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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


모지랑이와 바람만바람만-성기지 운영위원



우리가 어려운 한자말을 앞세워 으스대고 영어를 숭배하는 말글살이를 하는 동안, 안타깝게도 나날살이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거나 이미 낯설게 돼버린 우리 토박이말들이 많아졌다. 그 가운데는 꼭 붙잡고 싶은 아름다운 말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모지랑이’와 ‘바람만바람만’도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순 우리말이다.

한복 저고리 치맛단을 끌고 다니다 보면 끝이 닳아서 없어질 수가 있다. 땅에 끌리도록 길게 입는 청바지도 마찬가지다. 또, 교실 책상을 오랫동안 쓰다 보면 네 귀퉁이가 닳아서 뭉툭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어떤 물체의 끝 부분이 닳아서 없어지다”는 뜻으로 쓰이는 우리말이 바로 ‘모지라지다’이다. 붓글씨를 오래 쓰면 붓끝이 닳아서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도 “붓이 모지라졌다.”고 말한다. 이렇게 모지라진 물건을 옛 사람들은 ‘모지랑이’라고 불렀다. 솔이 거의 닳아서 못 쓰게 된 붓도 모지랑이고, 네 귀퉁이가 다 닳아버린 책상도 모지랑이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슴속이 닳아 모지랑이가 되는 일이 있다. 정이 많은 우리 겨레는 모지랑이가 된 가슴을 애달픈 가락에 실어 노래로 표현했고 영화를 만들었다. 이러한 노래와 영화들은 겨레붙이들의 한결같은 정서를 담고 있어 우리에게는 대개 살가운 느낌을 준다. 우리 옛날 영화에서는 남자 배우가 여자 배우를 ‘바라보일 만한 정도로 뒤에 멀리 떨어져 따라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 꼭 맞는 순 우리말이 ‘바람만바람만’이라는 부사어이다. “그는 슬픔에 찬 그녀의 뒤를 바람만바람만 따르고 있었다.”처럼 말할 수 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쓴 우리말 편지입니다.



[관용구]

안녕하세요.

어제 보낸 편지를 보시고 어떤 분이 아래 글을 보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합니다.



우리말에 '반보기'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사전(말모이, 말광)에 오른 뜻은 "추석(한가위)을 전후(앞뒤)하여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 
일자(날짜, 날)와 장소(곳, 자리)를 미리 약속(다짐?)하고 만나는 부인(아낙?)네들의 풍속(삶꼴, 살아가는 버릇)"입니다.
옛날에는 친정어머니가 시집간 딸을 마음대로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농한기(겨를철)인 
추석(한가위)을 전후하여 어머니와 딸이 제각기(제가끔, 저마다, 따로따로) 음식(먹을거리)과 토산물(제바닥치, 제바닥것, 제고장에서 나는 것) 을 가지고 양편(두) 집의(여기 의는 빼고) 중간(가운데)쯤 되는 시냇가나 고개의(의를 빼거나, 에? 에는 곳을 나타냄) 적당(알맞는)한 곳에 모여 잠시(잠깐, 잠깐 동안) 만나 정을 나눴다고 합니다.
그래서 '반보기'입니다. 두 집의(의 빼고) 가운데, 즉(곧) 반쯤 되는 곳에서 만난다는 뜻이겠죠.
딸은 평소(여느 때)에 어머니께 드리고 싶은 음식을 정성스럽게( 참된 마음으로, 마음껏, 지궁스럽게) 싸서 가지고 나가고 어머니는  딸에게 먹이고 싶은 것을 골고루 챙겨서 나갔을 겁니다.
이런 깊은 뜻이 담긴 참으로 멋진 말이 '반보기'라 생각합니다.
저희 집은 팔 남매(여덟 오누이)입니다.
광주에 사는 누나가 해남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전북으로 가고
그 사이 부천에 사는 누나가 전북으로 내려와 
서로 사는 곳의(곳에서) 반쯤되는 곳에서 만나 단풍구경을 했나 봅니다.
그런 전화를 받으니 '반보기'라는 낱말이 절로 생각이 나더군요.
아버지는 예전에(살아 계실 때) 팔 남매를 팔 도로 보내 나이 들면 팔도유람을 [하시겠다고 했었]-> ( 하겠다고 하셨었)습니다. 오늘따라 돌아가신 아버지가 부쩍 생각나네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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