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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신문에 난 기고문 두 개를 함께 읽고자 합니다.

농업인신문에 난, '광복 70년, 농업용어도 광복 맞이해야'라는 기고문과
http://www.nongup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162

한국영농신문에 난, '변화하는 촌의 의미'라는 기고문입니다.
http://www.agrienews.kr/gnuboard4/bbs/board.php?bo_table=agrienews14&wr_id=114


'광복 70년, 농업용어도 광복 맞이해야'
“농진청에도 수도과가 있던데, 거기서 상수도도 놔줘?”, “시비 붙은 사람들은 경찰이 갈라줄 텐데 농진청이 왜 시비 관리를 해?”

1980년대 후반 농촌진흥청에 막 들어왔을 때 형님이 했던 말이다. 농업을 전공하지 않은 입장에서는 ‘수도’를 보면 ‘상수도’가 떠오르고 ‘시비 관리’를 들으면 ‘경찰서’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농업에서 쓰는 수도(水稻)는 논에 물을 대서 심는 벼를 뜻하며, 시비(施肥)는 거름 주는 것을 이르는 농업 ‘전문용어’이다. 우리는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근대 농업을 이르는 낱말에 일본식 용어가 많이 있다. 수도나 시비도 모두 그런 낱말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낱말이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고, 지금도 농업 교과서에 그대로 쓰이고 있다. 나라는 광복을 했으나, 농업 용어는 아직 광복을 못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농업용어는 국민들과의 소통도 가로막고 있다. 농촌진흥청 직원들은 늘 보고 듣는 낱말을 써서, ‘다비하면 도복합니다’, ‘마늘 생산량을 늘리려면 일관기계화가 필요합니다’, ‘도장지 관리를 잘해야 과일이 튼튼합니다’라고 말하지만, 이 말을 알아듣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비하면 도복합니다’는 ‘비료를 많이 주면 잘 쓰러진다’는 뜻이고, ‘마늘 생산량을 늘리려면 일관기계화가 필요합니다’는 ‘마늘 생산량을 늘리려면 씨뿌림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을 기계화해야 합니다’라는 뜻이며,  ‘도장지 관리를 잘해야 과일이 튼튼합니다’는 ‘웃자란 가지를 잘 관리해야 과일이 튼튼하다’라는 뜻이다. 이렇게 일본식 농업용어는 농업기술의 저변확대를 가로막고 있다. 좋은 농업기술을 개발해놓고도 ‘우리만의 잔치’로 끝나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농업용어도 광복이 필요하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누리집에서 ‘소통’을 찾아보면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이라는 뜻과 함께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는 풀이가 올라 있다. 자고로 뜻이 잘 통해 오해가 없어야 소통이 잘되는 것이다. 같은 사전에서 ‘일관’을 찾아보면 “하나의 방법이나 태도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음”이라는 풀이만 나와 있다. 바로 처음 먹은 마음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는 초지일관(初志一貫)의 뜻이다.  그러나 농업에서 쓰는, 씨뿌림부터 수확까지의 모든 공정을 아우른다는 뜻풀이는 없다. 농촌진흥청에서 쓰는 ‘일관’과 일반 국민이 아는 ‘일관’의 뜻이 달라 오해할 수밖에 없다. ‘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일관’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 농업공학부에서는 자체 토론을 거쳐 ‘일관’을 대체할 낱말로 ‘전 과정’과 ‘일괄’, ‘모든 과정’을 골라냈고, 이 낱말을 놓고 농촌진흥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전 과정’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41.3%, ‘모든 과정’이 더 낫다는 의견이 39.0%로 나왔다. 공공기관의 언어사용을 지원하는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지원 전문가의 검토를 받은 결과, ‘일관’을 대체할 낱말로 ‘전 과정’과 ‘모든 과정’ 둘 다 사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에서는 앞으로 ‘일관’을 ‘전 과정’으로 바꿔 사용함으로써 국민과의 ‘오해’를 줄여나갈 것이다. 동시에 ‘수도’라는 낱말을 ‘벼’로 바꿔 쓰고 있는 것처럼, 농업 전공용어로 남아 있는 일본식 말투도 깨끗한 우리말로 바꿔, 농업용어에도 광복을 맞게 할 예정이다. 

‘소통’은 어려운 게 아니다. 눈과 입에 익어 자주 쓰는 말이지만, 나만 알고 남들은 모르는 낱말을 찾아 알기 쉽게 바꿔줌으로써 오해가 없게 하는 것도 소통의 첫걸음이다. 더불어서 근대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일본식 농업용어를 알기 쉬운 우리말로 다듬는 것도 광복 70주년을 맞아 꼭 챙겨야 할 우리들의 임무이다.



'변화하는 촌의 의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귀농어업인과 귀촌인이 안정적인 농어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고 이를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지난 7월 21일자로 시행된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국가 등의 책무’에 나온 내용이다.

