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통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조회 수 2246 추천 수 30 2010.12.22 20:26:52


17년 다닌 직장을 그만둔 한 후배는 요즘 아침마다
의기소침하답니다. 왠지 허전하기도 하고 자기 없이도
회사가 잘 돌아간다는 생각에 턱없는 배신감도 느끼고
‘미친 존재감’이란 단어도 떠올려 보게 된다네요.
오랜 계획 끝에 자의에 의해 그만둔 것임에도요.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이별은 겨울에 하면 안돼!’라고 되뇌이는
어느 실연자(失戀者)의 공허함은 다음 해 여름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가까운 지인과의 사별(死別)이나 갑작스런 단절이 가져오는
상실감이 현실적 종결과 관계없이 일정 기간 지속되는 현상은
너무 당연합니다.

사고로 팔이 절단된 이들 가운데 이미 사라진 팔 끝의 손가락이
자꾸 가렵거나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라진 팔의 유령이 나타나는 환상통(Phantom Pain) 현상입니다.
사라져서 없어진 몸의 한 부위를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마음은 몸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시차가 있습니다.
그래서 몸은 종결자(終結者)인데 마음은 시발자(始發者)인 경우,
허다합니다.

오랜 동안의 인연이나 익숙한 환경과의 상실, 단절, 이별 등을
경험하는 순간 인간은 당연히 심리적 후유증을 겪게 마련입니다.
상황은 이미 끝나 버렸는데 내가 왜 이럴까 라는 식으로 자기 탓을
하거나 내가 일을 그렇게 그만둔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따위의
해석은 불필요합니다.
그러고 있는 자신을 진심으로. 따뜻하게. 바라봐 주고 다독여 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송년의 길목에서 자기마감을 잘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자신에게 일어난 심리적 영역의 환상통을 있는 그대로
순하게 인정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1 [유머]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honey90 2010-07-12 2090
40 [유머] 애인, 친구, 아내를 대하는 태도 honey90 2010-07-09 1975
39 [유머] 똑바로 선 박쥐 honey90 2010-07-08 1866
38 [유머] 컬투쇼의 실제 사연 honey90 2010-07-07 1981
37 [유머]사람의 심리 honey90 2010-07-06 1896
36 [유머] 입장 차이 honey90 2010-07-05 2015
35 새단장 새프로그램 축하~ tcrblue 2010-06-12 1896
34 홈페이지 새단장 축하드립니다^^* fubuki85 2010-06-08 1875
33 ㅅ ㅏ 장님~!! [1] s2y7 2010-06-04 1870
32 변경된 홈페이지 매우 마음에 들어요 hoyacom 2010-06-03 2223
31 사이트가 예쁘게 바뀌었네요 축하합니다 [1] looker 2010-05-31 1993
30 당연히...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moneybook 2011-05-18 1921
29 최고의 선물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openmind 2011-05-04 1916
28 가계부의 위력? file [1] openmind 2011-01-24 2764
» 환상통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openmind 2010-12-22 2246
26 생각의 자유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openmind 2010-12-15 2073
25 추측과 착각 - 정혜신의 그림 에세이 moneybook 2010-12-08 1998
24 지금 바쁘세요? - 정혜신의 그림 에세이 openmind 2010-09-29 2013
23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는 한 발전은 없다 file openmind 2010-09-14 2640
22 당신이 .늘. 옳다. - 정혜신의 그림 에세이 openmind 2010-09-01 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