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25] 우리말) 잘과 잘못

조회 수 2694 추천 수 60 2007.04.25 09:11:31
'잘잘못'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사전에 보면,
"잘함과 잘못함"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왜 "잘함과 못함"이 아니라 "잘함과 잘못함"이라고 풀었죠?
이 또한 '잘'이 속 터질 일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 뉴스를 들으니 또 가슴이 미어지네요.
왜 죄 없는 어린이를 데려다가... 정말 나쁜놈입니다.
쩝......

어제 보내드린 편지를 보시고,
한 대학교 국문과 교수님이 댓글을 다셨습니다.

선생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전에만 너무 묶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어는 용법이라는 것도 중요한 것이니까 언중들의 용법이 바뀌는 중이라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사전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이런 면도 함께 언급해 주면 더 좋을 듯합니다. '대충대충'이 말 그대로만 쓰인다고는 볼 수 없거든요. (2007-04-24 11:24:38)

고맙습니다.

어제 약속한 대로 오늘은 '잘'을 좀 볼게요.
이 '잘'도 참 억울한 게 많은 낱말입니다.

교수님의 말씀대로 언어에 용법이 있어 실제로는 다르게 쓰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다만, 날마다 맞춤법 이야기만 보내면 좀 따분할 것 같아서,
좀 삐딱하게 나가보는 겁니다. ^^*

'잘'은 부사로 "좋고 훌륭하게" 또는 "옳고 바르게"라는 뜻으로
마음을 잘 써야 복을 받는다, 자식을 모두 잘 키웠다처럼 씁니다.
참 좋은 뜻의 낱말입니다.

다른 낱말로 '못'이 있습니다.
부사로 "(주로 동사 앞에 쓰여) 동사가 나타내는 동작을 할 수 없다거나 상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못 미덥다, 술을 못 마시다, 잠을 통 못 자다처럼 씁니다.

이처럼 못과 잘은 서로 반대의 뜻입니다.
따라서,
잘함과 못함을 함께 이르려면 '잘'과 '못'을 같이 쓰면 됩니다.
곧 '잘못'이죠.
맞죠?

그러나
사전에서 '잘못'을 찾아보면,
"잘함과 못함"이 아니라
"잘하지 못한 짓이나 잘되지 않는 일"이라고 나옵니다.
좋고, 훌륭하고, 옳고, 바르다는 뜻은 없습니다.
왜 잘못의 뜻이 그래야 하죠?
좋은 뜻의 '잘'이 괜히 들어가서 오해를 받고 있잖아요.
안 그래요?
그러니 '잘'이 억울하죠. ^^*

'잘잘못'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사전에 보면,
"잘함과 잘못함"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왜 "잘함과 못함"이 아니라 "잘함과 잘못함"이라고 풀었죠?
이 또한 '잘'이 속 터질 일입니다.

제가 너무 '잘'편만 들었나요?

잘만 치우치게 사랑하고 좋아한다고 꾸중하셔도
저는 '못'보다 '잘'이 좋습니다. ^^*
잘 먹고, 잘 살고,
일도 잘하는 그런 저를 꿈꿔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심심하다]

어제, 관공서에서 일본말을 쓰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오늘도 관공서 이야기를 좀더 하죠.

관공서에 계시는 높으신 분들은 왜 어려운 말을 쓰려고 노력할까요?
큰 행사에 가면 높으신 분들이 인사말을 하는데,
거지반 "OO해 주신 데 대해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라는 말을 합니다.
'감사를 표합니다'라는 표현도 이상하지만,
왜 하필 '심심한 감사'일까요?
짜고, 맵고, 쓰고, 다디단 감사도 있을법한데...

다 아시는 대로,
여기에 쓰인 '심심하다'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으로,
심할 심(甚) 자와 깊을 심(深) 자를 씁니다.
따라서 '심심한 감사'는
'심하게 깊은 감사'라는 말이 되죠.

어떤 분은
'심심'이 마음의 표현 정도가 깊다는 뜻이므로,
깊을 심(深) 자와 마음 심(心) 자를 쓰는 것으로 알고 계시던데요.
심심은 甚深입니다.

그러나
"OO해 주신 데 대해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라는 말보다는,
"OO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 하는 게 더 좋지 않아요?

보태기)
달다 : 꿀이나 설탕의 맛과 같다는 뜻의 형용사
다디달다 : 매우 달다는 뜻의 형용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8483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4156
216 [2007/05/04] 우리말) 금세와 금새 id: moneyplan 2007-05-04 3570
215 [2007/05/03] 우리말) 하고많은 사람 가운데서... id: moneyplan 2007-05-03 3346
214 [2007/05/02] 우리말) 양반다리와 책상다리 id: moneyplan 2007-05-02 3725
213 [2007/05/01] 우리말) 두남두다 id: moneyplan 2007-05-02 2892
212 [2007/04/30] 우리말) 햇귀를 아세요? id: moneyplan 2007-04-30 3176
211 [2007/04/27] 우리말) 새벽에 일어나셨나요? id: moneyplan 2007-04-27 2619
210 [2007/04/26] 우리말) 싱싱하다 id: moneyplan 2007-04-26 3122
» [2007/04/25] 우리말) 잘과 잘못 id: moneyplan 2007-04-25 2694
208 [2007/04/24] 우리말) 대충 잘하라는 게 어때서? id: moneyplan 2007-04-24 2984
207 [2007/04/23] 우리말) 꽃 이름 id: moneyplan 2007-04-23 2933
206 [2007/04/21] 우리말) 그냥 제 넋두리입니다 id: moneyplan 2007-04-23 3012
205 [2007/04/20] 우리말) 일자와 날짜 id: moneyplan 2007-04-20 4334
204 [2007/04/19] 우리말) 외톨이 id: moneyplan 2007-04-19 2791
203 [2007/04/18] 우리말) 아이고머니나...... id: moneyplan 2007-04-19 2913
202 [2007/04/17] 우리말) 가름과 갈음 id: moneyplan 2007-04-17 3978
201 [2007/04/16] 우리말) 틀린 자막 몇 개 id: moneyplan 2007-04-16 3025
200 [2007/04/14] 우리말) 만발? 활짝 핌! id: moneyplan 2007-04-16 3567
199 [2007/04/13] 우리말) 씨 띄어쓰기 id: moneyplan 2007-04-13 4136
198 [2007/04/12] 우리말) 어벌쩍 넘기다 id: moneyplan 2007-04-12 3339
197 [2007/04/11] 우리말) 비빔밥을 버무리다 id: moneyplan 2007-04-11 3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