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7] 우리말) 반죽과 변죽

조회 수 3541 추천 수 83 2007.03.07 02:23:22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 고향 친구 이야기를 좀 할게요.
수원에서 빵집을 하는 친구인데,
날마다 새벽 여섯 시에 나가서 자정에 들어올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합니다.
그러면서도 암에 걸린 장인어른을 모시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친구는 항상 웃습니다.
저와 함께 있을 때만 웃는 게 아니라,
기쁠 때도 웃고 슬플 때도 웃습니다.
심지어는 잘못을 해 놓고도 웃습니다. ^^*
그래서 그 친구에게는 곧 복이 따라다닐 겁니다.

흔히
"부끄러워하는 느낌이나 마음"을 '부끄러움' 이라고 합니다.
그런 부끄러움을 타지 않는 것을 반죽이 좋다고 합니다.
제 친구처럼...

'반죽'은
"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갬"이라는 뜻의 이름씨입니다.
쌀가루나 밀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놓은 것이죠.
이 반죽이 잘 되면 뜻하는 음식을 만들기가 쉽기에,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물건에 쓸 수 있는 상태를 반죽이 좋다고 합니다.
이 뜻이 변해,
지금은 쉽사리 노여움이나 부끄러움을 타지 아니하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이 반죽과 자주 헷갈리는 낱말이 변죽입니다.
'변죽'은
"그릇이나 세간, 과녁 따위의 가장자리."를 뜻합니다.
한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입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변죽을 울리다인데,
"바로 집어 말을 하지 않고 둘러서 말을 하다."는 뜻입니다.

변죽과 반죽은 발음이 비슷할 뿐
뜻은 전혀 다릅니다.

반죽이 좋지 변죽이 좋은 게 아니고,
변죽을 치지 반죽을 치지는 않습니다.

제 친구는 지금 인생의 변죽을 울리고 있지만
반죽이 좋으니 곧 크게 웃을 날이 있을 겁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그 친구와 만나고 싶네요.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화/부아]

어젯밤에 퇴근할 때 보니 누가 제 차 범퍼를 들이받고 그냥 가버렸네요.
다행히 문이 아니라 범퍼긴 하지만,
그래도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미안하다는 쪽지 하나만 남겼어도 이렇게 부아가 나지는 않을 텐데...
며칠 동안 속 좀 태울 것 같습니다.
어차피 못 잡을 것 빨리 잊어버리는 게 좋겠죠?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을 '화'라고 하죠?
화가 치밀다/화를 내다/화를 돋우다/화를 풀다/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모르다처럼 씁니다.
이때의 '화'는 불 화(火) 자를 씁니다.

이와 거의 비슷한 뜻의 순 우리말이 '부아'입니다.
'부아'는 우리가 숨을 쉬도록 해 주는 '폐'의 순 우리말입니다.
보통 화가 나면 숨이 가빠지죠?
화가 나서 숨이 가빠지는 것을 보고,
'부아가 나다' '부아가 치밀다'라는 표현이 생겼습니다.

'화(火)'에 끌려,
'부화가 난다'라고 하거나,
'부애가 난다'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겁니다.

저도 빨리 잊어버리고 일이나 시작해야겠네요.
괜히 부아 내 봐야 제 속만 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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