농어촌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자 하는 도시민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05년에 1,240호이던 귀농어·귀촌 가구가 2012년에는 27,070, 2013년에는 32,514호로 늘었고, 급기야 작년에는 44,692호로 늘어 10년 전에 비해 35배나 많아졌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인구 구조와 경제사회적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귀농어·귀촌이 더 이상 일부 선도자들의 용기 있는 선택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 현상과 생활방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와 같은 추세를 반영하여 귀농어·귀촌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그 일환으로 도시민들의 귀농어·귀촌을 적극 유도하고, 귀농어업인과 귀촌인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1월에 관련법을 제정하여 공포한 바 있다. 그 법률이 이번에 시행됨에 따라 바야흐로 국가적 중장기 관점에서 귀농어·귀촌 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귀농업·귀촌 바람이 부는 지금,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우리가 자주 쓰는 낱말 ‘촌스럽다’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고 풀이되어 있다. 지금의 풀이대로라면, 도시가 아닌 촌은 어울린 맛이 없고, 세련되지 않았다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줄 수 있다. 낱말 풀이가 현대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전은 언중이 쓰는 말을 모아놓은 것이고, 그 뜻풀이는 언어생활의 기준이 되므로 한쪽으로 치우친 풀이를 달면 안 된다.
귀농어·귀촌 가구가 꾸준히 늘고 있고, 정부에서 관련법을 만들어 귀농어·귀촌을 활성화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노력이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귀농어·귀촌하는 사람들 스스로도 결코 어울린 맛이 없고, 세련되지 않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벗 삼아 농촌으로 돌아가고, 여유 있는 삶을 찾아 시골을 찾는 사람들이다.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돌아가려는 노력과 시도는 존중받고 대접받아야 마땅하다. 농촌진흥청의 연구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귀농어·귀촌을 하나의 흐름으로 읽어내고, ‘촌’의 의미를 재창조하기 위한 기초기반 연구가 한창이다. 귀농어·귀촌 관련 정책 수립에 꼭 필요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농작업 재해현황과 원인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농업인의 신체기능을 평가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요즘 농촌은 여러 가지로 힘들다. 기후변화에 따라 생산 환경이 바뀌고, 시장은 전 세계에 개방되었다. 농민들은 급속한 노령화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그분들은 우리 문화와 전통을 지키려고 애를 쓰고 ‘촌’을 지키며 우리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그런 촌을 ‘도시보다 못한 곳’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 촌이 있기에 우리가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촌에서 기르는 작물이 산소를 내뿜어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촌에 농사를 짓는 논이 있기에 홍수 피해가 줄어든다.

말은 역사 속에 면면히 흐르며 문화를 창조한다.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바른말을 써야 하고, 바른말을 쓰기 위해서는 사전 풀이가 올발라야 한다. 촌스러운 사람들은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사람들이 아니다. 자연과 함께하며, 여유 있는 삶을 찾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이 ‘촌’을 좋아하고, 앞으로 ‘촌스럽게’ 살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란다.

이런 글이 농업전문지에 실려 많은 분이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많이 퍼날라서 많은 분이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지난 2009년에 보냈던 편지입니다.

 

[틀린 자막 몇 개]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지난 토요일 화천에 다녀왔습니다.
9시에 화천에 갔는데 현지 온도가 영하 15도이더군요.
그곳에서 애들과 재밌게 놀다 왔습니다. ^^*

아침에 뉴스를 들으니,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 강추위라는 말이 많이 나오네요.
여러분은 올겨울과 이번 겨울을 가르실 수 있고, 강추위가 무슨 뜻인지도 다 아시죠?
우리말 사랑은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루에 하나씩 함께 익혀가자고요. ^^*

어제 일요일 아침에 집에서 늦잠자면서 잠자리에서 텔레비전을 켰더니 역시나 엉터리 자막이 쏟아지더군요.

8:08, MBC에서 '애기'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나이가 많지 않은 어린이나 젖먹이는 '아기'이고 아기의 줄임말이 '애'입니다.
'애기'라는 낱말은 대한민국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8:57, MBC에서 '제 2단계'와 '제 3단계'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수사 앞에 붙어 '그 숫자에 해당하는 차례'를 의미하는 '제(第)'는 앞가지(접두사)이므로 뒷말과 붙여써야 바릅니다.
제2단계, 제3단계라고 해야 합니다.

9:09, MBC에서 '이 자리를 빌어서'라고 말하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빌다'와 '빌리다'는 뜻이 다릅니다.
빌다는 잘못을 용서하여 달라고 호소하다나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하여 달라고 신이나 사람, 사물 따위에 간청하다는 뜻이고,
빌리다는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나중에 도로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는 뜻과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는 뜻이 있습니다.
성인의 말씀을 빌려 설교하다, 그는 수필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기의 속 이야기를 풀어 갔다, 신문에서는 이 사건을 고위 관리들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도
따라서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써야 바릅니다.

오늘 아침 7:46, SBS에서 외국사람이 "Very cold"하자 이를 '많이 추워요'라고 번역해서 자막에 내 보냈습니다.
추위나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어찌씨(부사)는 '상당히' 나 '꽤'를 써야 바릅니다.

어제 바람이 무척 심하게 불더군요. 그래서 더 추웠나 봅니다.
이 바람과 관련하여 내일도 문제를 내겠습니다.
곧 선물이 올 테니 있을 때 많이 나눠드려야죠. ^^*
내일은 칼바람과 관련된 문제를 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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