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조회 수 7490 추천 수 1 2011.05.18 10:50:36
 당연히2011-05-18

속마음 듣기를 주로 하는 오랜 직업적 경험에 의하면 
억울한 감정만큼 사람을 황폐하게 하고, 분노하게 하고, 
어긋나게 하는 것도 흔치 않습니다. 
이해할 수 없이 부당하다는 느낌, 체한 것처럼 뭔가에 
억눌려 있다는 느낌, 왠지 내가 손해보고 있다는 느낌.... 

그런 억울함을 느끼는 순간, 
분노의 화염방사기가 되거나 삐짐 대왕으로 변신하거나 
우물 같은 슬픔 속에 빠져듭니다. 애초부터 이성이 없었던 
사람처럼 감정에게 모든 권한을 이양하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건 당연합니다. 

미국 일부 주에는 ‘사과법(I am sorry)’이라는 게 있습니다. 
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의료사고나 합병증이 발생했을 경우 
의사가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을 안전하게 보장해 주는 법입니다. 
사과는 하되 그것을 의사의 실수를 인정하는 법적인 증거로는 
사용하지 못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원래 병원 측에서 유무형의 의료분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안한 제도인데 실제 의료분쟁 소송이 놀랄 만큼 줄었답니다. 
환자와 가족의 입장에서는 법적인 실익 없이 단지 미안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뿐인데요. 
억울한 마음이 풀어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한 개인들에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억울함을 안겨주는 
국가나 공동체가 온전하게 지속되긴 어렵습니다. 
분노와 증오심과 무기력감과 슬픔이 들불처럼 번지니까요. 
공존이 불가능할 수밖에요. 

당연히... 
나와 가까운 사람들과의 일상적 관계에서도 그런 억울함의 
인과법칙은 크든 작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용됩니다. 
혹시 깜빡하셨을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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