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06] 우리말) 단출, 차지다, 더 이상

조회 수 3711 추천 수 102 2007.01.08 09:50:57
안녕하세요.

눈이 참 예쁘게 내리고 있네요.
어젯밤은 전투가 무척 치열했습니다.
덕분에(?) 오전에는 집에서 계속 자다가 이제야 일터에 나왔습니다.
어떻게 된 게 정초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전투를 치르네요.
올 한 해가 걱정됩니다.

아침에 쓰린 속을 잡고 거실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데,
거기에 나오는 자막이 제 속을 더 쓰리게 만들더군요.

오늘은 MBC를 좀 씹겠습니다.
11:3분
강원도 태백에 있는 식당을 찾아가서,
노부부가 단촐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는데,
"식구나 구성원이 많지 않아서 홀가분하다"는 뜻의 낱말은 '단촐'이 아니라 '단출'입니다.

11:10분
만두소를 찰지게 하고 피를 잘 붙게 만드는 것이 뭐냐는 문제를 냈는데,
"반죽이나 밥, 떡 따위가 끈기가 많다."는 뜻의 낱말은 '찰지다'가 아니라 '차지다'입니다.

11:48분
더 이상 진수성찬은 없다고 했는데,
'더 이상'은 말이 안 됩니다.

'더'는 동사 위에 얹혀서 '계속하여', '거듭하여'나
'그 위에 보태어'처럼 쓰는 부사입니다. 더와 이상을 같이 쓰면 안 됩니다.
'더는'이라고 하거나,
이보다 더한 진수성찬은 없다고 해야 합니다.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방송을 만드시길 빕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공중에 아무렇게나 뿌려대도 되는 게 방송전파가 아닙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애]

제 옆에 오늘 면접을 보러 가는 친구가 있습니다.
무척 불안하고 애간장이 타겠죠.

오늘은 그 친구 합격을 빌면서 ‘애’ 이야기 좀 해 볼게요.
‘애’는 창자를 뜻하는 우리말입니다.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질 듯하다.”는 표현은,
‘애끊다’입니다.
‘애끊는 사모의 정, 애끊는 통곡’처럼 쓰죠.
창자를 끊으니 얼마나 아프겠어요.

발음이 비슷한 낱말로,
‘애끓다’가 있습니다.
“몹시 답답하거나 안타까워 속이 끓는 듯하다.”는 뜻으로,
‘애끓는 하소연, 애끓는 이별’처럼 쓰죠.
이것은 창자를 끓이는 아픔입니다.

창자를 끊는 게 더 아픈지, 끓이는 게 더 아픈지는 모르지만,
둘 다 큰 아픔을 표현하는 말인 것은 확실하죠.
둘 다 표준어입니다.

이런 편지를 드리는 이유는,
두 낱말 사이에 이런 차이가 있지만,
둘 다 표준어이고 뜻도 비슷하니,
‘애끓다’가 맞는지 ‘애끊다’가 맞는지 고민하지 마시고,
맘 편하게 쓰시라는 뜻입니다.

요즘 국어사전에는,
‘애’를 “초조한 마음속”이라고 풀어놓은 것도 있습니다.
애를 태우다, 아이가 들어오지 않아 애가 탄다처럼 쓰죠.

면접을 앞두고,
애간장을 끓이는 그 친구를 보니,
제 애간장도 타들어갑니다.
부디 합격하기를 비손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795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3599
136 [2007/01/24] 우리말) 고주망태 id: moneyplan 2007-01-24 3296
135 [2007/01/23] 우리말) 들러리 id: moneyplan 2007-01-23 3613
134 [2007/01/22] 우리말) 쉼표와 마침표 id: moneyplan 2007-01-22 3962
133 [2007/01/19] 우리말) 외교부가 하는 꼬라지 하고는... id: moneyplan 2007-01-19 4003
132 [2007/01/18] 우리말) 두루말이 화장지/두루마리 화장지 id: moneyplan 2007-01-19 4683
131 [2007/01/17] 우리말) 졸가리/줄거리 id: moneyplan 2007-01-17 5074
130 [2007/01/16] 우리말) 낫잡다/낮잡다 id: moneyplan 2007-01-16 3879
129 [2007/01/15] 우리말) 책거리/책걸이/출판기념회 id: moneyplan 2007-01-15 3592
128 [2007/01/13] 우리말) 싸다/저렴하다, 이르다/빠르다, 접수/제출 id: moneyplan 2007-01-15 3685
127 [2007/01/12] 우리말) '들쳐메다'가 아니라 '둘러메다'입니다 id: moneyplan 2007-01-12 5483
126 [2007/01/10] 우리말) 집가심 id: moneyplan 2007-01-12 3720
125 [2007/01/09] 우리말) 동지나해 id: moneyplan 2007-01-10 3628
124 [2007/01/09] 우리말) 눈 덮인 산 id: moneyplan 2007-01-09 3663
123 [2007/01/08] 우리말) 카드사 수수료 인하 거부 id: moneyplan 2007-01-08 3413
» [2007/01/06] 우리말) 단출, 차지다, 더 이상 id: moneyplan 2007-01-08 3711
121 [2007/01/05] 우리말) 황당/당황/깜짝 놀라다 id: moneyplan 2007-01-05 4089
120 [2007/01/04] 우리말) 두껍다와 두텁다 id: moneyplan 2007-01-04 4417
119 [2007/01/03] 우리말) 어제 시무식에서 들은 말 id: moneyplan 2007-01-03 4388
118 [2007/01/02] 우리말) 담배를 꼭 끊어보겠다는 큰 보짱이 있습니다 id: moneyplan 2007-01-02 3967
117 [2006/12/31] 우리말) 올 한 해를 뒤돌아볼까요 되돌아볼까요? id: moneyplan 2007-01-02 3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