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22] 우리말) 메꾸다 >> 메우다

조회 수 4938 추천 수 86 2006.11.22 08:48:00
안녕하세요.

어제 축구 보셨어요?
참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오늘은 축구로 이야기를 풀어 볼게요.

축구 중계를 듣다 보면,
"수비수가 빠져나간 저 자리를 다른 선수가 빨리 메꿔야 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뭘 어떻게 메꾸죠?

대한민국 국어사전에 '메꾸다'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뚫려 있거나 비어 있던 곳이 묻히거나 막히다"는 뜻의 단어는 '메다'이고,
이 단어의 사동사는 '메우다'입니다.
구덩이를 메우다, 공란을 메우다처럼 씁니다.

"수비수가 빠져나간 저 자리를 다른 선수가 빨리 메꿔야 합니다."는,
"수비수가 빠져나간 저 자리를 다른 선수가 빨리 메워야 합니다."로 써야 바릅니다.

우리말을 엉망으로 지껄이는 해설자 때문에 텅 비어 버린 제 가슴 한구석을 무엇으로 메워야 할까요?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책갈피/책갈표]

어렸을 때,
명탐정 셜록 홈스, 괴도 뤼팽 이야기 많이 읽으셨죠?
언젠가, 홈스가 뤼팽을 잡아왔습니다.
홈스 : 너, 이번에 훔친 수표 어디에 숨겼어?
뤼팽 : 서재에 있는 ○○책 1쪽과 2쪽 사이에 숨겨뒀습니다.
홈스 : (뤼팽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며)거짓말하지 마!

홈스는 뤼팽이 한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간단합니다.
모든 책은
책을 폈을 때, 접는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이 짝수, 오른쪽이 홀수 쪽입니다.
따라서, 1쪽과 2쪽은 책장 한 장이므로 그 사이에 뭔가를 숨길 수 없죠.
만약, 뤼팽이 2쪽과 3쪽 사이에 수표를 숨겼다고 했으면 홈스는 믿었을 겁니다.
2쪽과 3쪽은 책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그 사이에 뭔가를 넣을 수 있잖아요.

요즘 같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죠?
오늘은 책 이야기입니다.
‘책장(冊張)’은 “책을 이루는 낱낱의 장”을 말하고,
‘책갈피’는 “책장과 책장의 사이”를 말합니다.
앞에서 말한,
1쪽과 2쪽이 '책장'이고,
2쪽과 3쪽 사이가 바로 ‘책갈피’죠.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쉽도록 책갈피에 끼워 두는 종이쪽지나 끈”은 뭐라고 하죠?
책갈피? 책갈표?
‘책갈피’는 앞에서 책장과 책장의 사이라고 말씀드렸고,
‘책갈표’라는 낱말은 국어사전에 없고...

그건 바로 ‘갈피표’입니다.
‘갈피’는,
“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하나하나의 사이. 또는 그 틈”을 말합니다.
책장과 책장 사이의 틈이 바로 ‘갈피’고
그 갈피에 꽂아놓은 게 바로 ‘갈피표’죠.
'갈피표'를 ‘책갈피’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이 뜻이 조금 더 발전해서,
“일이나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어름”이라는 뜻도 생겼죠.
‘갈피를 못 잡다/도무지 갈피가 안 잡혔다’처럼 쓰죠.

‘갈피표’는 ‘서표(書標)’라고도 합니다.

날씨가 참 좋네요. 그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77843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3487
2496 [2012/10/04] 우리말) 밀리는 길과 막히는 길 머니북 2012-10-04 5040
2495 [2011/01/04] 우리말) 잔주름/잗주름 moneybook 2011-01-04 5013
2494 [2006/10/22] 우리말) 심간 편하세요? id: moneyplan 2006-10-23 4993
2493 [2006/12/18] 우리말) 살찌다와 살지다 id: moneyplan 2006-12-18 4982
2492 [2013/03/22] 우리말) 약 머니북 2013-03-25 4978
2491 [2006/12/12] 우리말) 저는 절대 똥기지 않을 겁니다 id: moneyplan 2006-12-12 4978
2490 [2006/09/22] 우리말) 햇땅콩이 아니라 해땅콩입니다 id: moneyplan 2006-09-22 4975
2489 [2011/10/10] 우리말) 어리숙하다와 어수룩하다 모두 맞습니다 머니북 2011-10-10 4970
2488 [2006/10/10] 우리말) 밥먹고 삽시다 id: moneyplan 2006-10-10 4963
2487 [2006/10/04] 우리말) 즐거운 추석 되세요. -> 아니요. 싫은데요. id: moneyplan 2006-10-08 4956
2486 [2007/05/16] 우리말) 바리캉, 포클레인, 제록스, 스카치테이프, 나일론, 무스, 본드, 스티로폼 id: moneyplan 2007-05-16 4952
» [2006/11/22] 우리말) 메꾸다 >> 메우다 id: moneyplan 2006-11-22 4938
2484 [2007/01/26] 우리말) 족치다 id: moneyplan 2007-01-28 4938
2483 [2006/12/03] 우리말) 선친 잘 계시냐? id: moneyplan 2006-12-04 4938
2482 [2017/11/02] 우리말) 차담회 머니북 2017-11-06 4934
2481 [2006/09/21] 우리말) 염치불구하고... id: moneyplan 2006-09-21 4929
2480 [2006/12/14] 우리말) 어제는 어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id: moneyplan 2006-12-14 4923
2479 [2017/11/24] 우리말) 엄중과 엄정 머니북 2017-11-24 4920
2478 [2006/09/16] 우리말) 어머니 글을 또 보내드립니다 id: moneyplan 2006-09-18 4900
2477 [2007/03/29] 우리말) 움츠리다와 옴츠리다 id: moneyplan 2007-03-30 4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