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1] 우리말) 갖다 -> 열다

조회 수 2296 추천 수 0 2016.04.02 11:58:25

우리말에 '감치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음식 맛이 맛깔스러워 당기다."는 뜻으로 많이 알고 있지만,
"어떤 사람이나 일, 느낌 따위가 눈앞이나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감돌다."는 뜻도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즐거운 금요일입니다. 그리고 벌써 4월 1일이고요. ^^*

박근혜 대통령께서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에 가 계십니다.
그곳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언론에 많이 나옵니다.

'갖다'는 영어 have를 그대로 번역한, 너무나 어색한 말입니다.
우리말답게 바꿔서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담을 가졌다, 집회를 가졌다,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회담을 개최했다, 집회를 열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따위로 바꿔 쓰는 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읽고, 보고, 쓰기 편한 우리말은
우리가 자주 써야 빛이 납니다.
아깝다고(?) 쓰지 않으시면 우리말은 사라집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laon]



안녕하세요.



비가 많이 내리네요.

이제는 좀 그쳐도 좋으련만...



오늘은 며칠전 조카가 보내준 편지를 붙입니다.









삼촌 바쁘신가부당...

제가 바쁘신 삼촌 좀 도와드릴까욤?



며칠전에 외국인 친구들과 맥주 한 잔 하러 갔었습니다.

가게 이름은 "BEERLAON"

어랏 LAON? 저건 뭐지? loan을 틀리게 쓴 건가?

외국인 친구에게 물어봤죠.. laon이 무슨 뜻이냐고..

그런데 우습게도 동시에 물어봤습니다.



영어에는 저런 낱말 없다며, 한국사람 바보라고 콩글리쉬 아니냐며 무시하는 그 친구 앞에서 핸드폰에 있는 영어사전 메뉴를 클릭해서 보여주려고 했는데..

정말로 그런 낱말은 없다는... 후.. 이 민망함이란..

맥주 한 잔씩 시켜놓고 주인장한테 물어봤습니다. laon이 무슨 뜻이냐고...

그랬더니 주인장 말씀이 '라온'은 순우리말로 '즐기다'라는 뜻이라고..



"깜놀" 깜짝 놀랐습니다.

'라온'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와 뜻을 가진 우리말을 왜 굳이 영어로 써서 한국사람도 못 알아보고 외국인도 못 알아보게 썼는지...

'라온'을 'laon'이라고 쓰면 뭐가 달라보이는지... 민망함에 화제를 돌리느라 이유는 물어보지 못했네요...

내기 했으면 큰~ 일 날 뻔~~



라온~ 참 듣기에도 보기에도 좋은데~

영어로 써 놔서 좀 안타까웠지만 덕분에 좋은 우리말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조카가 이런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참으로 부끄럽네요.

우리가 언제부터 영어를 이렇게 좋아하고 받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8329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89017
2516 [2010/03/30] 우리말) 철들다 id: moneyplan 2010-03-30 2289
2515 [2016/01/07] 우리말) 마을/마실 머니북 2016-01-09 2289
2514 [2016/03/28] 우리말) 솔개그늘 머니북 2016-03-29 2289
2513 [2016/09/19] 우리말) 한가위 머니북 2016-11-01 2289
2512 [2014/12/30] 우리말) 소나기술과 벼락술 머니북 2014-12-30 2290
2511 [2015/08/31] 우리말) 아들이삭 머니북 2015-08-31 2290
2510 [2015/10/12] 우리말) 일자리 나누기와 잡 셰어링 머니북 2015-10-13 2290
2509 [2016/10/17] 우리말) 오늘 하루도 즐겁게 머니북 2016-11-01 2290
2508 [2009/03/24] 우리말) 나라비 id: moneyplan 2009-03-24 2291
2507 [2010/06/22] 우리말) 차두리와 덧두리 moneybook 2010-06-22 2291
2506 [2010/10/21] 우리말) 연합뉴스 기사 moneybook 2010-10-21 2291
2505 [2015/04/27] 우리말) 춘향과 춘양 머니북 2015-04-27 2291
2504 [2015/07/16] 우리말) 밥맛없다와 밥맛 없다 머니북 2015-07-16 2291
2503 [2015/09/01] 우리말) 어영부영 머니북 2015-09-02 2291
2502 [2015/01/13] 우리말) 에라, 잘코사니라 머니북 2015-01-13 2292
2501 [2015/10/16] 우리말) 사열/빠름 머니북 2015-10-16 2292
2500 [2015/12/22] 우리말) 차지다/찰지다 머니북 2015-12-23 2292
2499 [2015/12/15] 우리말) 육질과 과육 머니북 2015-12-15 2293
2498 [2016/03/15] 우리말)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말 머니북 2016-03-17 2294
2497 [2009/01/30] 우리말) 예탐과 여탐 id: moneyplan 2009-01-30 2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