.
‘두뇌 회전이 빠르다, 약효가 빠르다, 걸음이 빠르다, 말이 빠르다, 발놀림이 빠르다’처럼 씁니다.

‘이르다’는  
“계획한 때보다 앞서 있다”는 뜻으로
시기(時期)와 관계가 있습니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올해는 첫눈이 이른 감이 있다,
그는 여느 때보다 이르게 학교에 도착했다.
공연이 시작되기에는 시간이 일러서인지 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처럼 씁니다.

제가 어제 전화하면서 제 입을 때린 이유는,
“요즘 나도 좀 바빠서... 일러야 다음 주 초쯤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요즘 나도 좀 바빠서... 빨라야 다음 주 초쯤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으니...
이미 제 입을 떠난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고,
그저 제 입을 때리는 수밖에...

뉴스를 듣다 보면, 가끔,
경제회복 빨라야 내년 초...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것도,
경제회복 일러야 내년 초라고 해야 옳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보태기)
패암 : 곡식의 이삭이 패어 나오는 일. 또는 그 이삭. 보리의 패암이 잘되었다. 벼의 패암이 고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7550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3092
56 [2006/10/18] 우리말) 심술깨나 부리게 생겼다. 꽤나 고집이 세겠군 id: moneyplan 2006-10-18 5109
55 [2006/10/17] 우리말) 천상 제날짜에 가야지... id: moneyplan 2006-10-17 4743
54 [2006/10/16] 우리말) 아싸리 말해서 이거 똔똔입니다 id: moneyplan 2006-10-16 5386
53 [2006/10/14] 우리말) 가을이 오는 속도 id: moneyplan 2006-10-14 5341
52 [2006/10/13] 우리말) 알타리김치,총각김치,홀아비김치 id: moneyplan 2006-10-14 5253
51 [2006/10/12] 우리말) 굽실대다 id: moneyplan 2006-10-12 3887
50 [2006/10/11] 우리말) 배추 뿌리, 배추꼬랑이 id: moneyplan 2006-10-11 5055
49 [2006/10/10] 우리말) 밥먹고 삽시다 id: moneyplan 2006-10-10 4944
48 [2006/10/09] 우리말) 돈 될 천 원짜리 지폐 id: moneyplan 2006-10-09 3825
47 [2006/10/09] 우리말) 우리말 훼방꾼? 우리말 헤살꾼! id: moneyplan 2006-10-09 3873
46 [2006/10/04] 우리말) 즐거운 추석 되세요. -> 아니요. 싫은데요. id: moneyplan 2006-10-08 4939
45 [2006/10/02] 우리말) 낯선 편지 id: moneyplan 2006-10-02 5604
44 [2006/09/30] 우리말) 웜 비즈? 쿨 비즈? id: moneyplan 2006-09-30 4302
43 [2006/09/29] 우리말) 이걸 처먹으라고? id: moneyplan 2006-09-29 4441
» [2006/09/28] 우리말) 택배가 느리게 왔어요 id: moneyplan 2006-09-28 4158
41 [2006/09/27] 우리말) 유감에 유감? id: moneyplan 2006-09-28 4246
40 [2006/09/26] 우리말) 허접 쓰레기? 허섭스레기 id: moneyplan 2006-09-26 4639
39 [2006/09/25] 우리말) 모듬과 모둠 id: moneyplan 2006-09-25 6140
38 [2006/09/24] 우리말) 산문 모음집 id: moneyplan 2006-09-25 5059
37 [2006/09/22] 우리말) 햇땅콩이 아니라 해땅콩입니다 id: moneyplan 2006-09-22 4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