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01] 우리말) 아빠, 원준이 또 똥쌌어요

조회 수 4148 추천 수 93 2006.11.01 09:57:21
안녕하세요.

"아빠, 원준이 또 똥 쌌어요."
"뭐? 또?"
"저는 화장실 가서 누는데 원준이는 만날 기저귀에다 싸요. 그쵸?"

오늘 아침에 제 딸이 저에게 일러바친 말입니다.
제 딸내미는 이제 막 36개월을 넘어섰습니다.
이 어린것이 말을 배워가는 것을 보면 참 재밌습니다.
언젠가는 시장에서 한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듣고,
"아빠, 저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죠. 그쵸?"라고 말해 저를 깜짝 놀라게 하더군요.
이 어린것이 벌써 틀리다와 다르다를 갈라 쓰고 있으니 얼마나 기특해요.

앞에서 제 동생이 똥을 쌌다고 하고
자기는 똥을 눈다고 했는데요.
이것도 정확하게 갈라서 쓰고 있는 겁니다.

'싸다'는
"똥이나 오줌을 참지 못하고 함부로 누다."나,
똥이나 오줌을 누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개똥녀'의 개가 여기저기 똥을 싸고 다니는 거죠.

'누다'는
"배설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다."는 뜻으로
오줌을 누다, 똥을 누다처럼 씁니다.

그게 그거 같아 헷갈리신다고요?
쉽게 가르실 수 있습니다.
'누다'는 내가 내 의지에 따라 다스려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고,
'싸다'는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내보내는 것입니다.

제 아들은 아직 철이 들지 않아 똥을 싸는 것이고,
제 딸은 철이 들어 제 의지대로 똥을 누는 것입니다.
이제 '누다'와 '싸다'를 가르실 수 있죠?
겨우 네 살인 제 딸도 이런 말을 상황에 맞게 씁니다. 하물며 나이든 우리야...

우리말123


보태기)
'그쵸'는 없는 말입니다.
'그렇죠'가 맞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입니다.

[으시시 >> 으스스, 부시시 >> 부스스 ]

지난주에 힘들었던 게 이번 주까지 오네요.
몸이 춥고 떨리는 게 오한이 났나 봅니다.
춥기도 하고, 머리는 열이 나면서 아프고, 온몸이 욱신거리고...

말 그대로 오슬오슬 떨리네요.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더군요.

그냥 부스스한 얼굴로 사무실에 전화나 한 통 하고 쉴까 하다가,
아직은 그럴 나이가 아닌 것 같아서
물먹은 솜처럼 축 처진 몸을 이끌고 출근은 했습니다.
아마 오늘 하루 잘 쉬면 좀 나아질 것 같네요.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니, 가관이더군요.
짧은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지,
얼굴은 부어있지,
입가에 침 자국은 선명하지...

바로 그런 저의 모습을 보니 떠오르는 낱말이 있더군요.
바로, ‘부스스’입니다.
흔히 그런 경우 ‘부시시하다’고 하는데요.
그건 틀린 말입니다.
‘부스스’한 겁니다.

“차거나 싫은 것이 몸에 닿았을 때 크게 소름이 돋는 모양”도,
‘으시시’한 게 아니라,
‘으스스’한 거죠.

“굵은 물줄기 따위가 빠르게 흘러내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도,
‘주루루’흐르는 게 아니라,
‘주르르’흐르죠  
다만,
“물줄기나 빗물 등이 짧은 데를 빨리 흐르다가 그치는 소리”인
‘주룩’이나 ‘주룩주룩’은 맞습니다.

오늘 비가 온다네요.
창가에 주르르 흐르는 빗방울을 보면서,
옛 애인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80321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5977
76 [2010/03/11] 우리말) 숨탄것 id: moneyplan 2010-03-11 2196
75 [2015/07/06] 우리말) 금새와 금세 머니북 2015-07-06 2195
74 [2016/03/09] 우리말) 꽃샘추위/잎샘추위/꽃샘잎샘 머니북 2016-03-10 2194
73 [2016/07/08] 우리말) 깝살리다 머니북 2016-07-11 2193
72 [2009/12/22] 우리말) 나달과 세월 id: moneyplan 2009-12-22 2192
71 [2015/08/24] 우리말) 풋낯과 풋인사 머니북 2015-08-25 2190
70 [2015/01/07] 우리말) 뽁뽁이 머니북 2015-01-07 2189
69 [2014/07/09] 우리말) 새집 머니북 2014-07-09 2189
68 [2016/01/15] 우리말) 드셔 보세요 머니북 2016-01-17 2187
67 [2015/07/29] 우리말) 무슨과 몇 머니북 2015-08-02 2187
66 [2014/07/08] 우리말) 너더댓새 머니북 2014-07-08 2186
65 [2010/07/06] 우리말) 얼굴 moneybook 2010-07-06 2186
64 [2016/08/19] 우리말) 경기에 이겼을까, 경기를 이겼을까? 머니북 2016-08-24 2185
63 [2014/05/23] 우리말) 다이어트 머니북 2014-05-23 2183
62 [2010/07/09] 우리말) 틀린 낱말 몇 개 moneybook 2010-07-09 2183
61 [2016/06/27] 우리말) 백상어의 공포 머니북 2016-06-29 2182
60 [2016/04/20] 우리말) 쭉신 머니북 2016-04-22 2181
59 [2015/05/12] 우리말) 채찍비 머니북 2015-05-12 2181
58 [2016/08/25] 우리말) 물, 말 머니북 2016-08-29 2180
57 [2014/06/05] 우리말) 무투표 당선 머니북 2014-06-05 2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