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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금없이 비가 내리네요. ^^*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모, 알, 톨, 매, 벌, 손, 뭇, 코, 쾌

인류가 쓰고 있는 7,000여 종의 언어 가운데 우리말만큼 세는 말이 잘 발달되어 있는 언어도 드물다. 대상의 형태와 특성에 따라 신묘하게 부려 써 온 세는 말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외래 언어에 밀려나 이제는 몇몇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쓰이고 있는 현실이 못내 안타깝다. 하나하나 낱개를 셀 때, 요즘에야 거의 한자말 ‘개’로 세고 있지만 본디 그 대상에 따라 세는 말이 달랐다. 가령, 두부나 묵 따위와 같이 모난 물건일 때에는 ‘모’라는 단위명사를 쓰고, 작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것을 셀 경우에는 ‘구슬 한 알’, ‘달걀 한 알’, ‘사과 한 알’처럼 ‘알’이란 단위를 쓴다. 특히, 밤이나 도토리 따위를 셀 때에는 ‘알’이라고도 하지만, ‘밤 세 톨, 도토리 네 톨’처럼 주로 ‘톨’이라는 말을 부려 썼다.
물건에 따라서는 두 낱을 묶어서 세어야 하는 것들도 많다. 두 낱이 서로 짝을 이루는 대상이나 짝이 갖추어진 물건일 경우에는 ‘켤레’나 ‘매’, ‘벌’과 같은 단위들을 쓴다. 예를 들면, 신발을 셀 때에는 ‘켤레’를 쓰고, 젓가락 한 쌍을 셀 때에는 ‘젓가락 한 매’처럼 ‘매’를 쓴다. 옷을 셀 때에도 윗도리와 아랫도리를 묶어서 셀 때에는 ‘치마저고리 한 벌’처럼 ‘벌’이란 단위를 쓴다.
그 밖에, 여러 개를 한꺼번에 묶어서 세는 단위명사들도 있다. ‘손’이나, ‘뭇’, ‘코’, ‘쾌’ 같은 말들은 모두 여러 개를 한 단위로 삼는 것일 때에 사용한다. 주로 수산물을 세는 단위로 널리 쓰이는데 각각의 쓰임새와 단위별로 묶이는 개수는 모두 다르다. ‘손’은 고등어 두 마리를 한 단위로 세는 말인데, 크고 작은 두 마리를 섞는 것이 원칙이다. 손에 잡을 수 있는 양이란 뜻으로 고등어 두 마리를 한 손이라 하였다. ‘조기 한 뭇’은 조기 열 마리를 말하고, ‘낙지 한 코’는 낙지 스무 마리를 말한다. ‘북어 한 쾌’는 북어 스무 마리이고, ‘청어 한 두름’ 하면 청어 열 마리씩 두 줄로 묶은 스무 마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벌써 금요일입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힘내서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박진감]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지난 토요일에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봤습니다.
MBC에서 무한도전이라는 방송을 봤는데,
여자 권투를 보내줬습니다.

남들은 재밌다고 보는데 저는 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줄을 쳐 놓고, 그 안에서 둘이 피가 터지게 싸움시켜 놓고 밖에서 구경하는 거잖아요.
운동을 하는 거나 보는 것을 즐기지 않는 저로서는 좀 거시기했습니다.

어쨌든,
서로 치고받는 것을 두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라고 하더군요.
그 뜻이 조금 이상해서 오늘은 박진감을 알아보겠습니다.

박진감은 迫眞感으로 "진실에 가까운 느낌"이라는 뜻입니다.
곧, 사실이 아닌데 마치 사실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박진감 넘치게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그 소설은 박진감 있는 구성과 탄탄한 주제로..., 그 상황 설명은 박진감이 있었다처럼 씁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두고 박진감이라고 하면 좀 이상합니다.
진짜 경기를 보면서, 마치 진짜 같은 경기라는 말이 되잖아요.

조금 양보하자면,
박진감이 진실(또는 실제)에 가까운 듯 생생한 느낌을 뜻하므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라는 문장의 뜻은
경기에 자신이 실제로 참여하는 것처럼 생생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사전에 그런 뜻으로 오르지 않았습니다.

박진감도 좋고, 사실감도 좋지만,
빙 둘러 줄쳐놓고 다른 사람 쌈 구경하는 것은 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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