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26] 우리말) 고객관리하라고요?

조회 수 3247 추천 수 50 2007.03.26 11:37:03
안녕하세요.

어젯밤 7시 4분에 MBC에
'함으로서'라는 자막이 보였습니다.
'함으로써'가 맞습니다.

오늘은 '고객관리'하러 고창, 목포, 나주, 광주를 다녀와야 합니다.
아침 일찍 떠나 밤늦게 돌아오는 거야 견딜 수 있지만,
고객관리하러 간다는 게 좀 거시기합니다.

오늘은 고객관리나 좀 짚어볼게요.

먼저,
고객은
顧客(こかく[고가꾸])라는 일본어투 한자에서 온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손님'으로 다듬은 말입니다.
이렇게 다듬은 말을 왜 공무원들이 나서서 '고객'이라고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은 '관리'입니다.
관리는 여러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사람을 통제하고 지휘 감독함"이라는 뜻입니다.
부하 직원 관리, 학생 관리처럼 씁니다.
내가 모셔야 할 손님이 고객이라면
그 고객은 결코 관리의 대상이 아닙니다.
어찌 손님을 통제하고 지휘 감독하죠?
'고객'이 들으면 기가 찰 이야깁니다.

'고객관리'를 다시 보면,
'고객'은 '손님'으로 쓰시면 됩니다.
백화점에서도 "고객님!"이라고 하면 안 되고,
"손님!" 이라고 하시면 됩니다.

'관리'는 상황에 따라 쓰임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고객관리에는 들어갈 낱말이 아닙니다.
'고객'이건 '손님'이건 내가 관리할 대상은 아니잖아요.

그럼 어떻게 써야 하느냐고요?
고객관리를 안 쓰면 뭘 써야 하냐고요?
아직 어느 기관에서도, 어떤 학자도 이 말을 다듬지는 않더군요.
저도 '고객관리'를 다듬을 깜냥은 안됩니다.

굳이 억지로 다듬어 보자면,
손님돕기, 손님수발로 다듬을 수 있겠고,
'고객관리'의 본뜻을 살려,
'내일알리기'로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말편지를 받으시는 분은 고객관리를 다듬은 말에 할 말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강짜?]

아시는 것처럼 저에게는 딸이 하나 있는데요.
유아원에 다닌 지 이제 막 1주일이 넘었는데 슬슬 가기 싫다고 고집을 피우네요.

주위 분들이 애를 키워봐서 다 아니까 그러신지,
한 후배가 저를 걱정하면서,
"지금쯤 애가 한창 강짜를 피울텐데..."라는 말을 하더군요.

걱정해 주시는 것은 고마운데,
'강짜'는 별로 어울리는 낱말이 아니네요.

흔히, '강짜'를 억지로 떼를 쓰는 것이나 몽짜나 시샘쯤으로 알고 계시는데요.
국어사전에서 '강짜'를 찾아보면,
"강샘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나와 있고,
'강샘'을 찾아보면,
"부부 사이나 사랑하는 이성(異性) 사이에서 상대되는 이성이 다른 이성을 좋아할 경우에 지나치게 시기함"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한마디로 질투(嫉妬)고 투기(妬忌)죠.

그런 '강짜'는 억지로 떼쓰는 데 쓰는 말이 아닙니다.
그냥 떼가 늘었다거나 생떼를 쓴다고 하면 될 것을...

우리가 쓰는 말 중에는,
본래의 뜻과 다르게 잘못 쓰는 게 꽤 있습니다.
심심하시면(?) 옆에 사전 한번 뒤져 보세요.
가끔 사전 뒤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보태기)
몽짜 :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을 부리는 짓. 또는 그런 사람.
시샘 : 시새움의 준말.
시새움 : 자기보다 잘되거나 나은 사람을 공연히 미워하고 싫어함. 또는 그런 마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8379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4030
196 [2007/04/10] 우리말) 싸 군과 국제전화 id: moneyplan 2007-04-10 3623
195 [2007/04/09] 우리말) 소고기와 쇠고기 id: moneyplan 2007-04-09 3663
194 [2007/04/05] 우리말) 하얏트호텔과 하야트 id: moneyplan 2007-04-05 3623
193 [2007/04/04] 우리말) 코사지, 꽃사지, 코르사주, 가슴꽃 id: moneyplan 2007-04-04 6068
192 [2007/04/03] 우리말) 맞히다와 맞추다 id: moneyplan 2007-04-03 4154
191 [2007/04/02] 우리말) 애먼 사람 잡지 않길...... id: moneyplan 2007-04-02 4372
190 [2007/03/31] 우리말) 편지 몇 통 id: moneyplan 2007-04-02 3325
189 [2007/04/02] 우리말) 이게 무슨 나무죠? id: moneyplan 2007-04-02 3525
188 [2007/03/29] 우리말) 움츠리다와 옴츠리다 id: moneyplan 2007-03-30 4879
187 [2007/03/29] 우리말) 박진감 넘치는 경기 id: moneyplan 2007-03-29 3693
186 [2007/03/28] 우리말) 나리가 이울어갑니다 id: moneyplan 2007-03-28 3922
185 [2007/03/27] 우리말) 이자는 길미로... id: moneyplan 2007-03-27 3397
» [2007/03/26] 우리말) 고객관리하라고요? id: moneyplan 2007-03-26 3247
183 [2007/03/23] 우리말) 귓속말과 귀엣말 id: moneyplan 2007-03-26 3692
182 [2007/03/22] 우리말) 미역 서식지? id: moneyplan 2007-03-22 5416
181 [2007/03/21] 우리말) 파래, 퍼레, 파란색, 파랑색 id: moneyplan 2007-03-21 4709
180 [2007/03/20] 우리말) 오늘은 문제를 냈습니다. 상품도 있습니다. ^^* id: moneyplan 2007-03-20 3433
179 [2007/03/19] 우리말) 설거지와 설것이 id: moneyplan 2007-03-19 5662
178 [2007/03/17] 우리말) 건배:건배, 이끔소리, 함께소리 id: moneyplan 2007-03-19 4183
177 [2007/03/16] 우리말) 가름과 갈음 id: moneyplan 2007-03-16 3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