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09] 우리말) 동지나해

조회 수 3628 추천 수 85 2007.01.10 11:24:59
안녕하세요.

어제 받은 답장을 먼저 소개합니다.

오랜만에 답장을 보내는군요.
"표준 발음법13항에 따르면,
홑받침이나 쌍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제 음가대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는 규정에 따라, '눈 덮인 산'은 [눈 더핀 산]으로 발음합니다."

하나. 홑받침, 쌍받침, 조사, 어미, 접미사, 음절...
이런 용어를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하여, 이 풀이를 보고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깨우칠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요?

둘. 본디 글보다 말이 먼저여서, '더핀'이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덮인'으로 적자고 학자들이 정한 것이지요. 곧, '덮인'을 '더핀'으로 소리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더핀'을 '덮인'으로 적자고 정한 것이지요.

셋. '더핀'을 '덮인'으로 적자고 정한 까닭은, '더핀, 더퍼라, 더프니, 더프면, 더펐더니' 따위가, 같은 뜻의 낱말이 어떤 씨끝(어미)이 붙음에 따라 그렇게 소리난 것임을 알게 되어, 그 낱말을 '덮-'이라고 적으면 쉬이 알아보겠다 싶어 그리한 것이지요.

넷. 문법이 먼저 있어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게 아니라, 말이 먼저 있어 그 법칙을 세우고자 애쓴 결과가 문법이지요. 따라서, 만일 사람들이 하는 말이 문법에 어긋난다면, 우리는 혹시 문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먼저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결코 학자들보다 어리석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문법을 배우지 않고도(머리로 문법을 따지지 않고도) 말을 잘 부려씁니다. "아는 게 병이다"라는 말처럼, 문법을 따지는 학자들이 외려 '자연스런' 말을 하지 못하는 걸 저는 많이 보았습니다.

다섯. 문법은 무척 어렵고, 완전하지도 않습니다. 말은 자연스레 발전한 것인데 사람이 모자란 머리로 어떻게든 그 법칙을 세워 보려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문법책을 보면서 열심히 말을 배우고자 한다면, 틀림없이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입니다.


따끔하게 꼬집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누군가
"동해바다를 한국은 동해라고 하고 일본은 일본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두 나라가 '평화의 바다', '우의의 바다', '화해의 바다'로 하면 두 나라 사이에 대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네요.
......
아무 말 않겠습니다.

동지나해가 어딘지 아세요?
동지나해(東支那海)는 '동중국해'의 음역어입니다.
오늘은 이 단어나 씹으면서 '평화의 바다' 씹는 것을 갈음하겠습니다.

옛날에 진나라가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했는데,
그 진나라의 이름에서 china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서양에서 중국으로 들어온 상인들이 진나라를 china라고 부른 거죠.
그 china를 한자로 표시한 게 '支那'입니다.
그래서 '동지나'는 중국의 동쪽이라는 말이 되고,
동지나해는 중국의 동쪽에 있는 바다인 황해가 되는 거죠.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게 아니라,
한자로 된 외국 나라나 도시이름입니다.
당연히 그런 것을 쓰지 말자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구라파(歐羅巴)는 Europe을 한자로 읽은 것이고,
나성(羅城)은 Los Angeles,
노서아(露西亞)는 러시아,
라마(羅馬)는 로마,
말련(末聯)은 말레이시아,
묵서가(墨西哥)는 멕시코,
백림(伯林)은 베를린,
분란(芬蘭)은 핀란드,
불란서(佛蘭西)는 프랑스,
비율빈(比律賓)은 필리핀,
상항(桑港)은 싱가포르,
서반아(西班牙)는 스페인,
서서(瑞西)는 스위스,
서전(瑞典)은 스웨덴,
아세아(亞細亞)는 아시아,
애급(埃及)은 이집트,
오지리(墺地利)는 오스트리아,
이태리(伊太利)는 이탈리아,
인니(印尼)는 인도네시아,
화란(和蘭)은 네덜란드,
호주(濠洲)는 오스트레일리아,
윤돈(倫敦)은 런던입니다.

정리하죠.
요즘 세상에
런던을 윤돈(倫敦)이라고 하는 넋 빠진 사람은 없겠죠?
로스앤젤레스를 나성이라고 하는 사람도 이제는 없죠?

그러나 아직도
유럽이라 하지 않고 구라파라 하고,
프랑스를 불란서라 하고,
스페인을 서반아라고 하고,
이탈리아를 이태리,
네덜란드를 화란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넋 빠진 사람입니다.

오늘은 왠지 말을 아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참 좋겠죠? ^^*

우리말123


보태기)
1.
'동해바다'도 말이 안 됩니다.
동해가 東海로 "동쪽에 있는 바다"인데 뒤에 '바다'가 왜 붙죠?
'동해'가 맞습니다.
다만, 몇몇 뛰어난 국어학자는 한자말에서 우리말이 살아남기 위한 현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시기도 하십니다.
그렇다면 좀 봐 줄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네요. ^^*

2.
사실 중국이라는 나라 이름도 문제입니다.
'中國'은 나라의 가운데라는 뜻으로 중화사상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중국이 세계의 중앙에 있는 세계 제일의 문명국이라는 뜻으로
그 나라 사람들의 자부심을 나타낸 것이겠죠.
그렇다고 중국을 '지나'라고 부를 수도 없고...쩝...

3.  
종교인들은 다 아시겠지만,
출애굽기는 出埃及記로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의 인도로 노예 생활을 하던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시나이 산에 이르기까지의 일을 기록한, 구약 성경의 둘째 권입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지금 다시 읽어봐도 가슴이 아프네요.

[죄와 벌]

머리가 어지럽네요.
과학을 한답시고, 기술자랍시고, 연구자랍시고,
논문이 조작이다 아니다, 줄기세포가 있다 없다는 것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네요.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크나큰 죄를 짓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당연히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벌을 받아야 할 것이고...

죄와 벌...
오늘은 죄와 벌 이야기 좀 할게요.

흔히,
“너 그러면 죄 받는다.”라는 말을 하는데요.
이 말은 ‘죄’와 ‘벌’을 구별하지 못하고 쓰는 것입니다.

‘죄(罪)’는
“양심이나 도리에 벗어난 행위”로,
죄를 범하다/죄를 저지르다/죄를 짓다/죄가 많다처럼 씁니다.

‘벌(罰)’은
“잘못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에게 주는 고통”으로,
엄한 벌/벌을 내리다/벌을 받다/벌을 주다/벌이 무겁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너 그러면 죄 받는다.”라는 말은,
“너 그러면(그런 죄를 지으면) 벌 받는다”라고 해야 맞습니다.

죄는 짓고, 벌은 받는 겁니다.
당연히, 죄를 짓지 않으면 벌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이번 일이 꿈이라면 좋겠습니다.
방송이 미쳐서 엉뚱한 드라마 하나 만든 거라면 좋겠습니다.
신문이 돌아서 창작소설을 발표한 것이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이 어딘가에 잘못 연결되어 혼자 날뛰는 것이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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