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떠나는 순자 씨가 아쉬워서......]
순자 씨!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더니 기어이 발령이 났네요. 그래도 이렇게 빨리 떠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순자 씨 떠나면 저는 정말 매나니인데 어떻게 할지 걱정입니다. 어떤 분이 오시건 순자 씨 일을 해 내기야 하겠지만, 다시 또 일손을 맞추고 맘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습니다. 우리 과 일이 보통 일도 아니고... (매나니 : 무슨 일을 할 때 아무 도구도 가지지 아니하고 맨손뿐인 것)
순자 씨는 무슨 일이 떨어지면 먼저 일의 각단을 잡았습니다. 가리사니를 잡은 거죠. 그렇게 구듭 쳐 주시니 모든 직원이 바로 매개를 짐작하고 벼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순자 씨는 가끔 빼도리도 해서 썰레놓기도 했습니다. ^^* 그런 성품이시기에 가는 그날까지도 맡은 일을 메조지며 메지대고 매기단하셨습니다. 어제 환송회도 한 탕만 뛰고 바로 들어와서 오늘 새벽 3시까지 일을 마무리한 순자 씨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런 순자 씨의 떠난 자리에는 오래도록 향기가 배어 있을 겁니다. (각단 : 일의 갈피와 실마리) (가리사니 : 사물을 판단할 만한 지각, 사물을 분간하여 판단할 수 있는 실마리.) (구듭 : 귀찮고 힘든 남의 뒤치다꺼리) (매개 : 일이 되어 가는 형편) (벼리 : 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 (빼도리 : 사물의 짜임새를 고르고자 요리조리 변통하는 일) (썰레놓다 : 아니 될 일이라도 되도록 마련하다.) (매조지다 : 일의 끝을 단단히 단속하여 마무리하다.) (메지대다 : 한 가지 일을 단락 지어 치우다.) (매기단하다 : 일의 뒤끝을 깨끗하게 맺다.)
순자 씨는 다른 과에 가서도 일을 잘 해내실 겁니다. 어떤 일이 와도 갈망할 겁니다. 또, 순자 씨가 그 과에 계시니 우리 과 일도 이제는 배끗거리지 않고 잘될 겁니다. ^^* (갈망 : 어떤 일을 감당하여 수습하고 처리함) (배끗거리다 : 맞추어 끼일 물건이 꼭 들어맞지 않고 조금 어긋나는 모양)
삶은 두꺼비 씨름이고 언제나 얼락배락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여기서 열심히 할 테니 순자 씨도 그 과에서 열심히 하시길 빕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서처럼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를 빕니다. (두꺼비 씨름 : 끝내 승부가 나지 않는 다툼이나 겨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얼락배락 : 성했다 망했다 하는 모양)
순자 씨!
순자 씨가 떠난다니 하늘도 울더군요. 고맙습니다. 보고 싶을 겁니다. ^___^*
떠나는 순자 씨를 아쉬워하는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 연구개발과 성제훈 드림
보태기) '탕'은 "어떤 일을 하는 횟수를 나타내는 단위"로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두 탕이나 뛰다처럼 씁니다.
| |