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될 수 있으면 텔레비전 자막을 꼬집지 않으려고 하는데...
오늘도 그냥 넘어갈 수 없네요. ^^*

지난 설날,
1.
2월 17일 6:20분 KBS2에서 '일가견'이라는 낱말을 썼습니다.
일본에서 一家見이라 쓰기도 하고,
一見識이라고 쓰며 いち-けんしき[이찌갱시끼]라고 읽는 이 낱말은
'한가락'이라고 쓰시는 게 좋습니다.

2.
2월 17일 6:52분 TYN에서 '결실을 맺다'는 말을 했습니다.
결실(結實)은 식물이 열매를 맺거나 맺은 열매가 여물다는 뜻이므로
뒤에 '맺다'를 붙이면 안 됩니다.
결실은 본다고 해야 맞고,
더 좋은 말은 '열매를 거두다'입니다.

3.
2월 17일 7:45분 SBS에서 '고스트 비젼'이라는 자막을 내 보냈습니다.
우리말 외래에 표기법에 따르면,
ㅈ과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을 쓰지 않습니다.
따라서
텔레비젼이 아니고 텔레비전이며,
쥬스가 아니고 주스고,
챤스가 아니고 찬스며,('기회'로 다듬은 말입니다.)
비젼이 아니고 비전입니다.

4.
2월 17일 저녁 9:04분 KBS 9시 뉴스에,
"뒤에서 오는 차와 충돌했다"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충돌'은 이 차는 가고 저 차는 오면서 서로 맞부딪치는 것이고,
'추돌'은 이 차와 저 차가 같은 방향으로 가면서 뒤에 가는 차가 앞에 가는 차 꽁무니를 들이받은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뒤에서 오는 차와는 '충돌'이 아니라 '추돌'한 것입니다.

5.
참존화장품을 선정하면서
'맛사지'라는 낱말이 보이더군요.
massage의 한글 표기는 '맛사지'가 아니라 '마사지'입니다.
참존화장품 선전에 그런 틀린 자막이 보이는 것을 보면,
화장품 품질도 별로인가 봅니다.

여러분 지금 이런 생각 하시죠?
"너는 얼마나 잘나서 이렇게 텔레비전에 나오는 자막이나 꼬집냐?"라고......

저는 더합니다.
어제 제가 정초부터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보도자료를 쓰면서
'172백만 원'이라고 써야 할 것을
'172억 원'이라고 써서 무려 100배나 뻥튀기를 해 버렸습니다.
그걸 모르고 여기저기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다 뿌렸죠.
나중에 그걸 찾아내서 고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꾸중은 꾸중대로 듣고, 창피는 창피대로 다 당하고......

제가 하는 짓이 이렇습니다.
그러니 굴퉁이라는 말이나 듣고 살죠.
바사기, 득보기, 멀건이, 멍추, 부기, 쑥, 제웅, 째마리...
이게 다 저의 별명입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살색 >> 살구색]

오늘은 숙직이라서 집에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심심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미국 슈퍼볼의 영웅으로 떠오른 하인즈 워드 이야기가 많네요.
혼혈아로 그와 어머니가 겪었던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의 가슴을 데우고 있습니다.
피부색이 뭐 그리 중요하기에...

잠도 안 오니,
오늘은 '살색' 이야기나 좀 해 볼게요.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기술표준원이 정한 ‘살색’이라는 색명은 황인종이 아닌 인종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라고 밝히고,
“특정 색깔을 ‘살색’으로 이름붙인 것은 헌법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기술표준원에 한국산업규격(KS)을 개정토록 권고하였습니다.

사실,
1967년 기술표준원이 한국산업규격을 정하면서
일본의 공업규격 색명을 그대로 따라하다 보니,
황인종의 피부색과 유사한 색깔을 ‘살색’으로 이름 붙인 게 그때까지 온 것이었죠.
비록 늦긴 했지만 ‘살색’을 없앤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말과 관련된 규범에,
‘살색’을 쓰지 않도록 따로 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2005년 5월 기술표준원에서는 ‘살색’ 대신 ‘살구색’이란 용어를 쓰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살색'을 전혀 쓰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햇볕에 그을려 살색이 검다.’와 같이
‘살갗의 색깔’이라는 의미로는 ‘살색’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태기)
1. "사람 살가죽의 겉면"은 '살갖'이 아니라 '살갗'입니다.
2. 2000년 11월 외국인 노동자가 ‘살색’은 인종을 차별하는 것이니 바꿔달라는 진정서를 냈고, 2002년 11월 ‘연주황’으로 불러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얼마 있다, 2004년 8월 초등학생 몇 명이 국가인권위원회로 또 진정서를 냅니다.
‘연주황(軟朱黃)은 한자말이라 어려우니 ’살구색‘이나 ’복숭아색‘같은 쉬운 우리말로 다시 고쳐달라고...
이에따라 2005년 5월 17일 ‘살구색’으로 최종 결정이 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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