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9] 우리말) 명란젓과 창난젓

조회 수 3871 추천 수 78 2006.10.19 12:29:24
안녕하세요.

어제는 어머니와 점심을 같이했습니다.
마침 아내가 밖에 나가고 어머니 혼자 점심을 드시게 되어 제가 모시고 밖으로 나왔죠.
돌솥 비빔밥을 먹었는데 어머니가 참 좋아하시더군요.
오랜만에 명란젓을 먹어보신다면서 비빔밥 한 그릇을 다 비우셨습니다.
명란젓을 이렇게 좋아하실 줄 알았으면 더 일찍 해 드릴걸......

오늘은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명란젓을 알아볼게요.
명란젓은 "명태의 알을 소금에 절여 담근 젓."입니다.
明卵에 젓이 붙어서 된 낱말입니다.
卵이 알 란 자 이므로 明卵은 '명란'이 맞습니다.
만약 이 卵 자가 낱말 맨 앞에 오면 두음법칙에 따라 '란'이 아니라 '난'이 되겠죠.

난포, 난막, 난상 따위 입니다.
어쨌든 명태 알로 담근 젓은 '명란젓'입니다.

창난젓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창난젓이 (명태의) 창자(창)와 알(卵, 란)로 만든 젓이라면
창란젓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卵 자가 낱말 맨 앞에 온 게 아니니 '란'이라고 해야겠죠.

그러나
창난젓은 창자와 알로 만듯 젓이 아닙니다.
"명태의 창자."를 '창난'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것으로 만든 젓입니다. 순 우리말입니다.
'창자와 알'과는 상관없습니다.
순 우리말 '창난'으로 만든 젓이니 당연히 '창란젓'이 아니라 '창난젓'이죠.

정리하면,
명란젓은 명태의 알로 담은 젓이니 '명란젓'이 맞고,
창난젓은 명태의 창자인 '창난'으로 담은 젓이니 '창난젓'이 맞습니다.

그나저나,

명란젓과 창난젓 중 어떤 게 더 맛있어요?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편지입니다.


[운명을 달리하다/유명을 달리하다]

안녕하세요.

휴가 중 쌓인 편지 중에,
‘OOO가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라는 편지가 있네요.
제가 잘 아는 분인데,
이번에 지병으로 돌아가셨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OOO가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라는 이 전자우편의 제목은 잘못되었습니다.
‘운명(殞命)’은,
“사람의 목숨이 끊어짐”을 뜻합니다.
‘운명을 달리했다’고 하면,
‘목숨이 끊어진 것을 달리했다’는 말인데,
좀 이상하잖아요.

운명을 달리한 게 아니라, ‘유명’을 달리했다고 해야 합니다.
‘유명(幽明)은,
“어둠과 밝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 또는,
“저승과 이승을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누군가 돌아가시면,
당연히,
‘유명을 달리했다’고 해야지,
‘운명을 달리했다’고 하면 안 됩니다.

굳이 ‘운명’을 쓰고 싶으면,
‘운명했다’고 하시면 됩니다.

그 선배님의 명복을 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7892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3532
76 [2006/11/14] 우리말) 바람떡/개피떡 id: moneyplan 2006-11-14 5938
75 [2006/11/14] 우리말) 사의 표명! 반려? id: moneyplan 2006-11-14 5468
74 [2006/11/13] 우리말) 싸가지/소갈머리 --> 늘품/늧 id: moneyplan 2006-11-13 4237
73 [2006/11/12] 우리말) 지금 집을 사면 낭패라죠? id: moneyplan 2006-11-13 4315
72 [2006/11/11] 우리말) 빼빼로 데이? 농민의 날! id: moneyplan 2006-11-13 4344
71 [2006/11/10] 우리말) '데' 띄어쓰기 id: moneyplan 2006-11-10 5267
70 [2006/11/09] 우리말) 한무릎공부 id: moneyplan 2006-11-09 4788
69 [2006/11/08] 우리말) 인상/인하는 값 오름/값 내림으로 id: moneyplan 2006-11-08 4447
68 [2006/11/07] 우리말) 날씨가 꽤 춥네요. 그렇다고 너무 웅숭그리지 마세요 id: moneyplan 2006-11-07 4340
67 [2006/11/06] 우리말) 군포시, 고맙습니다 id: moneyplan 2006-11-07 4349
66 [2006/11/03] 우리말) 제고와 재고를 재고해야합니다 id: moneyplan 2006-11-03 4641
65 [2006/11/02] 우리말) 제 아들에게 먼지떨음을 했습니다 id: moneyplan 2006-11-02 4663
64 [2006/11/01] 우리말) 아빠, 원준이 또 똥쌌어요 id: moneyplan 2006-11-01 4084
63 [2006/10/31] 우리말) 시월의 마지막 밤 id: moneyplan 2006-11-01 4353
62 [2006/10/30] 우리말) '한목'과 '한몫' id: moneyplan 2006-10-30 5316
61 [2006/10/23] 우리말) 열심히 다좆치고 죄어치겠습니다 id: moneyplan 2006-10-23 4455
60 [2006/10/22] 우리말) 심간 편하세요? id: moneyplan 2006-10-23 4996
59 [2006/10/21] 우리말) 고육지책 id: moneyplan 2006-10-23 5072
58 [2006/10/20] 우리말) 닦달하다 id: moneyplan 2006-10-20 4314
» [2006/10/19] 우리말) 명란젓과 창난젓 id: moneyplan 2006-10-19 3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