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25] 우리말) 모듬과 모둠

조회 수 6140 추천 수 90 2006.09.25 10:04:29
안녕하세요.

어제 '산문 모음집'이 틀렸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모듬과 모둠을 갈라달라는 분이 많이 시네요.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

실은 이 두 단어는 이런저런 말이 많은 단어입니다.
어원을 따지면서 둘 다 맞다는 분도 계시고, 이 중 하나만 맞다는 분도 계시고...
제가 봐도, '모듬'과 '모둠'은 모두 옛말 '다'에서 온 것으로 어원적으로는 말이 됩니다.
또, 자동사 타동사로 갈라도 될 것 같고...

그러나 표준어는 '모듬'이 아니라 '모둠'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1999년에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면서 '모둠'만 인정했습니다.
그에 따라 모둠꽃밭, 모둠냄비, 모둠밥 따위가 표준어이고,
"초˙중등학교에서 효율적인 학습을 위하여 학생들을 대여섯 명 내외로 묶은 모임"도 '모둠'이라고 합니다.
술집에서 나오는 안주도 모둠안주, 모둠회가 맞습니다.

국어학자들끼리 모듬, 모둠 따지라고 하고,
우리는 그냥 '모둠'만 기억해 두자고요.
'모듬'은 잊어버리고...아니 잃어버리고...^^*

우리말123


보태기)
1. 모둠안주, 모둠회는 아직 표준어가 아닙니다.

2. '잊다'는
"한번 알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는 뜻으로,
수학 공식을 잊다/영어 단어의 철자를 잊다/영화 제목을 잊었다처럼 씁니다.
'잃다'는
"가졌던 물건이 없어져 그것을 갖지 아니하게 되다."는 뜻으로
가방을 잃다/복잡한 시장 거리에서 지갑을 잃었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모듬'을 잊어버리는 것은,
잠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고,
'모듬'을 잃어버리는 것은,
기억 속에서 빼내 없애버리는 겁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귀감은 본보기로...]

오늘은 날씨가 무척 무더울 거라네요.
서로 조심하면서 짜증내지 말고 잘 보내자고요.

저는 남들이 쓴 글을 검토해달라는 부탁을 가끔 받습니다.
가능하면 기쁜 마음으로 봐 드립니다. 그게 다 제 공부니까요.

지난주에 어떤 내용을 검토해서 일부분을 고친 후 보내드렸더니,
어제, 그 내용을 한 번 더 검토해 달라고 저에게 다시 보냈더군요.
거기에 보니,
제가 고친 내용을 지우고 다시 돌려놓은 게 보였습니다.
제가 바꾼 것은,
‘장점/단점’을 ‘좋음/나쁨’ 또는 ‘좋은 점/나쁜 점’ 으로 고치라는 것과
‘귀감이 되는 행동’과 ‘모범을 보여’를 ‘본보기’로 바꾸라는 것이었습니다.

굳이 한자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
우리말이 훨씬 정감 있게 보이는데...
꼭 한자를 쓰고 어떤 포장을 해야만 그 속에 든 내용이 좋게 보이는 것은 아닌데...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살가운 말을 쓰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오늘 하루 많이 웃으시고,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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