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4] 우리말) 가을내가 아니라 가으내

조회 수 5136 추천 수 86 2006.09.14 10:25:42
안녕하세요.

봄은 봄 나름의 멋이 있지만,
가을도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 멋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가을 내내 이렇게 기분 좋게 살고 싶습니다.

"한가을 내내"란 뜻의 단어가
'가을내'가 맞을까요, '가으내'가 맞을까요?

'내'는 '내내'의 준말이고,
'내내'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라는 뜻입니다.
"봄철 동안 내내"는 '봄내',
"여름 한 철 동안 내내"는 '여름내',
"한겨울 동안 계속해서"는 '겨우내',
"한가을 내내"는 '가으내'가 맞습니다.

'가을'과 '겨울'에서는 '내'앞에 'ㄹ'이 탈락합니다.
이는 중세국어에서 첫소리 'ㄴ'앞에 오는 'ㄹ'받침이 대개 탈락했는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입니다.

가으내 이렇게 선선하면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자매결연]

아내가 애 낳았다는 핑계로 며칠 동안 연가를 냈습니다.
애는 아내가 낳고 저는 덕분에 잘 쉬었죠.

그동안 얼마나 기분이 좋아서 들떠 있었는지,
애 낳았다는 소식을 휴대전화 문자로 전하면서,
‘애 났어요’라고 했습니다.
우리말 편지를 보낸다는 사람이 그런 문자를 보낸 겁니다.

오랜만에 회사에 와서 방금 편지함을 열어보니,
어제 제가 근무하는 회사와
충북 음성의 한 마을이 자매결연을 했다고 하네요.

공문을 열어보니,
자매결연 행사 목적이
‘DDA협상, FTA협정체결 등 농업개방 확대에 따라 어려워진 농촌을 지원하고자
농촌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 · 협력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하는군요.
참 좋은 일입니다.

맞춤법 틀린 것만 빼면......

자매결연이 왜 ‘형제결연’이 아닌지는 모르지만,
한자로는 ‘姉妹結緣’으로 씁니다.

사전에 나온 뜻은,
자매의 관계를 맺는 일.
한 지역이나 단체가 다른 지역이나 단체와 서로 돕거나 교류하기 위하여 친선 관계를 맺는 일입니다.

‘자매결연’ 이라는 단어 속에는
‘結緣’, ‘맺다’라는 뜻이 이미 들어 있으므로,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하면 안 됩니다.
그냥 자매결연을 한 겁니다.

공문 끝에 있는 자매결연 기념패 문구에도
‘...자매결연을 맺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로 나와 있네요.
기념패면 수십 년간 보관하는 것인데, 맞춤법이 틀려있으니...다시 만들 수도 없고...

어쨌든,
우리 회사와 자매결연한 마을이 크게 발전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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