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26] 우리말) 가차 없다

조회 수 2646 추천 수 0 2016.05.26 17: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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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전에 좀 바빴습니다.
예전에 보낸 편지로 오늘 치 우리말 편지를 갈음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가차 없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일터에 나오면서 라디오를 들었습니다.

이번에 가을 개편이 있었는데 혹시 맘에 들지 않는 게 있으면 가차없이 말씀을 해 달라더군요.(7:40, MBC)

오늘은 '가차'를 알아보겠습니다.



가차는 거짓 가(假) 자와 빌릴 차(借) 자를 써서 "정하지 않고 잠시만 빌리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임사로 빌림'으로 다듬었습니다.(저는 별로 맘에 들지 않습니다.)



사실 이 '가차'는

한자의 구성과 쓰임에 관한 여섯 가지 분류에서 왔습니다.

상형(象形), 지사(指事), 회의(會意), 형성(形聲), 가차(假借), 전주(轉注) 가운데 하나가 가차입니다.

여기에 쓰인 가차는

어떤 뜻을 나타내는 한자가 없을 때 뜻은 다르나 음이 같은 글자를 빌려 쓰는 방법을 뜻합니다.



來, 이 한자가 무엇을 닮았나요?

요즘 들판에 나가면 볼 수 있는 벼 이삭을 닮지 않았나요?

이 글자는 곡식의 이삭을 뜻하는 상형문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다'를 뜻하는 글자로 쓰이고 있습니다.

오다는 뜻의 한자가 없어서 음이 같은 來자에 '오다'라는 뜻을 빌려 쓴 겁니다.

바로 '가차'한 거죠.

산스크리트어의 [Buddha]를 글자의 본디 뜻과 상관없이 발음만 따와

'佛陀'(부처)로 쓴 것도 가차의 한 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차 없다'고 하면 임시로 빌어 오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이니,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된 겁니다.

그 뜻이 더 넓어져 "사정을 봐 주거나, 용서가 없다."는 뜻으로도 씁니다.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 다가옵니다.

지난가을에 별로 입지 않는 옷을 '가차 없이' 버렸더니,

이번 가을에 입을 옷이 별로 없네요. ^^*



오늘도 많이 웃으시고,

이번 주도 좋은 생각 많이 하시면서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1.

'가차'는 명사이고, '없다'는 '없다'는 용언이니까 이 둘은 띄어 쓰는 것이 바릅니다.

'가차 없다'가 맞죠.

'가차없다'는 아직 한 낱말로 인정받아 사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2.

'지난가을'은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으니 붙여 쓰고,

'이번 가을'은 한 낱말로 사전에 오르지 못했으니 띄어 써야 바릅니다.

'지난주/이번 주'고 같은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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