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0] 우리말) 개비/피우다

조회 수 2880 추천 수 0 2015.11.10 13:10:28

헷갈리긴 하지만, 성냥 한 개비처럼 담배도 한 개비로 세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몇 달 전에 예약한 위 내시경 검사를 받고자 오전에 병원에 들렀습니다.
오랜만에 내시경 검사를 받으니 배고픈 것은 둘째 치고 속이 뒤틀리고 메슥거려서 혼났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는데 어떤 분이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시더군요.
우연이 그 앞을 지나가 담배 연기를 마셨는데…….

저는 담배를 3년 전부터 피우지 않고 있습니다.
끊었다고는 못하고 그저 잘 참고 있는 정도입니다.
술자리에서 가끔은 담배냄새가 그립기도 하고, 남들이 내뿜는 구수한 향에 코를 들이민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전에 맡은 담배 냄새는 정말 지독했습니다.
제 속이 엉망이어서 그런지 냄새가 너무나 역겨워 그 자리에서 토할 뻔했습니다.
역시나 담배를 끊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

언젠가 말씀 드렸죠? 제가 이 세상에 와서 잘한 일 세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첫째는 셋째를 낳은 것이고,
둘째는 셋째가 맘껏 뛰어놀도록 집을 지은 것이며,
셋째는 셋째와 아무 때나 뽀뽀하고자 담배를 끊은 것이라고……. ^^*

말 나온 김에 오늘은 담배 이야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담배는 한 '가치'나 한 '개피'라고 하지 않고 한 '개비'라고 해야 바릅니다.
"가늘게 쪼갠 나무토막이나 기름한 토막의 낱개"가 '개비'입니다.
헷갈리긴 하지만, 성냥 한 개비처럼 담배도 한 개비로 세야 합니다.

또,
담배는 피는 게 아니라 피우는 겁니다.
‘피다’는 목적어가 필요 없는 자동사입니다. 따라서 꽃이 피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주어가 동사의 움직임을 받는 것이죠.

‘피우다’는 목적어가 있어야 하는 타동사입니다. 
담배를 피우다, 엄마를 깨우다, 술잔을 비우다처럼 목적어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엄마를 잠에서 깨다, 술잔을 비다처럼 쓰지 않듯이
담배를 피다도 틀린 말입니다.

바람 피우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람이 스스로 피는 게 아니라 사람이 바람을 피우는 겁니다.

오늘은
몸에서 담배 냄새도 안나니 일찍 들어가서 셋째와 뒹굴며 놀아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서머하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요즘 저는 미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번에 같이 시험 보신 분들이 모두 제 선배님이십니다.
그분들과 같이 겨룬 것 만으로도 저에게는 영광인데
제가 승진까지 하게 되었으니 그저 죄송하고 미안할 따름이죠.

우리말에 서머하다는 그림씨(형용사)가 있습니다.
"미안하여 볼 낯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보다 더 미안할 때, 곧 매우 미안할 때는
'서머서머하다'고 하시면 됩니다.

'서먹하다'는 낯이 설거나 친하지 아니하여 어색한 것이고,
'서머하다'는 미안하여 볼 낯이 없는 겁니다.
제가 잘못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서머서머한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죄송하고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어제 선물로 보내드릴 갈피표를 쌌습니다.
훈민정음이 찍힌 한지로 곱게 싸서 봉투에 넣었습니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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